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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산 연구장비 구매에 매년 5200억 쓴다…'국산화 절실'

[연구산업, 미래먹거리다]① 산학연 협력으로 육성해야

(서울=뉴스1) 남도영 기자 | 2018-11-12 07:30 송고 | 2018-11-12 09:08 최종수정
편집자주 내년도 정부의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예산은 20조원에 이른다. 경제규모를 감안하면 이미 세계 최고수준이다. 정부는 이런 규모에 걸맞은 R&D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실험실 전후좌우에서 R&D 활동을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연구산업'을 육성할 계획이다. 연구산업이 기대처럼 R&D 생산성을 높이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지 연구산업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봤다.
이상설 포항공대 교수(왼쪽)는
이상설 포항공대 교수(왼쪽)는 "외산에 의존하는 연구장비 부품들까지 전부 국산화하고 이 과정에서 전문인력이 양성될 수 있도록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News1 오장환 기자

"5년 뒤면 이 분야의 '히든챔피언'이 돼 있을 겁니다. 적어도 일본, 중국을 제치고 아시아 1위는 할 겁니다."
김형철 자비스 대표와 이상설 포항공대 교수는 자신있게 말했다. 김 대표는 지난 2002년 자비스를 창업해 16년간 산업용 엑스레이 검사장비를 개발하다가 올해부터 연구장비 국산화에 도전하고 있다. 지난해말 이상설 교수를 우연히 만나면서다. 이 교수는 김 대표가 수소문하던 나노 수준의 정밀한 엑스레이 검사기술을 갖고 있었다.

의기투합한 두 사람은 올 7월 산학연공동연구법인 '자비스옵틱스'를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초고해상도 엑스선 컴퓨터단층촬영(CT) 장비' 개발을 시작했다. 오는 2020년 국내 시판에 이어, 2023년에 해외에 수출하는 것이 목표다. 두 사람은 '100억원 이상 수출하겠다'는 각오다.

이들이 개발하려는 것은 실험실에서 각종 소재나 생물체, 전자부품 등의 내부를 30~40나노미터(nm·10억분의 1m) 단위로 들어다보는 연구장비다. 이 분야 선두기업인 독일 '자이스'(Zeiss)사 제품보다 해상도가 뛰어날 뿐만 아니라, 화각이 10배 더 넓어 한 번에 더 넓은 면적을 촬영할 수 있다.

이상설 교수는 "방사광가속기를 토대로 개발한 광학계 원천기술을 적용해 경쟁제품보다 더 정확하고 빠르게 검사를 할 수 있다"며 "여기에 연구자들의 분석을 도울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SW) 기술을 접목하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이처럼 자신하는 이유는 현재 국내 연구실에서 사용하는 연구장비의 85%는 미국과 일본, 독일 등지에서 수입한 것이기 때문이다. 국산장비가 개발되면 수입대체 효과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기초과학연구원에 따르면 2012~2016년 국가 R&D 예산으로 구축된 연구장비 총 2만3259점 중 외산이 65.9%를 차지했다. 이 장비 구입대금으로 매년 약 5200억원이 해외로 빠져나간다. 

연구장비 개발은 국가 R&D경쟁력과 직결된다. 1901~2017년 노벨과학상 수상자 348명 가운데 27명이 새로운 분석기술이나 연구장비를 개발해 상을 받았다. 연구장비 고도화로 새로운 발견을 해 노벨상을 수상한 비율도 85%에 이른다는 분석결과도 있다. 이는 독창적인 연구장비가 곧 우수한 연구성과로 이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나라는 연구장비에서 후진국을 면치못하고 있다. 모든 연구에 사용되는 장비는 외산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 25대 연구장비 기업 가운데 한국기업은 단 1곳도 없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그동안 외산장비에 의존해 '추격형 연구'에만 매달리느라 연구장비 개발역량을 쌓지 못한 탓이다.

세계 1위 연구장비업체인 미국의 써모피셔사이언티픽은 연매출 200억달러(약 22조원)에 전세계 7만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다. 반면 국내 연구장비업체 327곳 가운데 75%는 직원수 50명 미만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말 '연구산업 혁신성장전략'을 마련하고 연구장비 국산화와 해외진출방안 등을 모색하고 있다. 기술력과 자본력이 열세인 국내 연구장비 산업을 키우기 위해선 혁신 주체인 산·학·연·관의 유기적인 협력체계 마련이 우선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올해까지 27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과학기술 강국 일본은 2005년부터 국가 차원의 연구장비 개발지원에 나섰다. 일본의 연구장비 지원사업은 개발단계부터 수요처를 확보해 산·학·연이 공동으로 연구개발에 참여하도록 하고 있으며, 정부 중소기업 지원책과 연계해 개발업체들이 안정적으로 사업화를 이어갈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07년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 개발한 원천기술을 이전받은 '코셈'이 미국, 일본, 독일, 체코에 이어 세계 다섯번째로 전자현미경 상용화에 성공한 사례가 있다.

자비스옵틱스의 경우 기술사업화 전문기관인 과학기술일자리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사업모델을 구축했고, 이를 바탕으로 자비스가 현금을, 포스텍기술지주가 현물을 출자해 법인을 설립했다. 정부는 상업화를 위한 후속 R&D를 지원한다. 단순한 기술이전을 넘어 실제 사업단계까지 연구자와 기업이 밀접하게 협력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한 것이다. 이런 산·학·연·관의 '네박자'가 맞아 떨어져 연구장비 개발의 새로운 모범사례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이상설 교수는 "연구장비 산업발전을 위해선 산·학의 아이디어를 융합해 전문기업과 전문인력을 키워야 한다"며 "현재 외산에 의존하는 부품들까지 전부 국산화하고, 이 과정에서 전문인력들이 양성될 수 있도록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김형철 자비스 대표(오른쪽)는
김형철 자비스 대표(오른쪽)는 "2020년 시판을 목표로 초고해상도 엑스선 컴퓨터 단층촬영 장비'를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 News1 오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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