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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려야 골이 나온다…어려운 주문 주저없이 실천하는 황의조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2018-11-18 17:59 송고 | 2018-11-18 18:17 최종수정
근래 인기는 손흥민을 능가하는 황의조의 가장 큰 장점은 주저없이 슈팅을 시도한다는 것이다. © News1 임세영 기자
근래 인기는 손흥민을 능가하는 황의조의 가장 큰 장점은 주저없이 슈팅을 시도한다는 것이다. © News1 임세영 기자


지난 2002년 월드컵 전후로 선수들의 유럽진출이 가속화 된 이후 축구 팬들의 가장 큰 관심대상은 아무래도 유럽파였다. 안정환을 시작으로 박지성이나 이영표 시대를 거쳐 박주영, 기성용, 이청용을 지나 지금의 손흥민이나 황희찬, 이승우에 이르기까지 때마다 한국 축구계의 가장 '핫'한 인물은 유럽을 기반으로 뛰고 있는 선수들이었다.
물론 유럽에서 활약하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언젠가부터 '유럽파' 자체로 신기함을 주는 단계는 지났다. 그래도 여전히 대표팀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이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에 팬들의 환호성이 그들을 향하는 것은 이상할 것 없는 일이다.

K리거는 물론이고 일본이나 중국, 중동에서 활약하는 아시아권 선수들이 유럽파의 기량이나 인기를 넘는 것은 드물었다. 전혀 없는 일은 아니나 흔치는 않았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J리그 감바 오사카 소속의 스트라이커 황의조를 향한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는 분명 이례적이다.

적어도 11월 현재 그의 인기는 손흥민이나 기성용이 부럽지 않다. 사실 인기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이전에도 기록과는 별개로 높은 인기를 구가하는 선수들이 종종 있었다. 하지만 황의조는 실력으로 시선을 빨아들이고 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17일 오후 호주 브리즈번의 선코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호주와의 평가전에서 1-1로 비겼다. 종료 직전 통한의 동점골을 내줘 무승부에 그친 것은 아쉬운 대목이나 벤투 감독 부임 후 2승3무 무패행진은 이어가면서 상승세를 이어갔다. 주축들 다수가 빠졌다는 것, 벤투호의 첫 원정이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나쁘지 않은 결과인데 수훈갑은 단연 황의조다.
사실 90분 내내 일방적으로 밀렸던 경기다. 그간 팀의 중심을 잡아주던 기성용-정우영 듀오가 동시에 빠진 대표팀은 후방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한 채 계속 위기를 자초했고 소유권을 찾고도 앞으로 나가는 길을 보지 못해 다시 수비하기에 바빴다. 그러다 딱 한방으로 분위기를 바꿨다.

전반 22분 한국 페널티에어리어 근처에서 김민재의 롱킥이 호주 쪽을 향했고 황의조가 그야말로 비호처럼 튀어나가 골키퍼와의 단독 찬스를 잡았다. 그리고 황의조는 침착한 터치 후 빠른 오른발 슈팅을 시도했고 그의 발을 떠난 공은 대각선 낮은 궤적으로 날아가 호주 골라인을 통과했다. 이날 한국의 첫 슈팅에서 골이 나왔다. 그야말로 '원샷원킬'이었다.

황의조이라는 스트라이커의 장점이 잘 드러났던 득점 장면이다. 호시탐탐 상대 뒷공간을 파고들 준비를 하고 있던 황의조는 최후방 수비수 김민재의 상황을 정확히 체크하고 있다가 기민한 놀림으로 공간을 확보했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슈팅을 시도했다. 만약 슈팅 타이밍이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몸을 던진 수비에 걸릴 공산이 컸다.

복잡한 계산 없이 찬스가 나면 곧바로 슈팅을 시도하는 스트라이커다운 본능과 건강한 이기심이 지금의 황의조를 만들었다.

골의 전제조건은 슈팅이다. 아무리 화려한 개인기로 상대 수비를 4~5명 쓰러뜨린다고 해도 슈팅을 시도하지 못하면 골을 넣을 수가 없다. 많은 축구인들이 "어떤 형태로든 슈팅을 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이렇듯 '슈팅을 해야 골이 나온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말이지만 사실 쉬운 과제는 아니다. 특히 잘하고 싶은 욕심보다는 실수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큰 어린 시절을 보낸 선수들에게는 더더욱 어려운 주문인지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일단 과감하게 시도하는 황의조가 반갑다.

과감한 슈팅 속에서 골망을 흔드는 빈도가 늘어나니 자신감이 또 늘어나 보다 적극적인 플레이가 가능해지고 있다. 긍정적인 선순환이다. 기록도 기록이지만, 팬들이 '갓의조'라는 수식어를 보내는 것은 고구마를 먹은 듯 주저하는 모습 없이 사이다처럼 슈팅하는 그의 스타일이 적잖은 몫을 차지하고 있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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