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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의혹'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구속영장 기각(상보)

헌정 초유 대법관 출신 영장 청구…양승태 길목 막혀
법원 "관여범위·공모관계 성립 의문…이미 증거수집"

(서울=뉴스1) 이유지 기자 | 2018-12-07 00:51 송고 | 2018-12-07 01:59 최종수정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를 받고 있는 박병대(왼쪽), 고영한 전 대법관이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2018.12.6/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장으로서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병대(61·사법연수원 12기)·고영한(63·11기) 전 대법관이 7일 구속을 피했다.

서울중앙지법 임민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박 전 대법관을,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고 전 대법관을 상대로 전날(6일) 오전 10시30분부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후 이날 오전 12시37분쯤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임 부장판사는 박 전 대법관에 대해 "범죄혐의 중 상당부분에 관해 피의자의 관여 범위 및 그 정도 등 공모관계 성립에 대해 의문의 여지가 있다"며 "이미 다수의 관련 증거자료가 수집돼있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또한 "피의자가 수사에 임하는 태도 및 현재까지 수사경과 등에 비춰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의자의 주거 및 직업, 가족관계 등을 종합해 보면 현 단계에서 구속사유나 필요성 및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명 부장판사도 고 전 대법관에 대해 "피의자의 관여 정도 및 행태, 일부 범죄사실에 있어 공모 여부에 대한 소명 정도, 주거지 압수수색을 포함해 광범위한 증거수집이 이뤄졌다"며 "현재까지 수사진행 경과 등에 비춰 현 단계에서 피의자에 대한 구속사유와 필요성 및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두 전직 대법관은 법원행정처장 재직 시절 양승태 전 대법원장(70·2기)과 함께 각종 사법농단 의혹에 깊이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양 전 대법원장과 공모해 임종헌 전 행정처 차장(59·16기) 등 실무진 사이에서 중간다리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지난 3일 박·고 전 대법관에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직무유기, 허위공문서 작성 및 동행사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 전 대법관에게는 위계상 공무집행방해, 특가법상 국고손실 혐의도 적용됐다. 전직 대법관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박 전 대법관은 2014년 2월부터 2016년 2월까지 법원행정처장으로 근무하며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통합진보당 국회·지방의원 지위확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 대선개입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등 재판개입을 포함해 30여 가지 혐의를 받고 있다. 혐의사실이 담긴 검찰의 영장청구서는 A4 158쪽에 달한다.

박 전 대법관 후임으로 2016년 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법원행정처장으로 근무한 고 전 대법관 역시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외에도 법관 비위 의혹을 무마하려 △부산 스폰서 판사 △정운호 게이트 △법원집행관 비리 사건 등에서 수사기밀을 유출하는 등 20개 안팎의 혐의를 받고 있다. 고 전 대법관에 대한 검찰의 영장청구서는 A4 108쪽 분량이다.

아울러 두 전 대법관은 공통으로 사법농단 사태를 촉발시킨 이른바 '법관 블랙리스트' 관련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고 전 대법관은 진보 성향의 일선 판사들을 통제하려 했다는 의혹이 대법원 진상조사 결과 일부 사실로 드러나자 행정처장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박·고 전 대법관은 검찰 조사 단계에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거나 '후배 법관들이 자발적으로 한 일'이라는 취지로 이같은 혐의 대부분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두 전직 대법관 진술이 행정처 실장급 이하 실무진 판사들 진술과 다른 부분에 대해 사실관계를 재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며 혐의를 다듬어 왔다.

전날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도 박 전 대법관은 혐의사실 전반을 부인하는 태도를 고수하며, 법원행정처 의견을 재판부에 전달한 것은 개입이 아니기에 '죄가 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소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변론과정에서 '박근혜 정부 국무총리직을 제안받았다'며 '청와대가 양 전 대법원장에게도 나를 국무총리로 보내달라 설득한 것으로 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거절했기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으나 검찰은 이같은 정황이 역으로 청와대와 법원행정처의 유착을 방증하는 것이라 보고 있다.

고 전 대법관 역시 부산 스폰서 판사 사건 등 일부 사실관계가 명확히 드러난 부분은 인정하면서도 주요 혐의에 대해선 부인했다. '청와대를 상대로 한 재판거래는 없었다' '주도적으로 사법행정권을 남용하지 않았다'며 선을 긋고, 박 전 대법관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혐의가 가벼워 구속 사안까지는 아니라 강조한 것으로 파악됐다.

두 전직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이른바 '방탄법원'이라는 질타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무 연결고리 역할을 한 임 전 차장 선에서 '꼬리자르기'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과 함께, 정치권과 소장 법관들을 중심으로 한 법관탄핵 주장에 더욱 힘이 실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은 기각 사유 분석과 동시에 추가 수사를 이어가며 재청구 여부를 고심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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