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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 정책, 피해자 마음 어루 만져야…재발 방지가 본질"

[인터뷰] 조정실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회장
"학교현실 이해하지만 피해자 중심으로 생각해야"

(서울=뉴스1) 이진호 기자 | 2018-11-10 07:00 송고
조정실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회장.© News1
조정실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회장.© News1

"학교폭력 정책은 피해 학생에 초점을 맞추는 게 우선 아닌가요. 무조건 가해학생을 강하게 처벌하자는 게 아닙니다. 우리 아이가  교실에서 친구들과 다시 웃으며 뛰놀 수 있는 것. 그 이상 바랄 게 없습니다."

조정실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학가협) 회장의 말이다. 그는 2000년 중학생이던 딸이 집단폭행을 당하면서 학교폭력 문제와 처음 마주했다. 평범한 엄마였던 그는 딸의 모습을 보며 다시는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직도 그때를 기억하면 가슴이 아린다. 이후 피해학생 가족들의 모임인 학가협을 설립한 그는 20년 가까운 세월 수많은 피해자 가족을 만났다. 조 회장은 "결국 아이의 상처가 하루라도 빨리 치유되는 게 모든 피해학생 부모의 바람이었다"고 전했다.
조정실 학가협 회장은 10일 뉴스1과 인터뷰에서 이날 교육부가 정책숙려제에 들어간 학교폭력 제도개선 방안에 대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이번 정책숙려제는 교육부가 제시한 안을 전문가·이해관계자로 구성한 참여단이 검토하고 최종 권고안을 제출한다. 교육부 안은 경미한 학교폭력을 당한 피해학생과 학부모가 원치 않을 경우 학교장이 자체 결정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를 열지 않을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른바 '교장 자체 종결제'다. 또한 가해학생에게 서면사과나 접근금지, 교내 봉사 등 경미한 처벌이 내려진 경우 이를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 기재하지 않는 방안도 포함됐다.

30명 안팎의 참여단이 숙의에 참여하지만 명단은 베일에 가려졌다. 학계, 교원, 행정전문가, 학생, 민간전문가, 학부모, 법률전문가 등 7개 분야로 나눴고 각 분야별로 참여자 숫자를 균등배분한다. 학부모 몫은 5명이다. 학생을 합쳐도 전체 3분의 1에 불과하다. 이 또한 모두 학교폭력 피해자는 아니다. 결국 상처받은 자의 목소리는 작아질 가능성이 높다.

조 회장은 이번 숙려제에 대해 "학교폭력 정책은 반드시 피해학생 중심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의 정책 추진도 상처 받은 학생을 보호하기 위함인 만큼 재발을 막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입시와도 직결되는 학생부 미기재에 대한 우려가 컸다.
조 회장은 "아이가 가해를 했을 경우에는 학생부에 반드시 처분사항을 기재하자는 게 피해학생 가족들의 공통된 의견"이라며 "(학생부에) 적지 않으면 모든 일이 없던 것처럼 지워진다"고 강조했다.

"가해학생도 아이인데 한 번의 실수는 할 수 있어요. 하지만 두 번 나쁜 짓을 한다면 실수가 아닙니다. 괴롭힘을 당했는데 그 학생이 처벌을 받는다고 해서 상처가 아물까요? 한 교실에 있고 다시 괴롭힘을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문제에요. 결국 처벌은 피해학 생 보호를 위한 처벌이 돼야 합니다."

그가 제시한 방안은 '기록유예' 제도다. 경미한 사항은 1차로 미기재할 수 있지만 재차 학교폭력을 가했을 경우에는 더 엄격한 처분을 가하고 학생부에 기록해 오래도록 남기자는 게 조 회장의 주장이다. 2차 폭력이 발생하는 일을 방지하고, 교사도 한 번의 실수였을지 모르는 제자에게 낙인을 찍는 부담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는 자체 종결제에 대해서도 은폐나 오판 등에 대해 우려했다. 학교 행정업무 경감을 위한 악용 가능성도 지적했다. 그는 "다시 학생이나 학부모가 원하면 무조건 학폭위를 열 수 있도록 '안전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며 "전담기구의 오판을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현 제도에 따르면 학교폭력의 정도가 경미한지는 학교 내에 설치된 전담기구에서 판단하도록 돼 있다. 이름은 전담기구지만 대부분 학교 현장에서는 교감 또는 부장교사 등 교사 1명이 맡는 것이 대부분이다. 오판으로 폭력 정도가 축소되는 데 대한 별도의 처분이 따라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인터뷰 내내 조 회장의 목소리는 떨렸다. 아직도 그의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 그래도 학교 현장의 고충은 이해한다고 했다. 현재 학교 현장에서는 학폭위가 열리면 교실 분위기가 급격히 냉랭해지는 게 보통이다. 가해학생과 피해학생 모두 '스승'을 원망한다.  학생지도가 쉽지 않다. 학폭위에 따르는 업무부담도 늘어난다.

조 회장은 "학교 현장의 어려움도 십분 이해한다"면서 "아이들을 비롯한 피해 학부모의 요구는 다시는 상처받지 않게 해달라는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참여단은 이날 토의규칙을 합의하고 오는 17~18일 합숙토론을 거쳐 최종 권고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1000여명의 일반시민 설문조사 결과와 합쳐 올해 중 최종적으로 정책을 결정한다.


jinho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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