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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인터뷰] 이민지 "숙제였던 '응팔' 지우기, '백낭' 인생캐 만나 기뻐"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2018-11-17 08:00 송고
이민지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이민지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최근 종영한 tvN 월화드라마 '백일의 낭군님'(극본 노지설/연출 이종재)에서 주인공 원득(도경수 분)이와 홍심(남지현 분)이 못지 않게 사랑받은 커플은 구돌(김기두 분)이와 끝녀(이민지 분) 커플이었다. 원득과 홍심의 오작교가 되기도 하고, '백일의 낭군님'의 유쾌한 활력소였던 이들 커플은 주연 못지 않은 존재감으로 방송 내내 많은 사랑을 받았다. 매 작품마다 새로운 연기를 보여준 이민지는 이번에도 탁월한 캐릭터 소화력으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이민지는 최근 서울 종로구 효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백일의 낭군님' 종영 인터뷰에서 "'백일의 낭군님'이 잘 돼서 끝녀로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많아 기쁘고 다행이다 싶다"는 종영 소감을 전했다. "'응답하라 1988'의 모습을 지워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는 게 숙제였다"는 고백도 함께 털어놨다. 이민지에게 있어 끝녀는 '응답하라 1988'에 이은 두 번째 인생 캐릭터다. "필모그래피에서 터닝포인트가 돼준 캐릭터"라고 밝힌 이민지와 '백일의 낭군님'의 추억을 함께 돌이켰다. 
이민지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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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의 낭군님'을 성공 속에 마친 소감은.

▶촬영 현장이 워낙 즐겁기도 했지만 이렇게까지 잘 될 줄은 몰랐다. 그동안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tvN 드라마들이 전부 금토드라마였다고 하더라. 첫 방송이 끝나고 생각했던 것보다 반응이 너무 좋더라. 3~4%대 정도를 예상했는데 첫 방송 시청률이 5%대로 나왔다. 저를 비롯한 배우들도 다들 난리가 났다.(웃음) 너무 행복했다.

-'백일의 낭군님' 호평 중 기억에 남은 호평은.

▶'감자전' 닮았다는 댓글을 봤다.(웃음) 그게 너무 기억에 남아서 캡처해서 SNS에도 올린 적이 있다. 그게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으면서도 모를 것 같다. 감자전을 좋아하는데 그런 말씀을 해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끝녀가 구돌이와도 닮았다는 말도 재미있었다.
-'백일의 낭군님'에서 김기두와 부부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구돌 오빠의 역할이 정말 컸다. 이야기꾼으로서의 구돌이의 역할이 '백일의 낭군님'을 살린 것 같더라. 재미있는 대사도 구돌 오빠가 잘 해줘서 잘 살았다.

-김기두와 호흡은 어땠나.

▶구돌 오빠 덕분에 저도 많이 봐주시니까 너무 감사했다. 저 혼자 뭔가를 했으면 기억을 못해주셨을 수도 있는데 구돌 오빠와 부부 호흡을 맞춰서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오빠가 애드리브도 준비해오고 아이디어도 정말 많이 제안해주셨다. 너무 재미있게 촬영했었다. 처음엔 친남매 같은 느낌이 강하지 않았나. 처음엔 억지로 혼인해서 친남매 특유의 하찮게 보는 눈빛을 주고받다가 구돌 오빠가 상의를 벗어제낀 모습을 보여준 뒤로 반하게 되는데 그 과정이 연기하면서도 재미있었다.(웃음)
이민지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이민지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김기두의 애드리브 중 기억에 남은 애드리브는.

▶구돌 오빠가 벗는 것도 다 애드리브였다. (웃음) 오빠가 자기가 벗으면 작품이 잘 된다는 징크스가 있더라. 구돌 오빠 뿐만 아니라 아전 선배님과도 자주 붙었는데 두 분은 정말 천재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아이디어 뱅크셨다. 이 두 분 사이에서 '나는 안 되겠다, 멀었다, 코미디는 함부로 하면 안 되겠다'는 그런 생각을 했다. 그래도 두 분과 많이 친해진 상태에서 애드리브를 하니까 리액션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끝녀와 실제로 닮은 점이 있다면.

