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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객' 김광석 23주기…"세월이 흐를수록 그리움은 커져만 가네"

대구 '김광석길' 추모콘서트 개최 등 추모열기 가득

(대구ㆍ경북=뉴스1) 남승렬 기자 | 2019-01-06 16:42 송고
‘영원한 가객(歌客)’ 김광석(1964~96년)의 23주기인 6일 오후 대구 중구 대봉동 김광석길을 찾은 시민들이 김광석 동상 아래 꽃을 놓으며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2019.1.6/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영원한 가객(歌客)’ 김광석(1964~96년)의 23주기인 6일 오후 대구 중구 대봉동 김광석길을 찾은 시민들이 김광석 동상 아래 꽃을 놓으며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2019.1.6/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6일은 가수 김광석이 세상을 떠난지 23주기가 되는 날이다.

단순히 '가수'라는 범주 안에 가둬두기엔 그의 가창력과 목소리가 너무나 아까웠던 탓일까. 처량함과 경쾌함이 공존하는 그의 목소리가 빚어낸 '노래', 그 어떤 '새드 무비'(sad movie)보다 슬프고 극적이었던 그 '삶'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었을까.
시대는 짧고 명료한 수식어 하나를 그에게 부여한다. '가객'(歌客·시조 따위를 잘 짓거나 창을 잘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

가객의 노래 인생 첫 무대는 198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6월항쟁의 뜨거운 열기가 채 가시지 않은 그해 10월 13일 기독교 백주년 기념관에는 대학생들이 주를 이룬 인파가 몰려든다.

민중노래패 '노래를 찾는 사람들'(노찾사)의 첫 정기공연을 보기 위해 찾은 인파들이다.

공연은 몇달 전 6월항쟁 이전만 해도 차마 부를 수 없었던 노래들로 채워진다. 4·19 혁명 당시 희생된 넋들을 위한 노래 '진달래', 김민기의 '친구', 이상화의 저항시를 노래로 표현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공연 막바지, 작은 체구의 가객이 등장한다. 이날 가객이 부른 노래는 '이 산하에'.

1절은 갑오농민전쟁, 2절은 3·1운동, 3절은 북만주 항일무장투쟁을 형상화한 장엄하면서도 격정적인 노래를 가객은 매우 유려한 미성으로 소화해냈다.

김광석길에 설치된 김광석 동상.2019.1.6/뉴스1 남승렬 기자© News1
김광석길에 설치된 김광석 동상.2019.1.6/뉴스1 남승렬 기자© News1

가객 김광석(1964.1.22~1996.1.6)은 대중의 가슴에 그렇게 아로새겨졌다.

암울했던 군부독재 시절 지하에서 몰래 몰래 부르던 노래를 지상으로 끌어올린 노찾사의 일원으로 첫 무대를 장식한 그는 이후 동물원의 보컬을 거쳐 솔로 활동을 해오면서 전성기를 맞는다.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바람이 불어오는 곳', '사랑했지만', '이등병의 편지', '그녀가 처음 울던 날', '일어나', '부치지 못한 편지' 등 그가 남긴 노래는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명곡으로 평가 받는다.

그가 떠난 지 어느덧 23년.

김광석 사망 23주기를 맞아 찾은 6일 오후 대구 중구 대봉동 방천시장 '김광석다시그리기길'은 평소보다 많은 인파로 가득 찼다.

김광석이 다섯살까지 살았던 방천시장 골목 곳곳에는 예의 미성을 간직한 그의 노래가 울려퍼졌다.

'그녀가 처음 울던 날'이 들리는 가운데 중년의 한 남성은 김광석 얼굴이 그려진 벽화를 말없이 주시했다.

경남 밀양에서 왔다는 그는 "살아있었다면 나와 동년배였을 김광석을 추모하기 위해 일부러 시간을 내 가족과 대구를 찾았다"며 "그가 떠난지 23년이나 됐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영원한 가객(歌客)’ 김광석(1964~96년)의 23주기인 6일 오후 대구 중구 대봉동 김광석길을 찾은 시민들이 김광석 벽화가 그려진 길을 걸으며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2019.1.6/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영원한 가객(歌客)’ 김광석(1964~96년)의 23주기인 6일 오후 대구 중구 대봉동 김광석길을 찾은 시민들이 김광석 벽화가 그려진 길을 걸으며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2019.1.6/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350m에 이르는 벽화거리에 드문 드문 달린 스피커를 통해 김광석의 노래가 흐르자 가족·연인 단위의 관광객들은 벽화거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등 김광석을 추모했다.

시민 한정민씨(54·남·북구 매천동)는 "그가 떠난 날을 맞아 김광석의 광팬인 아내, 아이들과 함께 이곳을 찾아 그의 노래를 들으니 감회가 새롭다"며 "지금까지 살아 국민들에게 기쁨을 주는 노래를 불러주고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영원한 가객(歌客)’ 김광석(1964~96년)의 23주기인 6일 오후 ‘김광석 23주기 추모 콘서트’가 열린 대구 중구 대봉동 김광석길 야외 콘서트홀에서 시민들이 김광석의 노래를 들으며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2019.1.6/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영원한 가객(歌客)’ 김광석(1964~96년)의 23주기인 6일 오후 ‘김광석 23주기 추모 콘서트’가 열린 대구 중구 대봉동 김광석길 야외 콘서트홀에서 시민들이 김광석의 노래를 들으며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2019.1.6/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때마침 김광석 23주기 추모콘서트도 열려 관광객들의 발길을 잡았다.

대구 중구청이 주최하고 대봉문화마을협의회가 주관한 추모콘서트는 지역가수 성규징의 '서른 즈음에'를 시작으로 시인 김솔의 추모 시 낭송, 박푸른숲의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등 감미로운 무대로 채워졌다.

특히 김광석이 활동한 그룹 동물원이 출연해 '거리에서', '흐린 가을하늘에 편지를 써', '나의 노래', '일어나' 등을 불러 박수갈채를 받았다.

김광석을 추모하는 관객들의 새해 소망과 추억의 따뜻한 글이 적힌 '종이비행기 날리기' 퍼포먼스 등 다양한 이벤트도 진행됐다.

한편 1964년 대구에서 태어난 김광석은 1984년 데뷔 이후 4장의 정규앨범을 내고 1000회가 넘는 공연을 했다.

그리고 1996년 1월 6일 새벽. 하루 공연 일정을 마치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는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어떠한 변명거리, 글 한자도 남기지 않고,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노래만을 남긴 채…

하지만 사망 23주년을 맞은 6일, 그의 유년의 추억을 간직한 김광석다시그리기길은 가객 김광석을 추억하는 따뜻한 추모열기로 넘쳐났다.

그는 떠났지만 그가 남긴 노래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증명하기에 충분했다.

김광석이 유년시절을 보낸 김광석길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한국관광 100선'에 3회 연속으로 이름을 올렸으며 지난해에는 150만명의 관광객이 다녀간 대구의 대표적인 관광명소다.


pdnam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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