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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지덕지 검은 캔버스 널린 전시장…오스카 무리조 개인전

'관객과 공간과의 상호작용 이끌어내고자 했다"

(서울=뉴스1) 여태경 기자 | 2018-11-29 18:03 송고
국제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오스카 무리조가 자신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국제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오스카 무리조가 자신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검은 천들이 빨래처럼 전시장 곳곳에 걸려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전시장 바닥에도 검은 색 캔버스 천들이 바닥에 거적처럼 널려 있다.

물감과 먼지, 흙 등 시간의 흔적이 덕지덕지 덧칠해진 이 캔버스 천들은 콜롬비아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활동 중인 오스카 무리조(32)의 설치작품이다.
작가는 거죽처럼 펼쳐진 어두운 캔버스 군단 작업을 2015년 콜롬비아 국립대학교 미술관 개인전에서 처음 선을 보인 후 같은 해 베니스비엔날레 전시관 전면에 거대한 행렬의 깃발로 설치했고 2016년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2017년 샤르자 비엔날레에서도 장소특정적 설치로 이어오고 있다.

29일 한국에서의 첫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서울 삼청로 국제갤러리에서 만난 오스카 무리조는 "검은 천은 형태성을 줄이고 유동성을 더욱 강조함으로써 관객과 공간과의 상호작용을 이끌어내고자 했다"고 이 작업에 대해 설명했다.

검은 천 조각 사이사이에는 강렬한 색채의 물감으로 휘갈기고 분출한 회화 작품들이 걸려 있다. 이 작품들은 여러 크기의 천 조각들이 모여 하나의 캔버스를 만들어낸다.
그의 회화 작품들은 이번 전시 제목인 'Catalyst'(촉매제, 기폭제)와 맥이 닿아 있다.

오스카 무리조(Oscar Murillo)_pulsating frequencies_2017-18.(국제갤러리 제공)
오스카 무리조(Oscar Murillo)_pulsating frequencies_2017-18.(국제갤러리 제공)

11살에 가족과 함께 콜롬비아에서 영국으로 이주한 이민자이자, 세계 각지를 여행하며 활동하고 있는 그의 작업에는 '정착 혹은 안주의 불가능성'이 관통하고 있다.

쉴 새없이 이동하며 작업하는 그는 비행기 안에서 끊임없이 드로잉을 한다고 했다. 전시장에 걸린 낙서 같은 이 드로잉들에 대해 그는 "비행 중에 창밖을 보며 생각한 것들을 그린다. 강박적이라고 할 정도인데 그때 제가 느끼는 에너지를 여러분들도 받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오스카 무리조는 2007년 영국 런던에 있는 웨스트민스터 대학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한 후 중등학교 교사로 활동하다 곧 그만두고 남미로 여행을 떠났다. 그 후 2012년 영국왕립예술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하며 본격적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버려진 사탕 껍질이나 통조림 라벨 같은 것들을 그림에 편입하거나 화려한 컬러들과 병치해 특유의 에너지가 넘치는 회화로 재탄생시켜왔다.

회화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영상이나 퍼포먼스적 요소를 활용해 독특하고 악동스러운 작업을 선보이기도 했다.

무리조는 '캔디가 아트가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남미에서 유명한 과자회사의 공장(Colombina)을 뉴욕의 한 전시장에 재현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주자들을 둘러싼 광범위한 문제와 경제 및 무역의 세계화, 그리고 그에 따른 노동자 문제 등을 달콤하지만 가볍지 않게 풀어냈다.

전시는 국제갤러리 2,3관에서 내년 1월6일까지.


h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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