▶끝녀는 저보다는 새침떼기고 귀여운 면도 많다. 반면 저는 조금 더 과묵한 편이고 낯을 많이 가린다.(웃음) 지현이가 나이도 어린데도 먼저 다가와줘서 덕분에 빨리 친해질 수 있었다. 리딩 때 먼저 다가와서 인사해줬다. 지현이가 성격이 너무 밝아서 좋았다. 현장에서 제일 힘든데도 매번 웃으면서 연기하더라. 어린 친구도 저렇게 밝게 연기하는데 벌써 지치면 안 되겠다 싶었다. 아역 때부터 연기를 해서 그런지 책임감이 남다르더라.

-끝녀는 율을 내심 좋아하기도 했다.

▶그런 부분도 너무 밉보이면 안 되겠다 싶었다.(웃음) 홍심이와 절친임에도 홍심이와 결혼한 남자를 멋있다고 생각한다. 연모하는 것은 아니지만 멋있으니까 좋아했다. 얼굴이 잘생겨서 마냥 멋있다는 정도에서 끝내야지 아니면 밉보일 수도 있었다. 그랬던 끝녀가 구돌이와 나중에 알콩달콩하게 되는 과정도 고민하기도 했었다.

- 배우로서 도경수와 호흡을 맞춰본 소감은.

▶ 도경수는 아이디어도 적극적으로 내고 저와는 애드리브를 많이 주고받기도 했다. 느낌엔 진지하고 조용할 것 같은 친구인데 의외로 B급 정서가 많더라. 눈이 큰 데다 많은 감정을 담을 수 있어 개인적으로 부러웠다. (웃음)

이민지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이민지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시청률 10%대를 돌파하면서 엑소 '으르렁' 공약도 실천해야 했다.

▶시청률을 설마 10%를 넘길까 했는데 진짜 넘겨서 '어떡하지' 싶었다. 경수는 한창 컴백 준비를 하고 있어서 우리와 연습할 시간이 안 나는 상태였다. 딱 하루 SM 연습실에 모여서 연습했고 경수가 안무를 알려줬다.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노력을 다해서 공약을 이행했다. 짧은 동작도 힘들더라. 아이돌의 고충을 느끼면서 '하던 거나 열심히 해야지' 싶더라. (웃음)

-'백일의 낭군님'으로 이루고 싶은 개인적인 목표가 있었나.

▶시청률도 잘 나왔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응답하라 1988'의 장만옥을 지우는 게 1차적인 과제였다. 그 작품도 워낙 잘 된 작품이고 캐릭터도 강해서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많았다. '응답하라 1988'의 모습을 지워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는 게 숙제였다. '백일의 낭군님'이 잘 돼서 끝녀로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많아 기쁘고 다행이다 싶다. 

-'응답하라 1988' 장만옥과는 다른 캐릭터를 보여주고 싶어 '백일의 낭군님'에 출연한 이유도 있었나.

▶캐릭터적인 재미도 있고 사극을 해본 적도 없어서 새로웠다. 감독님도 좋으신 분이라는 얘기도 많이 들었고 마냥 주인공 친구 역할로 비쳐질 수 있는데 감정 표현에 있어서도 솔직한 캐릭터라서 참여하게 됐다. 비중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 한 두 장면 나오다가 안 나오겠지 했는데 작가님이 좋게 봐주셨다. 이렇게 끝까지 나올 줄은 몰랐다.

-'응답하라 1988' 이후 출연 제안이 많았을 것 같은데.

