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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린온 사고 후폭풍…KAI 필리핀 수리온 수출 사실상 '무산'

1차 기체 평가서 美 '블랙호크'에 뒤처져
가격 경쟁력 및 안전신뢰도 하락 영향

(서울=뉴스1) 김상훈 기자 | 2018-12-12 15:36 송고 | 2018-12-13 18:07 최종수정
수리온 헬기. © News1
수리온 헬기. © News1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추진 중인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KUH-1)의 필리핀 수출이 사실상 무산됐다.
수리온 기반의 해병대 '마린온' 추락사고 여파로 해당 기체에 대한 안전 신뢰도가 크게 떨어진 영향이다. 여기에 가격에서도 경쟁기체인 블랙호크에 뒤처져 수출 성사는 물 건너 갔다는 분석이다.

12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KAI가 추진 중인 수리온(KUH-1)의 필리핀 수출 협상에서 경쟁사 록히드마틴이 인수한 시코르스키의 블랙호크(UH-60)에 밀렸다.

일단 1차 기체부분 평가에서 블랙호크가 수리온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2차 최종평가를 앞두고 있지만 상황을 뒤집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마린온 사고 여파가 기체평가에서 불리하게 작용한데다 가격에서도 블랙호크에 밀렸기 때문이다.

이같은 분위기는 필리핀 정부 고위 관계자의 발언에서도 드러났다. 델핀 로렌자나 필리핀 국방장관은 최근 "블랙호크를 구매하는 것이 가장 좋은 옵션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며 "자금 부족으로 수리온은 10대밖에 구입할 수 없지만 블랙호크는 16대를 구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KAI는 대당 약 250억원을 책정한 반면 시코르스키는 이의 약 60%인 대당 약 150억원에 참여한 것으로 추정된다. 필리핀 정부 입장에서 블랙호크와 비교해 인지도가 떨어지는 수리온을 굳이 구매할 필요가 없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마린온 사고도 악영향을 미쳤다. 통상 헬기 기체평가는 무장탑재 능력, 주행시간, 조종 편의성 등을 기체에 대한 부분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점수를 매긴다. 성능도 중요하지만 기체 및 부품의 내구도, 정비 용이성, 안전도가 점수에 큰 영향을 미친다.

마린온 사고 여파로 안전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며 기체평가에서 불리한 점수를 받았을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실제 사고 직후 필리핀 정부는 거듭 마린온 사고 원인과 해결 방안 등을 KAI 및 방사청에 문의하는 등 안전에 의문을 드러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필리핀 쪽도 마린온 사고가 없었다면 강력하게 구매 의사를 내비쳤을 것"이라며 "아직 조사결과가 명확히 나오지 않았지만 기체결함이 예상되는 헬기를 수입하는 건 현지 정부에게 부담"이라고 말했다

이번 수리온의 수출이 불발될 경우 KAI로서는 아쉬움이 남는 한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올 한해 수주부문에서 민수사업 약진에 힘입어 전년 대비 1조4000억원 증가한 3조3000억원의 실적을 냈지만 지난 9월 APT 사업 수주 실패 등 역점을 둔 군수사업에서는 빛을 보지 못했다.

우리 정부와 KAI는 아직 최종평가가 남아있는 만큼 기업 협력 및 각종 추가 지원 등을 옵션으로 내걸고 막판 총력전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KAI 관계자는 "1차 평가에서 경쟁사에 뒤쳐진 건 사실이지만 아직 최종평가가 남아있기 때문에 남은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awar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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