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 정치 > 국회ㆍ정당

"골프채로 맞았다" "뽀뽀 성추행" IT업계 폭력 증언 '봇물'

'양진호 사태로 본 IT 노동자 피해 사례 보고대회'서 성토
열정페이 내세워 노동 착취·욕설 및 모멸감으로 '압박'

(서울=뉴스1) 나혜윤 기자 | 2018-11-13 11:41 송고 | 2018-11-13 11:53 최종수정
© News1 DB

최근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직원 폭행사태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IT 업계의 갑질과 폭행 사례가 추가로 터져나와 사회적 공분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위디스크 양진호 회장 폭행사태로 본 IT 노동자 직장갑질·폭행 피해 사례 보고회'에서는 다양한 IT 업계 노동자들의 피해 사례가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공단기'·'영단기' 등으로 잘 알려진 온라인 교육업체 '에스티유니타스' 직장괴롭힘 피해자 고(故) 장민순씨의 언니 장향미씨는 "회사는 근로기준법을 무시한 채 월 69시간 연장근로시간과 29시간의 야간근로시간을 전제로 포괄임금계약을 맺고 별도 수당없이 걸핏하면 일일 12시간 넘는 장시간 노동을 직원에게 강요했다"고 말했다.

장씨는 "작년 11월 한달 동안 직장상사는 동생에게 최소 4명이 해야 할 분량의 일감을 몰아주면서 정확한 업무가이드도 없이 결과물에 대한 질책과 컨펌까기를 반복하면서 모멸감을 주는 방식으로 동생을 괴롭혔다"며 "당시 동생은 이를 퇴사 강요로 느낄만큼 심한 압박감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장씨의 직장 상사는 퇴근 전 매일 작성하는 업무일지에 자아비판, 반성문 형태의 내용을 작성하도록 종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씨가 채식주의자였음에도 고기를 먹으라고 강요한 일도 있었다고 장씨의 언니는 증언했다.

또 다른 IT 스타트업에서 2년 반 동안 근무한 디자이너 김현우씨는 "총 15만원의 용돈을 받았다"며 "바닥에 돗자리를 깔고 자고 편의점 음식을 먹는 숙식 생활을 강요당하며 집에는 한달에 한두 번 가는 게 고작이었다"고 증언했다.

김씨는 "개인 사생활과 물건을 전부 금지당한 채 새벽을 지새우는 업무를 지속해왔다"며 "쉽게 말하면 열정페이, 노동착취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지분 관계가 복잡하면 투자를 받기 힘들다는 말에 지분 계약은 구두로만 약속하여 뒤로 미뤄두었다"며 "실체가 없는 지분이었지만 투자한 시간이 있는 만큼 회사 내부 인원들은 회사를 내쫓기는 것을 두려워했고, 셔츠의 색상을 잘못 입고 출근했다는 이유로 (한 직원은) 골프채로 맞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보고회에서는 IT 업계의 '갑질 및 폭행' 사례가 공개됐다. 한 하청(인력업체)는 일방적인 계약종료를 통보받게 되어 인력업체에게 사유를 묻자 "IT 업계 블랙리스트가 있다"며 조용히 나가라는 식으로 프리랜서를 협박했다.

외국계 기업의 사례도 있었다. 한 IT 프리랜서가 원청회사 관리자로부터 지시받은 업무에 대한 개인 의견을 말하자 관리자는 "이런 XX", "웃긴 XX네 이거" 등의 욕설과 폭언을 퍼부었다. 인격적으로 무시당하는 강한 모욕을 받았지만 계약관계상 '을'의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참을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성추행 사례도 만연해 있었다. 가산디지털단지에 있는 직원 30~40여명 규모의 솔루션 개발사는 지속적으로 신입만 1년 계약직으로 채용해 고용노동부의 임금 지원을 계속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 종로 시점(1년)이 가까워지면 노동자를 해고할 것인지, 연장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남성 직원의 성기나 여성 직원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고 볼에 뽀뽀를 시키는 성추행이 일어나 직원들은 특히 회식 때 자리 배치를 항상 고민하고 걱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농협정보시스템에서 일했던 양도수씨는 2년 6개월 동안 8770시간 근무하는 살인적 야근생활 도중 몸의 면역력이 떨어지며 폐의 절반을 잘라내는 수술을 하기도 했다.

양씨는 수술 후 복귀했으나 대기팀으로 발령을 받고 휴직 뒤 해고를 당했다. 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양씨의 부당해고 사실이 인정되었으나 복직이 되지 않고 2차 해고를 당했다.

퇴사 시 개인용 PC를 포맷한 것을 특수전자기록 손괴죄로 고소당한 사례도 있었다. 이 근로자는 한 달간 업무 인수인계를 마치고 회사 이사의 확인 서명까지 받은 후 퇴사했지만 빈자리를 채울 개발자를 채용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수시로 연락이 와 도의적 차원으로 업무를 지원했다.

하지만 같은 상태가 지속되어 '무상 지원'을 거부했더니 사측은 고소를 했다. 노동자가 사용했던 폴더를 복구한 후 고의적 파일 삭제를 이유로 '업무방해죄, '특수전자기록 등 손괴죄' 등으로 고소했다.

최근 IT 노동조합과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함께 수행한 '2018 IT 노동실태조사' 결과에 의하면 IT 노동자들의 노동실태는 △심각한 장시간 노동 △파견 및 하도급 관행 △허울뿐인 프리랜서의 노동실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수렴된다고 밝혔다.

장재원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IT 업계의 노동 실태에 관한 법률적 분석 발제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사용자 등 상급자와 노동자 사이의 완벽한 불균형"이라며 "IT 업계에서 노동자의 이직률은 매우 높은 반면 고용시장 규모 자체는 크지 않고, 프리랜서·지분계약 등 불완전 고용이 만연해 있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장 변호사는 "고용시장의 규모는 크지 않으며 이직을 할 때 이전 직장에서의 평판이 중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노동자는 상급자의 행위를 참고 견뎌야만 한다"며 "가혹행위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거나 하면 당장 해고가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직 자체도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보고회를 주최한 이철희 의원은 "현장에서 이런 목소리가 나오는데 정부와 정치권이 제 때에 응답하지 못해서 법적·제도적 개선을 하지 못한 데 책임감을 느낀다"며 "지금부터라도 절박한 현장의 절규와 목소리에 정부·정치권이 대응할 수 있고 적극적 제도의 개선책을 만드는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freshness41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