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생선 한봉지, 화분 하나에…' 범죄자로 내몰리는 노인들

경제적 불안·사회적 소외 등이 범죄 부추겨

(광주=뉴스1) 이종행 기자, 허단비 기자 | 2019-01-02 10:29 송고
광주지방경찰청 /뉴스1 © News1
광주지방경찰청 /뉴스1 © News1

지난달 15일 광주 남구의 한 마트 수산물코너에서 3만6000원 상당의 병어가 든 봉지가 사라졌다.
담당자는 수산물이 도난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매장 내 폐쇄회로(CC)TV를 통해 A씨(75·여)가 훔쳐간 것을 확인했다. A씨는 경찰에서 "순간 욕심이 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4일 광주 남구 주택에 사는 B씨(54)의 집 현관 출입문에 놓여 있던 시가 5만원 상당의 레몬열매 화분이 감쪽같이 없어졌다.

경찰은 B씨의 집 주변에 설치된 CCTV를 통해 C씨(76)가 자신의 차에 싣고 가는 장면을 확인했다.

전남 고흥에서 농사를 지으며 관절염 치료를 위해 남구의 한 병원에 통원치료를 다니던 C씨는 "누군가 버린 화분인 줄 알았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최근 고령화와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음식이나 생필품 등을 훔치는 이른바 '장발장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2일 광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6년까지 9년간 65세 이상 고령층의 범죄자 수는 435명에서 854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노인 범죄 증가는 광주가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는 등 노인인구가 많은 데다 생활고와 경제적 불안 등이 한 원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말 호남지방통계청이 발표한 '고령자 통계' 자료를 보면 광주의 65세 이상 인구는 18만1000여명으로 전체 인구의 12.4%를 차지한다. 2045년에는 45만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 중 경제활동인구는 5만7000명으로 참가율은 31.3%였다. 또 2017년 말 기준 65세 이상 국민연금 수급자는 7만1000명으로 수급률은 39.2%에 불과했다.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광주 1만2000명으로 19.2%였다.

고령자 가구 중 1인가구는 3만6000가구로 34.3%를 차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부부만 사는 가구는 3만4000가구로 32.7%였다.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3명은 혼자 살고, 3명만 경제활동을 하고 국민연금은 4명밖에 받지 못하는 셈이다.

결과적으로 고령자는 경제적인 불안과 함께 사회로부터 소외당하는 현실적 어려움이 범죄를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노인들의 소외, 고립감이 범행에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족과 사회로부터 단절된 노인들이 분노를 참지 못하고 범행까지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노인범죄는 절대빈곤과 관련이 있는데 빈곤층이 늘어나면서 소주, 당근, 삼겹살 등 생계형 범죄가 늘고 있다"며 "또 사회·경제적 이유로 과거와 같이 모여살기보다 '각자도생'식의 삶이 되다 보니 소외된 노인이 많아진 것도 고령범죄가 증가하고 있는 한 이유다"고 말했다.


0904@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