동양그룹의 유동성 위기 여파로 2013년 9월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한 동양증권 영업장이 이른 시간부터 예탁금을 찾으려는 고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2013.9.25/뉴스1 |
국내 사법체계에 집단소송제를 최초로 도입한 '증권관련 집단소송법'이 14년 만에 점차 정착해 나아가는 단계라는 평가가 나왔다. 비록 적은 숫자의 소송이 제기된 상태고 아직 최종 결과가 난 사례도 적지만 증권관련 집단적 피해의 구제에 유용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증권관련 집단소송 '1세대 변호사'인 법무법인 한누리 대표 김주영 변호사(53·사법연수원 18기)는 최근 '증권관련집단소송의 시행경험과 시사점' 논문에서 이 같은 평가와 주장을 담았다.
논문에 따르면 2005년 증권관련 집단소송법이 시행된 이후 최근까지 제기된 관련 집단소송 건수는 총 10건이다. 이중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으로 이어진 사건은 △진성티이씨의 키코 관련 분식 사건 △한화스마트 ELS 10 헤지운용사의 수익률 조작 사건 △한국투자증권 ELS 289 헤지운용사의 수익률 조작 사건 등 총 3건이다.
김 변호사는 "14년간 10건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나라에서 전혀 생소한 미국식 제도가 도입된 지 불과 14년 만에 10건의 사건에서 실제 활용됐고 그중 3건이 배상화해 또는 배상판결로 종결됐다는 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법 시행 4년 만인 2009년 첫 증권관련집단인 진성티이씨 사건은 소송을 제기한 원고는 2명에 불과했지만 소송허가절차에서 피해자가 총 1718명인 것으로 드러나 이들 피해자 전체의 손해에 관해 일부배상을 명하는 화해결정이 이뤄졌다.
이들에게 지급된 배상액은 총 27억4339만2402원(현금 13억7169만6201원+주식 19만9664주) 규모였는데 비록 미국의 집단소송 화해 액수와는 큰 차이가 있지만 피해자 집단 전체를 대상으로 현실적 배상이 이뤄졌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김 변호사는 설명했다.
캐나다 왕립은행을 상대로 제기된 한화스마트 ELS 10 주가연계증권 기초자산 시세조종과 관련한 사건은 우여곡절 끝에 소송허가결정이 확정된 후 본안단계에서 화해가 성립돼 현재 분배절차가 진행 중이다.
한화스마트 ELS 10 주가연계증권을 매입했다가 만기에 캐나다 왕립은행의 시세조종으로 손실을 입은 투자자들은 총 412명인데 이들 중 142명은 별도의 공동소송을 제기했다가 화해방식으로 배상받았고 나머지 270명 중에서 제외신고를 한 4명을 제외한 266명에게 손해액의 110%를 배상하는 내용으로 화해가 이뤄졌다.
도이치은행을 상대로 한 소위 '한국투자증권 주가연계증권 289호' 사건 역시 주가연계증권 관련 시세조종 사건이다.
이 사건의 경우 피해자 26명이 일반 공동소송 방식으로 소송을 제기해 18억원에 이자를 더한 손해배상을 청구했는데 이 소송이 하급심과 대법원을 오가는 우여곡절 끝에 원고 전부 승소판결로 확정됐다.
그런데 똑같은 피해를 당한 피해자들을 구제하기 위한 증권관련 집단소송이 공동소송 진행 중에 제기됐고 이 소송에선 나머지 피해자 전체가 입은 86억원에 이자를 더한 손해배상이 청구돼 2017년 1월 원고 전부승소판결이 내려졌다. 이후 도이치은행은 판결원리금 약 120억원을 가지급한 후 항소했지만 결국 2017년 7월자로 항소취하해 판결이 확정됐고 현재 분배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 사건에서 피해자 변론을 맡은 김 변호사는 "집단소송제로 26명이 아닌 전체 피해자들의 피해가 배상되고 도이치은행은 불법행위로 얻은 이익 이상의 배상을 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된 셈"이라고 의의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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