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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이정협처럼…호주서 신데렐라 꿈꾸는 도전자들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2018-11-14 11:39 송고
슈틸리케 감독의 황태자였던 이정협. 그때 그 이정협처럼 신데렐라가 될 주인공은 누구일까. © News1
슈틸리케 감독의 황태자였던 이정협. 그때 그 이정협처럼 신데렐라가 될 주인공은 누구일까. © News1

2014년 12월부터 2015년 1월 사이, 대략 두 달에 불과한 시간동안 축구계에 '신데렐라'로 떠오른 이가 있다. 당시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있던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흙속에서 캐낸 진주 이정협이 그 주인공이다.
이정협은 골수 K리그 팬들조차 잘 알지 못하는 무명에 가까운 선수였다. 군팀 상주상무 소속의 이정협이 국가대표가 될 것이라 예상한 사람은 슈틸리케 감독을 제외하고는 전혀 없었다고 해도 과언 아니다. 이정협 자신도 놀랐던 일이다. 상주상무에서도 사실상 백업에 가까웠던 그는 2014년 12월 제주도 전지훈련 당시 "처음에는 정말 내 이름이 맞는가 싶었다"며 대표팀 명단에 합류한 자체로 경사라고 웃었다.

많은 이들이 테스트에 그칠 것이라 전망했다. 하지만 이정협은 슈틸리케가 내민 '유리 축구화'를 신고 진짜 신데렐라로 거듭났는데, 그 무대가 2015년 1월 호주에서 열린 아시안컵이다. 중요한 고비마다 골까지 기록한 이정협은 '군데렐라'라는 애칭까지 얻으며 팀의 준우승을 견인했다. 시쳇말로 인생 역전이었다.

이후 기대와 달리 성장세가 주춤해졌으나 당시 이정협은 분명 반짝거렸다. 당시의 이정협처럼 어떤 지도자가 지휘봉을 잡은 뒤 뚜렷한 상승세를 타거나 이전과 다른 존재감을 보이는 선수가 나타나는 일들이 왕왕 있다. 지난 러시아 월드컵에서 신태용 감독의 선택을 받았던 조현우나 문선민도 비슷한 케이스다.

아무래도 기존 주축들의 자리를 넘보는 도전자 입장에서는 신데렐라를 꿈꾸기 마련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 체제 하에서도 그런 인물이 나올 수 있다면, 11월 원정 A매치 일정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핵심선수들이 대거 빠져 지금껏 입지가 단단하지 않았던 이들에게 기회가 돌아갈 공산이 크고 마침 배경이 호주라 또 흥미롭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오는 17일 호주, 20일 우즈베키스탄과 호주 브리즈번에서 두 차례 평가전을 갖는다. 2018년 마지막 A매치이면서 벤투 감독 부임 후 처음으로 진행되는 원정경기다.

최근 4경기 2승2무 상승세를 잇기 위해 좋은 결과가 필요한데, 아쉽게도 베스트 전력을 가동할 수가 없다. 손흥민, 황희찬(이상 FW), 기성용, 정우영, 이재성(이상 MF), 장현수, 김문환(이상 DF) 등 포지션별 주축들이 각기 다른 이유로 함께 하지 못한다. 팀으로서는 여러 악재가 겹쳤으나 누군가에게는 호재다.

손흥민과 황희찬이 빠진 공격진에서는 J리그 6경기 연속득점 등 물오른 골감각을 과시하고 있는 황의조가 '메인'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찬스다. 대표팀이 한국을 떠나던 지난 12일 인천공항 화장실 앞에서 사인회를 해야 했을 정도로 큰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황의조가 인상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뿌리를 내릴 수 있다. 불운한 유럽파 석현준, K리그2 득점왕 나상호 등은 대세를 꺾는 임팩트가 필요하다.

핵심 미드필더들이 대거 빠진 중원은 그야말로 기회의 장이다. 오랜만에 대표팀에 복귀한 구자철, 이청용 등 베테랑과 '중동의 메시' 남태희 등 올드 보이들과 함께 김승대, 김정민, 문선민, 이진현, 주세종, 황인범 등 젊은 피들이 벤투 감독의 눈도장을 받기 위해 이를 악물 무대다. 수비진 역시 다르지 않다.

벤투 감독이 수비라인의 기둥으로 점찍었던 장현수가 대표 자격을 상실하면서 수비라인도 새롭게 판을 짜야한다. 장현수가 맡았던 '축'의 역할을 누가 맡게 될 것인지, 여전히 무주공산 느낌이 강한 좌우 풀백 주인은 누가될 것인지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전만이다. 김승규-조현우-김진현이 비슷한 선상에서 대기하는 수문장 자리도 아직 안개정국이다.

소위 'OOO의 황태자'나 '신데렐라'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불쑥 튀어 올랐다. 그때 그 이정협처럼 솟구치는 진주가 나온다면, 그는 월드컵 다음으로 큰 대회인 1월 아시안컵 본선 엔트리에 합류할 공산도 크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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