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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시행령 개정에 경제계 "이중고·법 위반" 반발

가파른 최저임금 상승에 일하지 않은 시간까지, 영세·소상공인 직격탄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2018-12-31 13:57 송고
이낙연 국무총리가 31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55회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8.12.31/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정부가 최저임금 산정 기준시간에 유급 휴일인 주휴 시간을 포함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하면서 이에 반발했왔던 경제계 불만이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영세·소상공인을 중심으로 인건비 부담이 증가하면서 '쪼개기 일자리'가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주휴 시간의 최저임금법 명문화는 그동안 일하지 않은 시간을 최저임금 가상시급 계산에서 제외했던 대법원 판례와 상반되는 행정 조치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관련 소송 다툼에 따른 혼란도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3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된다.

정부는 지난주 국무회의에 최저임금 시급 산정기준에 주휴시간을 포함하도록 명시한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상정했지만 심의를 보류했다. 노사 간 합의로 정한 약정휴일 시간과 수당은 제외하는 내용을 추가했고 이날 수정안을 재상정했다.

시행령 개정안은 최저임금을 계산할 때 '실제 일한 시간'(소정근로시간) 외에 '실제 일하지 않지만 유급으로 처리되는 시간'(유급주휴시간)까지 합산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최저임금 위반 여부는 가상시급을 계산해 판단한다. 근로자의 월급(분자)을 근로시간(분모)으로 나눈 값이 시간당 최저임금에 미치지 않으면 처벌 대상이다. 내년 최저임금은 시급 8350원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분자는 클수록, 분모는 작을수록 유리한데 가상의 시간이 반영되면 분모가 커지게 된다. 통념상 저소득자가 아니지만 최저임금 수준에 못 미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한 달 실제 근로시간 174시간과 주휴 시간 35시간을 더한 209시간이 월급을 받는 노동자의 최저임금 시급 산정 기준 시간이 됐다.

월 기본급 170만원의 경우 소정근로시간(174시간)만 반영하면 시급은 9770원으로 최저임금 위반이 아니다. 그러나 주휴시간을 더할 경우 분모(209시간)가 커져 시급은 최저임금보다 낮은 8133원으로 변경된다. 같은 월급을 주고도 최저임금을 위반하게 되는 것이다.

최저임금이 최근 2년간 30% 가까이 인상된 상황에서 이같은 방안이 시행되면 이중 부담을 져야한다는 이유로 경제계 반대가 계속됐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인건비 부담이 높은 상황에서 행령에 따라 최저임금 추가 인상분을 바로 고스란히 이행하지 않으면 행정처벌 대상이 되는 상태가 됐다"고 설명했다.

소상공인, 중소기업들이 특히 비상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이어 주휴 수당 명문화로 인건비 부담을 못 이기는 경우가 속출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일각에서는 사업주들이 임금으로 나가는 비용을 줄이고자 주 15시간 미만의 '쪼개기 일자리'를 늘릴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주휴수당은 주 15시간 이상 근로자에게 적용된다는 점을 감안해 이를 피하고자 이런 현상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시행령 개정안으로 연봉 7000만원에 가까운 고임금 근로자도 최저임금 미달 대상에 포함되는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완성차 업계는 상여급과 성과급, 각종 수당 등이 반영된 고임금 체계를 갖추고 있다. 자동차산업협회 등에 따르면 국내 한 완성차 업계 근로자의 월 평균 기본급은 185만원이다.

이 경우 최저임금 위반 여부 판단에 필요한 기준금액(약정휴일 수당 제외)은 160만원이다. 주휴시간을 반영한 209시간을 분모로 두면 시급이 7655원으로 떨어져 최저임금을 위반하게 된다. 연봉 7000만원의 고소득 완성차 근로자가 최저임금도 못 받는 범주에 포함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더 큰 문제는 자동차 업계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임금체계를 수정하려고 해도 노조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상여금을 매월 나눠 지급하면 정기 수당으로 성격이 변해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되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자동차 노조가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 상여금 등은 그대로 놔두고 기본급을 높이는 방식으로 임금을 대폭 끌어올릴 수 있는데 노조가 이를 포기할리 없어서다.

법 위반 논란도 지속할 전망이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행정지침으로 주휴시간을 최저임금 계산에 반영해왔다. 불합리한 조치에 소송이 제기됐고 대법원은 실제 일한 시간이 아닌 주휴시간은 시급 계산시간 수에서 제외된다고 판단했다.

경제계는 그동안의 최저임금 인상폭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보고 행정지침에 큰 이견을 드러내진 않았다. 하지만 최저임금을 가파르게 올린 정부가 법 위반 소지가 있는 행정지침까지 명문화하면서 소송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 

경총은 "기업의 어려운 경영 현실과 절박성은 반영되지 못했고 시행령 한 조문으로 기업의 경영재원과 권리가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됐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낙연 국무총리는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 필요할 경우 보완대책을 마련할 것도 주문했다. 이 총리는 "최저임금을 올려 지급해야 하는 자영업자를 포함한 중소기업들로서는 인건비 부담이 커질 것"이라며 "그런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정부는 이미 마련한 지원책을 차질 없이 시행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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