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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 속 타는 현대차…市는 휘둘리고·노조는 실력저지

광주시-현대차, 광주공장 투자협상 '지지부진'
현대차 노조 21일 총파업 참여, 정부·국회 수수방관

(서울=뉴스1) 임해중 기자 | 2018-11-19 15:41 송고 | 2018-11-19 18:03 최종수정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민주노총 울산본부 조합원들이 14일 울산시청 정문 앞에서 광주형 일자리 투자 반대 집회를 가지고 있다(뉴스1DB)© News1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민주노총 울산본부 조합원들이 14일 울산시청 정문 앞에서 광주형 일자리 투자 반대 집회를 가지고 있다(뉴스1DB)© News1

"물에서 건져놨더니 보따리 달란다."

광주 완성차 위탁생산 공장 투자 협상을 진행 중인 현대자동차 속마음을 가늠해본 말이다. 한국 자동차 산업의 고질병인 고비용·저생산성 한계를 극복하고 광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자 투자 참여를 선의로 검토했으나 정책이 오락가락하며 현대차만 곤란한 상황에 내몰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민주노총 산하 현대차 노조는 광주공장 투자와 탄력근로제 확대 반대를 이유로 총파업 참여를 예고했다. 고임금·저생산성 비판을 받던 기존 노조 입장에서 합리적인 임금으로 차를 생산하는 공장 설립이 달가울 리 없다. 일자리 창출은 정책 주요 과제인데 현대차 참여를 독려하고 있는 정치권과 정부는 정작 노동계 설득에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1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21일 예정된 민노총 총파업에 참여할 예정이다. 규모 등이 확정되지 않았으나 노조 대의원 중심으로 총파업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파업에도 당장은 큰 피해가 없을 전망이다. 그러나 민노총이 경제불황 극복과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맞춘 정부 정책에 반기를 들고 자칫 사태가 장기화될 우려가 있다. 공장을 볼모로 한 파업이 확대되면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 놓인 현대차는 생산차질까지 걱정해야 한다.

정치권과 정부는 다른 노동자의 일자리를 위해 기존 노조의 양보를 호소했으나 말에 그치고 있다. 노동운동 출신의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까지 "말이 안 통한다"고 쓴 소리를 쏟아냈지만 기존 노조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광주 일자리에 현대차 근로자들의 대승적 협조를 요청한다"는 이낙연 국무총리 요청에 기존 노조는 오히려 강경 파업을 예고했다.

기존 노조 양보는 요원한데 광주시는 투자유인이 낮은 협상안으로 현대차 참여를 압박하고 있다.

광주시가 현대차에 매달리는 이유는 단순하다. 공장을 짓고 근로자의 적정임금을 보장하려면 안정적인 일감을 확보해야한다. 국내 완성차 메이커 중 일정 물량 이상의 내수생산을 맡길 수 있는 업체는 현대차가 유일하다.

한국지엠(GM)은 문 닫을 위기에 처했다가 겨우 회생의 발판을 마련했고 르노삼성은 부산공장만으로 내수생산 설비는 충분하다. 우리나라에 공장을 짓겠다는 외국계 완성차 브랜드가 있을 리 없으니 현대차가 빠지면 광주형 일자리 계획 추진 자체가 어렵다.

현대차가 실적부침과 판매부진에도 불구하고 국내투자 참여를 검토했던 것은 광주시와 정부의 이런 고민을 이해했기 때문이다. 마진율이 낮은 1000cc 미만 경차생산을 위탁해 원가부담을 줄일 수 있다면 현대차도 큰 손해를 감수할 필요가 없는 조건이었다.

그런데 광주시가 한국노총 중심의 지역 노동계와 임금 및 원·하청 요건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당초 현대차가 동의했던 협약 내용이 뒤집어졌다. 안정적 노사관계를 위한 임단협 유예(5년) 조건은 빠졌고 근무시간도 주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변경됐다.

또 광주시 협상단은 노동계 의견을 수용해 "근무시간과 연봉을 법인 설립 후 협의한다"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여기에 공장의 장기운영을 위해 중장기적으로 친환경차 위탁 등을 요구하며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다.

공장 운영 주체는 광주시지만 이런 분위기라면 공장 임금 인상 및 생산물량 책임을 원청 즉 현대차에 전가할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가 기존 노조 파업까지 감수하고 투자에 나설 이유가 없는 조건이다. 광주시의 협상 방식을 놓고 "물에서 건져놨더니 보따리 달란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소한 민주노총 산하 현대차 노조라도 정부와 정치권이 나서 설득해줘야 하는데 적극적인 의지가 엿보이지 않는다"며 "광주시는 이달 말까지 결론을 짓겠다는 입장이지만 수차례 데드라인을 연기한 전례를 볼 때 계획 자체가 좌초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haezung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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