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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트로 열풍]②식당가에 부는 '복고 감성' 열풍…1020세대 지갑 연다

을지로·익선동 핫플레이스로…'근대·개화기' 콘셉트로 차별화

(서울=뉴스1) 윤수희 기자 | 2018-12-29 07:01 송고
편집자주 전문가들은 내년 소비문화 트렌드로 '뉴트로(New-tro)'를 제시한다. 말 그대로 새로움을 뜻하는 'New'와 회상·추억 등을 의미하는 '레트로(Retro)'의 합성어다. 뉴트로는 레트로와 비슷한 듯하지만 다르다. 레트로는 30~50대가 과거에 대한 그리움으로 복고에 빠져드는 현상이다. 반면 뉴트로의 주체는 10·20세대다. 이들이 경험하지 못한 '옛 것'에서 새로움을 느껴 복고에 열광하는 현상이 뉴트로다. <뉴스1>은 새해를 앞두고 중구 을지로·종로 익선동·홍대·청담동 등 '핫 플레이스'를 찾아 2019년 소비주역으로 떠오른 '뉴트로족'을 만났다.
을지로3가  인쇄소 골목(왼쪽 위)과 와인바 건물 전경(오른쪽 위). 아래는 '커피한약방'과 그 내부 모습. © News1
을지로3가  인쇄소 골목(왼쪽 위)과 와인바 건물 전경(오른쪽 위). 아래는 '커피한약방'과 그 내부 모습. © News1

#. 회사원 이지연씨(가명)는 최근 친구의 소개로 SNS에서 유명한 을지로3가의 한 와인바를 찾았다. 좁은 인쇄소 골목을 들어가 허름한 건물 속 낡은 계단을 올라가니 아날로그 감성이 물씬 풍기는 와인바가 나타났다. 이씨는 "간판도 없어 찾기 힘든데 독특한 느낌을 받았다"며 "골목에서 헤맨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을지로 인쇄소골목·익선동 한옥거리…'복고+트렌디' 결합

29일 업계에 따르면 1020세대에 사랑 받는 '뉴트로(새로움 'New'와 복고 'Retro'의 합성어)' 감성은 종로 익선동, 중구 을지로2가와 3·4가 등 낡고 쇠락했던 골목상권을 부활시켰다.

우선 을지로3가역을 중심으로 형성된 을지로 상권은 노후 지역이던 인쇄소 골목 특유의 낡은 분위기를 고스란히 간직해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옛 소품과 인테리어를 유지한 식당, 와인바, 커피숍도 속속 들어섰다.

뉴트로 감성을 대변하는 대표적인 가게로는 높은 빌딩 사이, 한 사람이 겨우 들어가는 좁은 골목길에 자리잡은 카페 '커피한약방'과 디저트 카페 '혜민당'을 꼽을 수 있다.
'커피한약방'은 과거 구암 허준이 치료를 하던 혜민서 자리라는 점을 강조하며 가게 내부는 오래된 전등, 자개장, 약재수납장 등 옛 느낌이 물씬 나는 소품들로 채워져 있다. 커피한약방의 디저트를 담당하는 혜민당에는 송나라때 나무로 만든 테이블도 옛 감성을 자아낸다.

커피한약방을 찾은 한 20대 여성은 "오래되고 낡은 골목인데 찾아오는 사람이 너무 많아 신기했다"며 "분위기도 좋고 소품들도 옛날 것들이라 전부 사진 찍어서 SNS에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골뱅이골목' 주변 인쇄소들이 위치한 좁은 골목길에는 '십분의일' '바302호' '쓰리도어즈' '희스토리다락방' 등이 있다. 이들 가게는 대부분 간판도 없이 SNS로 소통하며 고객들 역시 SNS에서 정보를 접하고 찾아온다.

특히 '서울이 맞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오래되고 쇠락한 골목에 자리잡고 있어 다소 음침한 느낌도 준다. 간판이 없거나 골목 사이에 숨어있기 때문에 일부러 찾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 수 있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종로3가역 인근 '익선동'도 을지로 골목과 더불어 1020세대의 감성을 자극하는 또 다른 골목상권으로 이름을 알렸다. 옛 한옥이 그대로 보존된 자리에 문을 연 식당이나 커피숍은 복고풍의 인테리어에 일식, 이탈리안 요리, 에프터눈티 등 트렌디한 음식을 판매한다.

1930년대 옛 서울인 '경성'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경성과자점'이나 그 시절 의상을 빌려주는 '경성의복'은 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의 영향으로 젊은 세대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핫플레이스'가 됐다.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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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 감수하며 나만의 개성 찾아…높은 임대료는 '걱정'

낡고 옛 것으로 치부하던 낡은 골목들이 1020세대에 사랑받게 된 이유에 대해 업계는 남다른 개성을 추구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이 고스란히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편리하지만 천편일률적인 대기업 프랜차이즈 식당이 점점 늘어나는 가운데 과거를 경험하지 못한 젊은 세대들은 근대나 개화기 콘셉트의 가게들에서 신선함을 느낀다는 설명이다. 가게를 발굴하는 과정에서 다소 불편한 접근성조차 흥미롭게 여긴다.

업계에서는 뉴트로 현상이 한 때의 유행을 넘어서 1020세대만의 독특한 소비문화로 정착될 것으로 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2019년 외식 트렌드를 이끌어갈 키워드로, '비대면 서비스화', '편도(편의점 도시락의 줄임말)족의 확산'과 함께 '뉴트로 감성'을 선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밀레니얼 세대는 뉴트로 감성을 통해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려는 욕구가 강하다"며 "마치 보물찾기를 하듯 자신만의 가게를 찾아 SNS에서 돋보이는 행위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비싼 임대로를 피해 쇠락하는 골목을 찾아 겨우 자리를 잡았던 장본인들에게 날로 올라가는 임대료는 또 다른 고민이다. 입소문이 나고 유명해질수록 언제 쫓겨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가슴 한 켠에서 점차 커지고 있다. 실제로 상가정보연구소에 따르면 익선동은 지난 2015~2016년 1년 새 임대료가 15%가량 올랐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부 가게 주인들은 유명세를 부담스러워한다. 손님에 연연하지 않고 SNS로 오픈 일정이나 메뉴를 알려주는 경우도 많다"며 "보통 청년 창업자나 오랫동안 살던 원주민들이 많은데 임대료가 높아져 이들이 떠난다면 특유의 감성과 개성도 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y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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