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 정치 >

'GP 철조망' 잘라 與 의원에 선물한 軍

국방부 12월4일 공문하달…육군 7일뒤 기념품 제작
육군, 제작 중단…국방부 "건드리지 않는 게 맞다"

(서울=뉴스1) 성도현 기자, 전형민 기자 | 2018-12-26 06:10 송고 | 2018-12-26 10:25 최종수정
육군 7사단이 지난 18일 접경 지역 주민의 어려움을 살피기 위해 진행한 '청책 투어' 차원에서 부대를 찾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에게 선물한 액자. 시범철수 GP(감시초소)의 철조망 일부가 안에 들어 있다. (더불어민주당 제공) 2018.12.26/뉴스1 © News1
육군 7사단이 지난 18일 접경 지역 주민의 어려움을 살피기 위해 진행한 '청책 투어' 차원에서 부대를 찾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에게 선물한 액자. 시범철수 GP(감시초소)의 철조망 일부가 안에 들어 있다. (더불어민주당 제공) 2018.12.26/뉴스1 © News1

'9·19 군사분야 합의서'에 따라 완전파괴된 비무장지대(DMZ) 내 10개 GP(감시초소) 잔해물을 보존하라는 상부 지침을 어기고 육군이 철조망을 일부 잘라 여당 국회의원들에게 선물해 논란이 되고 있다.

26일 국방부와 더불어민주당 등에 따르면 강원 화천의 육군 제7보병사단(사단장 박원호 소장)은 이달 18일 접경 지역을 찾은 여당 의원 7명을 포함해 총 9명에게 철조망을 액자에 담아 기념품으로 줬다.

당시 민주당은 접경 지역 주민의 어려움을 살피는 '청책(聽策)투어'의 일환으로 윤호중 사무총장과 김두관 참좋은지방정부 위원장, 권미혁 원내대변인 등 의원 7명을 포함한 관계자들이 7사단을 찾았다.

윤 사무총장 등은 7사단 상승칠성부대가 있는 칠성전망대에서 장병들을 격려하고 059 GP 현장을 찾았다. 059 GP는 북측 GP로부터 900m 떨어진 곳인데 군사합의에 따라 지난달 26일 완전파괴됐다.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국방부는 11월30일 11개 GP에 대한 시범철수를 완료(보존 GP 1개 포함)했다. 이후 12월4일 시범철수와 연관된 육군 전 부대에 '철수 GP의 잔해물 처리 지침'이라는 공문을 내렸다.

윤호중 사무총장 등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과 관계자들이 지난 18일 연말민생현장 '청책(聽策)투어' 일정으로 강원도 중동부전선 철거된 GP에서 북측 지역을 살펴보고 있다. © News1 김명섭 기자
윤호중 사무총장 등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과 관계자들이 지난 18일 연말민생현장 '청책(聽策)투어' 일정으로 강원도 중동부전선 철거된 GP에서 북측 지역을 살펴보고 있다. © News1 김명섭 기자

국방부는 공문에 '시범철수 GP 10개 잔해물의 평화와 문화적 활용이 검토되고 있는 바 잔해물을 양호한 상태로 보존하시고 별도의 지침이 있을 때까지 GP 잔해물을 훼손하는 행위(폐기물 처리 등)를 중단하시기 바랍니다'라고 명시했다.

국방부는 청와대 주관 하에 통일부 및 문화체육관광부와 GP 잔해물 처리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려 GP 시범철수 과정에서 발생한 잔해 처리방안에 대해 협의 중인 상황이었다.

하지만 7사단은 지난 11일 시범철수 작업 때 뜯은 059 GP 안쪽 철조망을 잘라 12월 부대 방문자에게 주고자 11개의 기념품을 만들었다. 한반도 지도 중앙에 7cm 크기의 폐철조망을 놓고 액자에 담았다.

7사단은 지난 12일 연말을 맞아 위로 방문을 한 군인공제회 간부, 지난 17일에는 부대를 찾은 시중의 한 대형은행 간부에게 각각 1개씩 이 기념품을 선물했다. 이후 민주당 방문시에는 9개를 선물했다.

박 사단장은 민주당 일정이 끝나고 "제가 외판원은 아니다"라며 윤 사무총장 등에게 철조망이 담긴 액자와 육군 SNS 마스코트인 '아미랑' 인형을 선물했다. 이에 의원들은 "산업체 시찰 갔을 때보다도 선물을 많이 준다"고 답했다.

남북 군사당국이 '9·19 군사분야 합의서' 이행 차원에서 시범철수한 비무장지대 내 GP(감시초소)에 대해 지난 12일 오후 상호검증에 나선 가운데 강원도 철원 중부전선에서 북측 현장검증반이 남측 감시초소를 검증하기 위해 군사분계선을 넘고 있다.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남북 군사당국이 '9·19 군사분야 합의서' 이행 차원에서 시범철수한 비무장지대 내 GP(감시초소)에 대해 지난 12일 오후 상호검증에 나선 가운데 강원도 철원 중부전선에서 북측 현장검증반이 남측 감시초소를 검증하기 위해 군사분계선을 넘고 있다.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이와 관련해 민주당에서도 정부간 협의가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GP 잔해물 일부를 군 당국이 자의적으로 활용한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육군 관계자는 "잔해를 보존하라는 국방부 공문을 받았지만 담당자가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며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앞으로는 철조망 액자 제작을 더이상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육군은 내부 의사소통이 안 됐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사단장을 비롯해 아무도 문제의식이 없었다는 점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남북 평화 분위기 속에서 전방 지역 군 기강이 해이해진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육군은 문제가 불거지자 059 GP 이외에 나머지 10개 GP(보존 GP 1개 포함)에 대한 전수조사도 실시했는데 철조망이나 돌 등 잔해물이 훼손된 곳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방부 관계자는 "해당 GP에서 북측을 바라보는 철조망이 아니라 GP로 들어가는 남측 방향 철조망 일부를 활용한 것으로 안다"면서도 "아직 유관 부처간 협의가 끝나지 않은 상황이라 건드리지 않는 게 맞다"고 밝혔다.


dhspeople@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