▶드라마를 일부러 쉰 것은 아니었다. 드라마 같은 경우엔 캐릭터로 기억되는 게 많다 보니 장만옥과 비슷한 역할들이 많이 들어왔다. 새로운 걸 찾고 싶기도 했고 영화 작업을 하느라 드라마를 못한 것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응답하라 1988' 이후 영화 작업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갔다. 다행히도 드라마도 했다가 영화도 했다가 하다 보니 왔다갔다 하는 배우라고 기억해주시기도 했다. 오히려 타이밍이 좋았다고 본다.

이민지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이민지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그간 작품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는.

▶'응답하라 1988'은 워낙 잘된 작품이기도 하고 이 작품으로 인해 인지도가 생긴 건 사실이라 그런 작품이 있다는 게 기분이 좋으면서도 과연 이걸 지울 수 있을 만한 캐릭터를 만날 수 있을까 걱정도 많았다. 정말 편안하게 연기했던 작품이라 장만옥,그리고 이번 끝녀가 터닝 포인트를 만들어준 캐릭터다. 부모님이 그동안 제가 뭘 하는지 모르셨는데 두 캐릭터로 제가 배우라고 인정 받을 수 있었다. 특히 '백일의 낭군님'은 부모님께서도 신나서 자랑도 하시는 그런 작품이기도 했다. 주변에서 피드백이 많이 온다고 하더라. 내 딸이 연기로 밥 벌어먹을 수 있겠구나라고 안심하시게 된 것 같다. (웃음)

-이민지의 연기 원동력은.

▶배우가 직업이기도 한데 연기가 재미있기도 하고 현장에 가는 게 너무 즐겁다. 재미나 흥미 때문에 버티는 것 같다. 뭐든 흥미를 많이 잃는 편이다. 그 중 연기가 재미있어서 오래 버텼고 연극영화과에 가게 됐다. 아직까지 연기를 하면서 재미가 없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이 직업을 사명감으로 한다기 보다 재미와 흥미로 아직까지 하는 것 같다.

-그동안의 배우 생활을 돌이켜본다면.

▶사실 지금도 불안하긴 하다. 선택하는 입장이 아닌 선택받는 입장이다 보니 언제까지 배우 생활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동안은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나서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운도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앞으로도 좋은 분들을 만나 좋은 작품을 하고 싶다.

-어떤 배우로 남고 싶나.

▶예상이 안 되는, 그래서 궁금한 배우가 되고 싶다. 또 어떤 역할을 맡든, 어떤 작품을 만나든 어딘가에 존재하는 사람처럼 기억됐으면 좋겠다. 존재감이 강한 것 보다 공기처럼 무난하게 작품에 묻어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

-독립영화계 전도연이라는 수식어가 있다.

▶그 수식어 대체 누가 붙여준 걸까. 너무 민망하다.(웃음) 전도연 선배님께 너무 죄송하고 민망하다. 선배님이 들으셨을까봐 괴롭다. (일동 웃음) 영화 '손님' 때 류승룡 선배님, 이성민 선배님께서 '너가 독립영화계 전도연이라며?'라고 놀리셨다. 정말 땅으로 꺼지고 싶었다!

-독립영화에 애정을 갖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드라마처럼 캐릭터를 보여주기 보다 상황 같은 걸 연기로 표현할 수 있는 점에 재미를 느끼고 있다. 다양하고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다 보니 독립영화를 포기할 수 없는 것 같다. 상업영화, 독립영화 모두 상관 없이 재미가 있다면 언제든 출연하고 싶다.

-갖고 싶은 수식어가 있나.

▶'이민지 쿼터제'라는 말이 있었으면 좋겠다. 영화계에 '이경영 쿼터제'라는 말이 있지 않나. 저도 분기별로 보는 찾아주시는 곳이 많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이민지 쿼터제'라는 말이 나왔으면 한다.(웃음) 이 직업은 버티는 싸움이라고 하지 않나. 쉽게 잊혀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드는 직업이다. 좋은 기회가 많이 찾아왔으면 좋겠다.


aluemch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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