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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경제] "대·중기 상생협력"...재계 "협력이익공유제 反시장적"

경제계 "협력이익공유제, 기계적인 발상…시장질서 위반" 주장

(서울=뉴스1) 류석우 기자, 주성호 기자, 김상훈 기자 | 2018-11-09 14:56 송고
중소벤처기업부 © News1 주기철 기자

정부의 '협력이익공유제' 도입 방침에 경제계의 반발이 거세다. 야당에선 협력이익공유제 법제화가 반시장적·사회주의적 발상이란 극언까지 나온다. 경제계는 무엇보다 협력업체의 기여도를 산술적으로 계산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제도 자체의 실효성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코엑스에서 '함께하는 성장'을 주제로 주재한 공정경제 전략회의에서도 협력이익공유제 도입이 상생협력을 위한 주요 추진 과제에 포함됐다. 지난 6일 중소벤처기업부와 더불어민주당도 당정협의를 열어 대·중소기업이 함께 가는 이익공유제(협력이익공유제) 도입 계획'을 논의했다. 협력이익공유제는 위·수탁기업과 협력관계를 형성해 물품 등의 판매로 발생한 재무적 성과(이익)를 사전 약정에 따라 공유하는 협력 모델을 의미한다.

당정은 협력이익공유제 시행 기업에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도입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인센티브 지원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관련 입법(상생협력법)도 추진한다. 인센티브는 손금인정(비용인정) 비율 10%, 법인세 세액공제 비율 10%,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 가중치, 수‧위탁 정기 실태조사 면제, 동반성장평가 우대 등이다.

지난해 한국법제연구원에서 발간한 '협력이익배분제 해외사례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보면 협력이익공유제는 글로벌 기업과 국내 일부 공기업에서 시행 중이다. 인천공항공사는 협력사와 협약을 맺어 서비스 레벨 평가 후 협력사의 기여분을 감안해 영업이익을 공유한다. 2013년 인천항공사의 영업이익 8200억원 중 0.6%인 60억원이 협력사에게 배분됐다고 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배분된 이익은 모두 임금으로 6700여명의 협력사 직원에게 지급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의 롤스로이스와 미국 아마존, 구글 등은 협력이익배분제의 일종인 판매수익공유제를 시행하고 있다. 미국 크라이슬러와 캐리어는 목표이익을 초과하는 이익을 배분하는 '목표초과이익공유제'를 운영한다. 

◇협력이익공유제 법제화 "反시장, 주주재산권 침해"

경제계는 민간 기업을 대상으로 한 정부의 협력이익공유제 법제화 움직임이 시장질서에 '반(反)'한다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김용근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은 "기업 경영의 독립성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이윤을 추구하는 회사의 동기부여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협력이익공유제가 자발적 도입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형식으로 도입된다고 해도 기업의 경영활동에 영향을 주는 행위라는 것이다.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재산권 침해 가능성도 제기한다. 이상호 한국경제연구원 산업혁신팀장은 "기업이 모든 비용을 지불하고 남은 잔여 재산에 대한 권한은 주주에게 있다"며 "주총에서 사후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도 "주주 경제 원칙에서 주식회사의 이익을 주주에게 환원하지 않고 다른 곳에 강제로 배분하는 것은 시장경제 기본 원칙도 어기는 재산권 침해"라고 설명했다. 

재계는 법제화 논란과 별개로 제도 자체의 실효성이 없다고 잘라 말한다. 김용근 경총 부회장은 "협력업체가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데 국내외를 나누기도 어렵고, 나눈다고 해도 수학적으로 (이익 공유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해외 협력업체를 두고 있는 대기업이 국내 협력사와 이익을 공유하면 국내외 차별 논란 등 또 다른 분쟁을 불러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상호 한경연 팀장도 "제품 하나를 개발하는 데에는 수많은 요인이 얽혀 있다"며 "단순히 협력업체의 부품 공급으로는 최종 이윤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평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협력이익공유제 법제화 전에 제도 자체가 실효성이 없다는 얘기다. 

법제화가 사실상 제도 도입을 강제할 것이란 주장도 많다. 자발적 도입 기업에 인센티브 지원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입법이라고 하지만 미참여 기업은 결국 정부 정책에 반하는 곳으로 찍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경제계 한 관계자는 "이익 공유의 혜택을 받는 기업은 결국 대기업 1차 협력업체에 국한돼 중소기업간 갈등도 야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성과공유제 보완·강화로 충분" vs "기업 양극화 극복 어려워" 

경제계에선 협력이익공유제의 무리한 도입보다는 기존의 '성과공유제'를 강화하는 방식으로도 대·중소기업의 상생 협력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존의 성과공유제를 활성화하는 방식으로 가야 된다"며 "대기업이 이익이 나면 무조건 현금으로 배분하는 방식으로 정해놓으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성과공유제는 대기업과 협력사가 원가절감 등을 위한 공정 개선과 신기술 개발 등을 추진해 협력사가 성과를 내면 사전에 정해진 배분 규칙에 따라 대기업과 공유하는 제도다. 협력이익공유제가 대기업의 재무적 성과를 공유 대상으로 삼는 것과 달리 성과공유제는 모든 형태의 협력 성과를 공유 대상으로 본다. 대기업의 성과가 아닌, 협력업체의 성과를 공유한다는 점도 협력이익공유제와 다르다. 

2004년 포스코가 첫 도입한 이후 2012년 정부 차원에서 '성과공유제 확인제'를 본격 시행하면서, 2012년 77개사였던 참여기업이 2015년 213개사로 크게 증가했다. 등록된 과제 수도 2012년 997건에서 2015년 6550건으로 약 6.5배 증가했다. 성과공유제의 대상이 되는 활동도 점차 연구개발과 생산성 형상, 해외동반진출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다만 지금의 성과공유제가 협력사업 성공 시 혁신이익이 대기업에 귀속되고, 협력사에는 기본적인 이익 마진만 제공되는 한계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중소기업들이 협력이익공유제 도입을 반기는 이유 중 하나다. 조혜신 한동대 법학부 교수는 "현재의 성과공유제로는 협력사가 고정적 이익마진만을 가져갈 수 있기 때문에 기업 간 양극화를 극복하기 어렵다"며 "협력사들이 기술개발의 유인을 갖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sewry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