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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으로 내내 앞서다 통한의 1분… 이런 것도 축구다

벤투호, 호주와의 원정에서 1-1 무승부
황의조 선제골로 앞서 갔으나 후반 49분 동점골 내줘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2018-11-17 20:10 송고 | 2018-11-17 20:24 최종수정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호주 원정에서 1-1 무승부를 거뒀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 News1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호주 원정에서 1-1 무승부를 거뒀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 News1

"이런 것도 축구"라는 표현은 내용과 결과가 일치하지 않았을 시에 주로 사용하는 문장이다. 호주 입장에서는 내내 경기를 주도하고도 0-1로 패색이 짙어지던 후반 추가시간까지 '이런 것도 축구'라는 표현이 맴돌았을 것이다.

반면 한국 팬들은 1-0으로 끝날 경기가 마지막 1분을 지켜내지 못해 1-1로 마무리 됐을 때 '이런 것도 축구'라고 한탄했을 경기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17일 오후 호주 브리즈번의 선코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호주와의 평가전에서 1-1로 비겼다. 한국은 전반 22분 나온 황의조의 선제골을 종료 직전까지 지켜내면서 승리를 거머쥐는 듯했다. 내용은 완벽하게 밀렸으나 결과를 챙기는 이정표를 세울 수 있었다. 하지만 종료직전 동점골을 내주면서 1-1로 마무리했다.

"선수 구성에 변화가 있지만 지금까지 우리가 유지한 스타일을 얼마나 완성도 있게 유지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선수들이 달라져도 우리의 축구 철학과 스타일은 이어져야한다. 그리고 첫 원정경기다. 우리 팀이 분위기와 환경이 달라지는 원정에서 어떤 모습일지 보고 싶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11월 A매치 2연전에 나설 명단을 발표하면서 전한 메시지다. 압축 시키면 "선수는 달라졌어도 경기력은 같아야한다"로 정리할 수 있는 내용이다. 어려운 주문이었고 실행도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고 나름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한국은 손흥민과 기성용을 비롯해 황희찬, 이재성, 정우영 등 핵심 선수들 6~7명이 빠졌다. 반면 호주는 베스트라 칭해도 무방했다. 안방에서 정예로 나선 호주와 원정길을 1.5군으로 임해야하는 벤투호. 어려운 경기가 불가피했다.

시작과 함께 완벽하게 호주의 페이스였다. 전방부터 강한 압박을 시도해 한국 수비수들을 급하게 만들었고 어수선한 상황에서 공간이 만들어지면 망설이지 않고 슈팅을 구사했다. 점유율도 실제 찬스도, 모두 호주가 앞섰다.

한국은 주로 골킥에서 공격을 시작했는데, 이내 소유권을 넘겨주면서 어렵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벤투호 출범 후 꾸준히 추구하던 후방 빌드업은 잘 보이지 않았다. 기성용과 장현수의 빈자리가 너무 빨리 느껴지면서 안정된 전진이 쉽지 않았고, 쫓기는 상황만 반복되면서 과거처럼 급급하게 전방으로 공을 보내기 바빴다.
한국은 황의조의 선제골로 내내 앞서 갔으나 종료 직전 통한의 동점골로 1-1 무승부에 그쳤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 News1
한국은 황의조의 선제골로 내내 앞서 갔으나 종료 직전 통한의 동점골로 1-1 무승부에 그쳤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 News1

그렇게 밀리던 경기가 딱 한 장면과 함께 확 바뀌었다. 전반 22분 한국 진영에서 김민재의 롱킥이 호주 쪽으로 향했고 이를 원톱 황의조가 잡아내면서 스타디움 공기가 차가워졌다. 그리고 황의조는 침착하고 빠른 터치 후 오른발 슈팅을 시도해 대각선 낮은 궤적으로 공을 보내 득점을 성공시켰다. 그야말로 원샷원킬, 이날의 한국의 첫 슈팅에서 골이 나왔다.

황의조의 급브레이크와 함께 호주가 크게 휘젓고 있던 경기 방향이 다소 균형을 찾을 수 있었다. 그간 일방적으로 밀리던 한국은 황의조의 득점 후 보다 높은 위치에서 플레이하는 모습이 나왔다. 하지만 완벽한 반전은 어려웠다.

다소 주춤하던 호주는 이내 점유율을 높이고 다시 한국을 압박했고 또 골문을 노렸다. 전반에만 호주의 슈팅이 10개였을 정도다. 반면 한국은 황의조의 슈팅 1개가 전부였다. 앞서고는 있으나 불안했던 이유다. 게다 한국은 전반에만 구자철과 황의조가 모두 부상으로 빠지는 악재도 발생했다.

후반전의 전체적인 모양새 역시 전반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여전히 공격 주도권을 쥐고 있는 쪽은 호주였다. 한국 입장에서 결정적 실점 위기라고 느껴진 장면도 꾸준히 나왔다. 이날 호주의 슈팅 정확성이 꽤 떨어졌다는 게 한국으로서는 다행이었다.

후반 중반 이후 한국은 무리한 전진을 자제하고 수비 쪽 비중을 높이는 선택을 내렸다. 여러모로 어려운 여건에서 리드를 잡고 있을 때 승리를 '지켜내는 것'도 중요한 일이고 벤투 감독은 그 힘을 선수들에게 주문한 모양새였다. 특히 내년 1월 AFC 아시안컵이라는 중요한 토너먼트 대회를 앞두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결과가 최우선되는 경기에 대한 연습도 필요했다. 

후반 25분 주세종의 프리킥이 호주 골키퍼 손끝에 걸리는 아쉬운 찬스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상황은 한국에게 유리할 것 없었다. 한국 팬들 입장에서는 손에 땀이 마를 순간이 없을 정도로 위기가 많았다. 하지만 끝까지 한국 선수들의 집중력은 높았다.

거의 모든 선수들이 몸을 내던지는 투혼을 발휘했고 김승규 골키퍼가 침착하게 판단하던 한국의 최후방은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실점을 허용치 않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후반 추가시간 통한의 실점을 내주면서 다 잡았던 승리가 물거품 되는 아쉬운 결과가 나왔다. 심판 판정에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었으나 선수들의 항의에도 번복되지 않았고 결국 1-1 무승부로 마무리됐다.

승리를 챙기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그래도 벤투호 출항 후 5경기 무패(2승3무)를 이어갔다는 것과 원정에서도 버티는 힘을 보였다는 것 등 소득이 전혀 없지는 않았던 경기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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