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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에 분노한 사우디 "사기당했다…원유감산 강행"

(아부다비 로이터=뉴스1) 양재상 기자 | 2018-11-16 01:58 송고 | 2018-11-16 06:51 최종수정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로이터=News1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로이터=News1

지난 여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사우디에게 이란 원유 수출 감소분을 메우기 위한 증산을 요청했고, 사우디는 이에 신속하게 대응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원유 수출을 제로(0)로 만드는 대신, 예외를 허용해 당분간 시장 내 이란 원유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기조를 전환하리라는 사전통보는 사우디가 받지 못했다고 석유수출국기구(OPEC) 및 업계 소식통들은 말했다.
미국의 조치로 원유시장 내 과잉공급 우려가 커지자, 사우디는 분노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사우디는 OPEC을 비롯한 동맹국들과 함께 산유량을 일평균 140만배럴 줄이는 방안을 현재 고려 중이라고 소식통들이 이번주 로이터에 전했다. 추진되고 있는 감산량은 세계 공급의 1.5%에 해당하는 규모다.

사우디 에너지정책에 밝은 한 고위 소식통은 "사우디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크게 분노했다. 그들은 더 이상 트럼프 대통령을 믿지 않으며, 감산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 그들은 (이란 제재 관련) 예외 허용에 대해 사전에 고지받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미국은 예외 허용이 일시적인 것이며, 이는 제재 이후 이란 외 다른 공급처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는 동맹국들을 위한 것이라고 말해왔다.
지난 5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란의 원유 수출을 '즉시 제로로' 줄였으면 시장이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는 유가 상승을 원하지 않는다"라고도 말했다.

사안에 정통한 한 미국 소식통은 "사우디는 예외 허용을 사전에 고지받았든 그렇지 않든 상관없이 분노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국무부의 한 관료는 "우리는 외교적 소통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의 이란제재 예외 허용은 사우디와의 긴장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는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으로 이미 고조되고 있었다.

사우디 석유정책에 밝은 두번째 소식통은 "사우디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완전히 사기당했다고 느끼고 있다. 그들은 미국이 매우 가혹한 이란제재를 밀고 나가리라는 예상에 따라 증산을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그리고 그들은 미국의 이란제재가 온건해지리라는 사전고지를 받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사우디 에너지부는 로이터의 사안 관련 답변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올 여름 사우디는 OPEC+(감산합의에 참여한 산유국들)의 일평균 약 100만배럴 증산 결정을 주도했다. 미국의 이란제재 시행 이후 나타날 유가의 상승폭을 제한하기 위한 조치였다.

지난달 브렌트유는 공급부족 우려 탓에 배럴당 86달러선을 넘기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과잉공급 우려 탓에 배럴당 약 66달러 수준으로 내렸다.

이달 초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가 하락을 원하고 있었다. 미국은 이란 원유를 수입하는 8개국에 180일 유예기간을 줬다. 당초 예상보다 더 많은 예외를 허용한 셈이다.

사우디의 정책 구상에 밝은 소식통들의 말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우방인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자신의 경제개혁안 추진을 위해 배럴당 80달러 이상의 유가를 원하고 있다.

OPEC+의 원유 생산정책 논의에 정통한 걸프지역의 한 고위 소식통은 "예외 허용은 전혀 예상에 없었다. 특히나 증산 결정 이후 예외 허용이 발표될 것이라는 전망은 전무했다. 일부는 낙담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은 예외 허용 대상국들에게 시간 제한을 적용해둔 상태다. 게다가 어느만큼의 원유를 수입할 수 있을지도 예외 허용국들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결제 제한도 완화해주지 않아 수입 절차는 복잡한 상황이다.

이란의 원유 수출은 올해 앞서 일평균 280만배럴까지 늘었지만, 11월에는 일평균 약 100만배럴 수준으로 줄어드는 등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예외 허용 덕에 12월에는 산유량이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일지는 확실하지 않다.

사우디의 관심사는 지난 2014년 유가를 배럴당 30달러까지 끌어내렸던 과잉공급 상황을 피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란 원유 공급 수준이 얼마나 될지 확실하지 않기에, 사우디는 산유량 수준을 정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러시아가 최근 수개월 동안 산유량을 급격히 늘린데 이어 내년 증산을 예고해 문제는 더 복잡해졌다.

때문에 사우디는 러시아를 설득해 신규 감산조치에 동참하도록 종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블랙골드 인베스터즈의 게리 로스 최고경영자(CEO)는 "처음 사우디는 유가가 배럴당 86달러까지 오르도록 놔뒀고, 이후에는 시장에 공급을 풀었다. 유가가 계절적 약세를 보이는 이 시점에서 사우디가 충분한 감산을 할 수 있을까? 러시아가 동참하지 않는 한 믿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감산을 단행할 경우, 사우디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의 산유량과 씨름해야 한다. 미국의 산유량은 사상 최대인 일평균 1100만배럴 이상을 기록한 상태이며, 내년에는 더 많이 증가하리라 전망되고 있다. 게다가 내년에 송유관 인프라가 활성화하면, 미국의 원유 수출은 급증할 가능성도 있다.

래피단 에너지그룹은 현재의 공급 여유분이 내년 초 수개월보다도 훨씬 오래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래피단은 "현재 시장은 예상보다 온건한 이란제재, 내년 원유재고의 급증 등의 요인을 유가에 반영했다. 따라서 우리는 OPEC+가 내년부터 1년 넘는 기간 동안 과잉공급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는 전망을 강조하고자 한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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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ci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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