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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명 AI'…스스로 소설 쓰는 인공지능 등장

[박영숙의 미래여행]

(서울=뉴스1) 박영숙 세계미래보고서 2018 저자 | 2018-11-11 08:05 송고
 
 
2017년, 무명의 소설가가 미국 유명작가 '잭 케루악'을 따라 길 위에서 배움을 얻겠다며 미국 횡단 여행을 떠났다. 그가 잭 케루악과 다른 점이 있다면 마이크와 위성항법(GPS), 노트북PC과 연결된 카메라였다는 점이다.

기계가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고 있는 세상이지만 기계가 절대 이길 수 없는 인간의 능력으로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도덕 가치판단 그리고 창의력이 꼽혔다. 그러나 이 기준에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다.
오바마 정부의 대필 작가였던 '로스 굿윈'(Ross Goodwin)은 뉴럴 네트워크(Neural network)를 이용해 시, 영화 시나리오, 소설을 쓰고 있다. 뉴럴 네트워크란 인간의 뇌 기능을 모방한 네트워크로 인간의 사고방식을 컴퓨터에 학습시키는 것이다. 이번 여행에는 딥러닝 기술 중 순환신경망의 일종인 롱숏텀메모리(LSTM) 모델이 사용됐고 개별 뉴런에 담긴 정보 일부는 저장됐고 일부는 망각됐다.

빅데이터 기술은 많은 데이터를 모델링할 수 있게 했고 정확성을 향상했다. 인공 신경망에 빅데이터가 결합한 딥 러닝(Deep Learning) 기술은 컴퓨터가 스스로 사물을 인식할 수 있게 했고 인공지능(AI) 소설가를 탄생시켰다. 

이 최초의 인공지능 소설가는 여행전 수백권의 책을 학습하고 위치기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포스퀘어를 통해 지역을 인식할 수 있게 됐다. 여행이 시작된 이후엔 책과 도로 위 소리와 풍경을 이용해 글을 썼다. 이미지와 위치를 인식하고 마이크를 통해 들리는 대화를 원하는 길이의 텍스트로 만들어냈다. 소설에 들어가야 할 시간은 컴퓨터 기준으로 장소는 포스퀘어에 나타나는 현재 위치를 기반으로 작성됐다.
소설은 '아침 9시17분, 집은 무거웠다'로 시작된다. 결과적으로 6000만 단어의
초현실적인 글이 완성됐다. 이제 인공지능은 학습한 음악이나 문학작품을 바탕으로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내고 있다. 바흐와 모차르트의 모든 작품을 수 시간 내에 학습할 수 있고 셰익스피어의 작품으로 가짜 시인이 될 수도 있다.

인공지능 문학의 역사는 의외로 역사가 깊다. 1973년 미국에서는 위스콘신대학 연구팀이 2100자 길이의 추리 소설을 작성할 수 있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발표했다.

2013년 3월에는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개최한 '호시신이치 문학상 공모전'에서는 인공지능이 쓴 소설이 1차 심사를 통과한 일도 있었다. 놀라운 사실은 심사위원들은 공모작 가운데 인공지능이 쓴 소설이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평가했다는 것이다. 총 1400여편의 응모작 중 11편은 인공지능이 쓴 소설이었다.

하코타테 미래대학의 마쓰바라 진 교수팀이 공모한 이 소설은 사람이 구체적인 스토리와 상황을 주면 인공지능이 그에 맞는 문장을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쓰였다. 공모 2차 심사에서는 탈락했지만 100점 만점에 60점을 받으며 업계에 충격을 줬다. 연구진들은 "향후 인간의 도움 없이 완벽한 문학을 하는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시' 분야까지 진출했다. 2017년 마이크로소프트(MS)는 중국에서 만든 인공지능 기반의 챗봇 '샤오이스'(Xiaoice)가 작성한 약 1만편의 시 중 139편을 선정해 시집 '햇살은 유리창을 잃고'(Sunshine Misses Windows)를 출간했다. 이 시집의 제목도 인공지능이 직접 지었다.

인공지능의 문학은 새로운 문학적 가치를 갖거나 모티브를 만들어내는 데는 아직 부족하다. 그러나 인간의 영역이라 여겨지던 창작의 영역에 인공지능이 등장했다는 사실과 이러한 도전으로 인간의 창의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나아가 기계가 반복적인 수작업에서 인간을 자유롭게 했듯 인공지능이 반복적인 지적 작업에서 우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


hway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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