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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숍의 몰락③]등산복·구두·속옷까지…간판 내리는 '패션 브랜드'

온라인·홈쇼핑 등 新유통채널 부상, 경기 악화로 SPA·동대문표만 찾아

(서울=뉴스1) 정혜민 기자, 김민석 기자 | 2018-11-08 07:02 송고 | 2018-11-08 16:59 최종수정
6일 서울 성북구의 한 여대 앞 상권.  패션 브랜드의 가두 대리점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 News1
6일 서울 성북구의 한 여대 앞 상권.  패션 브랜드의 가두 대리점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 News1

"특히 작년부터 가게가 어려워졌어요. 주변 속옷가게들도 다 폐업 예정이고 저도 가게를 접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여대 앞 상권에서 A 속옷 브랜드의 가두 대리점을 운영하는 점주 B씨는 언성을 높이며 말했다.

지난 6일 가두 대리점 취재를 위해 서울 성북구의 여대 상권을 찾았지만 패션 브랜드의 가두 대리점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동대문 시장 옷을 떼다 파는 매장은 즐비했지만 가두 대리점 중에서는 속옷 브랜드 매장만 그나마 간간이 볼 수 있었다. 상권 군데군데 나이키, 데쌍트 등 해외 의류 브랜드의 대형 직영 매장과 쇼핑몰이 우뚝 서 있었다.
2001년부터 여대 앞에서 장사를 시작한 B씨는 당시에는 코오롱상사의 가방 브랜드 '루카스'의 가두 대리점을 운영했다. 지금은 없어진 브랜드다. B씨는 기억을 더듬었다. "그땐 '브랜드'가 살았죠. 전 고점에 들어가긴 했는데…. 클라이드, 이지아이, 지오다노, 온앤온, 이엔씨… 중저가 브랜드 매장이 많았는데 지금은 다 없어졌어요. 더데이는 회사에서 아예 브랜드를 없앴죠"

B씨는 상권에서 '브랜드' 매장이 사라진 이유로 '경제 악화' '인터넷 쇼핑의 발달' 등을 꼽았다. "사람들이 돈이 없으니까 쇼핑을 안하거나 (동대문)시장 패션, 계속 저가로 가잖아요. 중저가 브랜드가 물러나고 시장 물건들이 쫙 들어오고 있어요"

국내 패션시장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지만 B씨의 수입은 2005년 고점에 비해 60%로 줄었다. B씨는 "인터넷의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5년 전 온라인 쇼핑을 하던 아가씨들은 지금 주부가 돼서도 온라인 쇼핑을 한다"며 "그 밑 세대는 말할 것도 없다"고 덧붙였다.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가두점 점유율 5년 전 대비 5%p↓…온라인 점유율 11%p↑

화장품 로드숍뿐만 아니라 패션 가두점도 거리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다. 온라인 쇼핑, 홈쇼핑, 복합쇼핑몰 등 신(新)유통 채널의 발달이 큰 영향을 미쳤다. 그뿐만 아니라 소득 양극화에 따라 소비도 양극화하면서 가두점이 주를 이룬 중저가 브랜드가 쇠퇴한 영향도 컸다.

이런 추세를 반영해 각 패션업체들은 가두점 브랜드를 온라인 전용 브랜드로 선보이는 등 브랜드를 재정비하고 있다. 자영업자들이 패션 가두 브랜드 매장 운영을 점차 꺼리는데 더해 패션업제들이 가두점 브랜드를 접으면서 각 상권에서는 패션 가두점이 빠르게 자취를 감추고 있다.

다만 백화점과 복합쇼핑몰이 들어서기 힘든 지방 상권에는 패션 가두점이 건재한 편이다. H&B(헬스앤뷰티)숍 등 편집숍 바람에 화장품 로드숍이 전국적으로 사라지고 있는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의류(신발 포함)의 시장점유율에서 지난해 가두점이 차지하는 비중은 29.1%로 5년 전인 2012년(3.4)과 비교해서는 4.9%포인트(p) 감소했다. 매출액으로 따지면 4462억원이 줄었다.

가두점이 사라진 자리는 온라인 쇼핑몰과 홈쇼핑 등 비점포 채널이 대체하는 추세다. 온라인 쇼핑채널의 점유율은 지난해 17.9%로 5년 전에 비해 11.1%p 늘었다. 홈쇼핑 채널의 점유율은 4.1%로 5년 전(3.1%)에 비해 1%p 증가했다. 대형마트 점유율도 7.1%로 같은 기간 0.2%p 늘어났다. 백화점과 복합쇼핑몰을 합산한 점유율은 32.3%로 3.8%p 떨어졌다. 국내 의류 시장 규모는 33조678억원으로 5년 사이에 11% 성장했다.

신유통 채널의 발달 이외에도 소득 양극화도 영향을 미쳤다. 가두점의 주를 형성하는 중간 가격대 브랜드가 설 자리가 좁아졌다. 여기에 대형 직영 매장을 주로 운영하는 SPA 브랜드가 뜬 점도 가두점을 위축시킨 요인이다. 유니클로는 국내 점유율 1위 패션 브랜드지만 매장은 179곳에 불과하다. 반면 국내 5위 업체 노스페이스는 매장 수가 300개 이상이다. 

◇패션브랜드, 가두점 철수하고 온라인·홈쇼핑·몰 중심으로 재편

유통 채널의 변화에 맞춰 각 패션업체는 가두 브랜드를 정리하는 추세다. LF는 가두점 브랜드인 타우젠트를 홈쇼핑 브랜드로 전환했다. 세정은 가두점 위주로 운영했던 아웃도어 브랜드 '센터폴'을 철수시키고 타 브랜드에 통합시켰다.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는 대형마트와 가두대리점을 위주로 운영했던 남성복 브랜드 스파소를 온라인 중심으로 운영하면서 대리점 영업을 중단했다. 남성복 브렌우드와 지오투의 경우 가두대리점 운영을 지속하고는 있지만 브랜드 자체는 몰과 아울렛 중심 브랜드로 재편했다. 코오롱 FnC 관계자는 "유통에 많은 변화가 있어 각 유통에 알맞게 브랜드들을 재정립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형지는 2016년 가두점 위주로 운영했던 노스케이프를 접었다. 형지 관계자는 "(온라인 쇼핑이 중심이 된 상황에서) 온라인몰과 오프라인 매장이 공생할 수 있는 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를 열어가겠다"면서 "노스케이프 철수는 아웃도어 시장에 후발주자로 뛰어든 영향도 있다"고 덧붙였다.

패션 브랜드가 하나둘씩 오프라인 공간을 떠나는 한편 무신사 등 새로운 형태의 온라인 패션업체가 뜨고 있다. '온라인 패션 플랫폼'을 표방하는 무신사는 패션전문 온라인 쇼핑몰로 지난해 거래액 3000억원(매출은 600억~750억원으로 추정)을 기록했다. 2013년에는 거래액이 100억원 수준에 그쳤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옛날에는 패션유통이 가두점과 백화점 중심이었지만 지금은 온라인이 중심이 됐고 복합쇼핑몰, 아웃렛 등으로 유통채널이 다양화했다"며 "백화점, 복합쇼핑몰, 아웃렛 등이 없는 지역의 경우에는 경쟁력 있는 브랜드 위주로 가두점이 건재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heming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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