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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뷰티업계 특허·상표권 소송 '봇물'…소송건수 2배 급증

치열해진 '지식재산권' 전쟁…전담팀 꾸려 대응
업계 "펌핑 치약 소송 이례적, 앞으로 소송전 격화 전망"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2018-11-22 07:3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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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생활용품 업계에서 지식재산권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소송전으로 비화되고 있다. 업계 선두 업체들이 전담팀을 꾸려 특허권뿐 아니라 상표권 방어에도 본격 나서면서 소송 건수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실제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등이 등록한 상표는 수만건일 정도로 최근 몇 년 새 폭발적으로 늘려온 것으로 나타났다. 지식재산권(IP)이 중시되는 시대 흐름에 맞춰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LG생건 상표 출원·등록 시도만 약 5만건, 아모레퍼시픽 제쳐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표 생활뷰티 기업으로 꼽히는 아모레와과 LG생건의 지난해 기준 계류 중인 소송 건수는 2016년 대비 약 2배 늘었다.

먼저 아모레퍼시픽의 지난해 소송은 총 32건(피소 13건·제소 19건)으로 전년 18건(피소 10건·제소 8건)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피소는 3건 늘어나는데 그친 반면 아모레퍼시픽이 제기한 소송은 11건 증가했다. 소송내용은 주로 특허 침해금지와 손해배상 등이 주를 이뤘다. 소송금액은 60억6900만원에서 77억3300만원으로 27% 늘었다.
LG생건도 지난해 총 22건(피소 13건·제소 9건)의 소송이 계류돼 전년 11건(LG생건 3건·더페이스샵 1건·HTB 2건·코카콜라 3건) 대비 2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LG생건은 세부내용을 밝히고 있지 않아 구체적인 내용은 파악이 힘든 상황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아모레퍼시픽과 마찬가지로 상표 및 특허권 관련 소송이 대부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애경산업의 올해 소송 건수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올해 3분기 말 4건(피소 2건·제소 2건)으로 이를 연간으로 환산하면 지난해 6건과 큰 차이가 없다. 여기에 지난달 LG생건이 제기한 '펌핑 치약' 건은 포함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최근 LG생건이 애경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펌핑치약' 소송이 지식재산권 충돌이 격화된 대표 사례로 꼽았다. LG생건은 애경산업이 펌핑치약이란 상표를 침해했다며 상표법 위반 및 부정경쟁행위를 주장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다만 이 소송이 아이디어의 진보성과 혁신성을 주장하기보다는 '펌핑'이란 단어를 넣은 상표를 쓰지 말라는 내용이어서 이례적으로 보고 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지식재산권 확보 경쟁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란 설명이다.

실제로 아모레퍼시픽과 LG생건은 최근 몇 년 새 지식재산권 방어와 경쟁력 확보 측면에서 특허와 상표 출원·등록을 크게 늘려왔다. 특히 아모레퍼시픽이 출원·등록을 시도한 상표는 3만1600여건에 달했다. 자회사 이니스프리와 에뛰드이 출원·등록 시도도 각각 790여건과 1400여건으로 집계됐다.

아모레퍼시픽 경우 2014년 12월1일자로 법무팀과 지식재산팀을 법무사업부와 지식재산부로 승격하고 특허 조사·분석 및 특허 출원·등록, 지적재산권(특허·실용신안·의장·상표) 관련 소송 등을 강화한 바 있다.

LG생건은 '펑핌'이라는 키워드로만 8번 상표 등록을 신청했다.© News1

LG생건도 적극적으로 지식재산권 방어에 나서고 있다. '특허정보넷 키프리스'에서 확인되는 '주식회사엘지생활건강'의 상표 출원·등록 시도는 1만8000여건이다. 자회사 더페이스샵도 3500여건의 상표 출원·등록 시도를 했다.

LG생건은 '펑핌'이 들어간 키워드로 5번 상표 출원·등록을 신청했다. 이중 '페리오 펌핑'과 '페리오 펌핑치약', '페리오 스무디 펌핑'이 상표로 등록됐다. 이번 애경산업과의 소송은 '페리오 펌핑치약' 상표를 침해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LG생건은 '페리오 펌핑치약'에 대해  2013년 첫 출시 뒤 5년 동안 1500만개 이상을 판매할 정도로 성장한 만큼 제품명 보호 차원에서 소송을 제기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애경산업은 지난 7월 '2080 펌핑치약'을 출시했다.

LG생건은 이번  제품명 '펌핑'을 두고 일반화된 표현이 아닌 고유명사로 봐야 하기 때문에 상표법 및 부정경쟁방지및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률 위반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반면 애경 측은 송장을 받은지 얼마 안 돼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란 입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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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제품' 범람에 특허·상표로 대응, 해외 '짝퉁제품'도 영향"

앞서 LG생건과 애경산업은 '솔트소금'을 사용한 치약을 두고도 분쟁을 벌인 바 있다. 다만 소송으로 번지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LG생건은 자사가 '히말라야 핑크솔트 담은 치약'을 출시하자 애경산업이 콘셉트와 용기가 비슷한 '2080 퓨어솔트 치약'을 뒤이어 내놨다고 주장했다.

아모레퍼시픽, LG생건, 애경은 이번 펌핑치약 외에도 지식재산권을 방어하고자 수많은 법적다툼 벌여왔다. 특히 아모레퍼시픽이 원조를 강조해온 '쿠션팩트' 특허권을 두고 치열했다. LG생활건강, 코스맥스(에이블씨엔씨·네이처리퍼블릭·토니모리·투쿨포스쿨·에프앤코) 등 업체들간 공방에서 대법원이 '진보성 결여'를 이유로 코스맥스 측 손을 들어주면서 일단락 됐다.

이보다 앞서 아모레퍼시픽과 LG생건은 쿠션제품의 핵심인 '발포우레탄’을 두고 치열한 특허전쟁을 벌이다 2015년11월 아모레퍼시픽의 쿠션 특허와 LG생건의 치아미백패치 적용 특허를 서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합의하면서 특허 관련 소송을 모두 취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들의 소송이 증가하는 요인으로 해외진출 과정에서 상표권 방어 소송이 늘어나고 있는 영향도 크다고 설명했다. 실제 아모레퍼시픽과 LG생건은 중국과 아시아 등지에서 위조품이 늘자 현지법인에 '위조품 전담대응팀'을 만들어 소송 등 강경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일례로 아모레퍼시픽은 중국에서 라네즈 브랜드 공식홈페이지처럼 짝퉁사이트를 운영한 업체를 상대로 상표권 소송을 제기해 손해배상금을 받아냈다. 중국에서 '짝퉁 화장품'이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설화수' '이니스프리' '라네즈' '헤라' '아이오페' 등 브랜드 위조품을 생산·유통한 현지 업자들이 잇따라 징역형을 받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경쟁업체의 인기 제품을 모방하는 일명 '미투 상품'이 계속 나오면서 제품을 먼저 출시한 업체들이 관련 특허와 상표 출원 및 등록을 일단 시도해보는 추세"라며 "일각에선 업계의 선두주자들이 후발사업자를 막기 위해 과도하게 특허 및 상표권을 활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고 말했다.


ideae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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