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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경제]"대기업 상생의지가 가장 중요… 기술탈취 근절해야"

갑을관계, 일시에 해소하기 어려워… "무엇이 기술탈취인지 명확한 규정 필요"

(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 | 2018-11-09 11:39 송고
김성수 서오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 출석해 중소기업 기술탈취와 관련해 증언하고 있다. 2018.10.15/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김성수 서오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 출석해 중소기업 기술탈취와 관련해 증언하고 있다. 2018.10.15/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기술탈취를 근절하려면 무엇보다 대기업의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 협력 중소기업과 상생을 하겠다는 인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미다. 처벌 강화보다 상생 의지가 더 필요한 셈이다."
안마의자 업체 메디칼드림 이규대 회장은 9일 <뉴스1>과의 전화통화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정부는 이날 6개 부처 합동으로 '공정경제 전략 회의'를 열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공정경제 실현을 위한 기술탈취 근절 계획을 내놨으나 중소기업 현장에선 "근절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공개한 공정경제 전략회의 자료를 보면 정부는 지난 5월 기술침해 행위 사실 조사와 시정 권고 같은 행정조치를 도입했다. 중기부, 공정거래위원회, 특허청 등이 범부처 기술탈취 근절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도 했다. 상생법 개정법을 개정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그러나 대기업과 협력 중소기업 간 '갑을관계' 해소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여전하다. 중소기업은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대기업과의 거래 관계를 유지하기 희망한다. 거래를 끊으면 고용 유지조차 힘들 정도도 경영 여건이 크게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규대 회장은 "중소기업의 이 같은 상황을 대기업이 누구보다 잘 안다"며 "중소기업은 거래 관계에서 우위를 빼앗긴 만큼 기술 탈취를 당해도 눈물을 머금고 이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일부 대기업은 계약 체결 전 중소기업에 '기술 자료'를 요구하고 있다. 기술 자료를 제공하면 자연스럽게 기술 유출 가능성이 생길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7∼8월 501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 17곳(3.4%)이 대기업으로부터 기술 자료를 요구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선 기술탈취를 명확하게 규정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성명기 이노비즈협회 회장은 "어디까지가 기술탈취고, 어디까지가 기술공유인지 구분하기 힘든 현실"이라며 "기술 탈취 처벌을 하려면 무엇이 기술탈취인지 명확하게 정의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협력 중소기업과 대기업은 거래 과정에서 일정 부분 서로의 기술을 공유할 수밖에 없다"며 "정당한 기술 공유마저 기술탈취로 규정하면 자칫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협력 관계가 성립되기 힘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기술탈취는 분명 중소기업의 가장 큰 애로이자 불공정 거래"라며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기술탈취를 당해도 매출 등을 이유로 정부에 하소연할 수 없는 부분은 분명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인들은 오랜 기간 고착화한 대기업과 협력기업 간 불합리한 거래 구조를 일시에 해소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대기업들이 강한 의지를 갖고 상생 방안을 잇달아 내놓고 있는 점은 높이 평가할 부분이라고 말한다.

최근 삼성전자는 100억원을 출연해 중소 중견기업의 스마트공장 구축을 지원하기로 했다. 삼성, 현대차, SK, LG 등 주요 대기업은 대·중소기업 간 임금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약 6조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자금 지원 규모보다 중요한 것은 대기업의 상생 의지"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문화가 더 확산돼야 한다"고 말했다.


mr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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