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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고액 과징금에 항공업계 "시대착오 행정" 분통

안전관련 과징금 폭탄 "되레 안전 위협 부메랑"
제주항공 90억원 과징금 "상식적으로 부당 "

(서울=뉴스1) 김정률 기자 | 2018-11-22 07:00 송고 | 2018-11-22 08:53 최종수정
제주항공 항공기. (제주항공 제공)© News1
제주항공 항공기. (제주항공 제공)© News1

국토교통부가 처벌 위주의 밀어붙이기식 과징금을 연이어 부과하자 항공업계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과징금 상한을 높이며 제재 위주의 정책을 펴고 있으나 과도한 규제가 안전 투자 위축으로 이어지는 등 제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임원이 형사처벌을 받을 경우 항공 관련법으로 신규 운수권 배분을 제한하기로 한 국토부의 규제 일변도 정책에 대한 불만과 맞닿아 있다.

관리·감독 주체인 국토부가 책임을 지기보다 기업만 옥죄고 있다는 것으로 구시대적 행정이 항공산업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22일 국회와 국토부에 따르면 항공 안전의무 위반 등으로 항공사에 부과된 과징금은 2015년 1000만원(1건)에서 지난해에는 42억6000만원(7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9월까지 부과된 과징금 총액은 132억9000만원(12건)으로 매년 최고액을 갈아 치우고 있다.
과징금 처벌은 늘었지만 정작 항공사고 예방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는 모습이다. 에어포털 집계 결과 항공사고 발생건수는 2014년 3건에서 2015년 1건, 2016년 8건, 지난해 5건 등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다.

국토부는 지난 2014년 항공기 사고나 안전규정을 위반한 항공사에 부과하는 과징금 시작금액을 1000만원에서 6억원으로 60배 상향조정했다. 과징금 상한은 기존 5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대폭 올렸다.

이후 과징금 부과금액이 천문학적으로 늘었는데 항공 안전지표는 개선되지 않았다. 징수한 과징금을 안전시스템 개선에라도 써야 하는데 이같은 재투자는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다.

여기에 과징금을 부과 받은 기업은 갑자기 발생한 손실로 안전 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설 여력이 사라지다보니 돈만 내고 안전지표 개선효과는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최근 제주항공 사례가 대표적인 경우다. 국토부는 제주항공이 위험물 운송허가 없이 리튬 배터리가 장착된 시계를 화물운송했다는 이유로 무려 9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제주항공은 리튬배터리가 장착된 시계를 안전허가 없이 운송한 점은 잘못이지만 90억원의 과징금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항공위험물운송기술기준 '별표24'에 따르면 승객 또는 승무원이 운반하는 초소형 리튬배터리는 위탁수하물 등으로 운송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운송화물과 위탁수하물간 형평성에 문제가 있는 것은 물론 화물 운송으로 발생한 매출 280만원의 3000배가 넘는 90억원의 과징금 부과는 과도하다는 주장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위험물 수송관련 허가를 받지 않은 부분은 잘못이지만 즉시 해당 물품 운송을 금지하는 등 제재 취지는 달성했다"며 "상식적으로 부당한 과징금이라고 보고 국토부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주원의 김진욱 변호사 역시 "화물운송 대상은 시계였는데 이를 리튬배터리를 수송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해석한 것은 법리적으로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며 "이같은 상황에서 수십억 원의 과징금 부과는 부당한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천문학적인 과징금을 고집해 기업들이 안전부문에 투자해야 할 자금 여력이 떨어진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과도한 과징금이 항공안전지표 개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악순환이 발생하는 배경이다. 오히려 대형 사고를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 못한다. 

제주항공의 올해 3분기까지 영업이익은 각각 △1분기 464억원 △2분기 116억원 △3분기 378억원이다. 90억원의 과징금은 2분기 전체 영업이익과 비슷한 수준으로 끝내 과징금을 내야할 경우 제주항공은 사실상 한 분기를 헛장사한 꼴이된다. 이 경우 이익 감소는 물론 안전 등 사업재투자 여력 축소가 불가피하다.

업계 관계자는 "과징금이 최대 100억원에 이르는데 어떤 항공사가 문제를 발견해 자진신고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수정하려고 하겠냐"며 "과도한 처벌위주의 제도로 항공사가 잘못을 스스로 시정할 기회를 갖지 못하게 되면 더 큰 안전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jr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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