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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부동산의덫]③"매봉산 자락 땅값이 오른다고? 소가 웃을 일"

[르포]구로구 궁동 그린벨트 지분거래 100건 육박
서울도 예외없어 "개발은 100년 후에 가능"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2018-11-06 07:30 송고 | 2018-11-06 09:09 최종수정
서울시 구로구 궁동 한 그린벨트.© News1


"기획부동산은 전국구예요. 서울은 아닐 것으로 생각하는데 마찬가지입니다. 산(임야)이 개발될까요? 소가 웃을 일이에요. 거짓말 조금 보태서 100년 후에나 가능할 겁니다." (온수역 인근 공인중개업소 대표)

지난 5일 서울 구로구 궁동의 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현재 매봉산 자락으로 초입 일부는 텃밭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구청이 내걸은 '개발제한구역내 행위제한 안내'라는 표지판도 눈에 들어왔다. 도심지와 떨어져 있어 등산객을 제외하고 유동인구를 찾아보기 어려워 한적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인근 주민에게 해당 토지의 가치에 대해 묻자 대뜸 "기획부동산이 들어와 동네 분위기를 흐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지역에선 소문이 퍼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개발 가능성이 없다는 것은 한번만 오면 비전문가도 충분히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며 "100년 후엔 개발이 될지 모르겠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22만원 땅이 69만원으로 둔갑…피해자는 수십명

이곳은 기획부동산의 전형적 수법인 지분거래가 상당수 진행된 곳이다. 해당토지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해본 결과 3개 업체는 지난 7월 전체 면적(3만7388㎡)의 절반인 1만8694㎡를 12억3000만원에 사들였다. 3.3㎡당으로 환산하면 약 22만원이다. 이들은 이곳을 개발호재가 넘치는 지역으로 호객해 69만원에 되팔고 있었다.

현지에선 그린벨트가 풀릴 가능성은 낮다고 입을 모았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원래부터 서울이라 땅값이 비싸다"며 "기획부동산이 3배 정도 뻥튀기했다면 양반에 속한다"고 전했다.

실제 해당 필지에 지분거래로 등기한 인원만(11월1일 기준) 98명에 달한다. 적게는 16㎡부터 많게는 661㎡로 투자금액은 최대 1억3800만원이다. 일반에 판매된 토지는 3개 업체가 보유한 땅의 절반을 조금 넘는다. 총 판매금액은 21억원이 넘어선 상황으로 기획부동산 업체의 수익률은 100%에 육박했다. 

거래도 진행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구로구 궁동 실거래가 신고 내역 중 △3.3㎡당 69만원 △지분거래 △개발제한구역이란 공통점이 겹치는 사례만 40건이 넘는다.

피해자들은 중개사로부터 뒤늦게 땅의 가치를 듣고 계약 파기를 상담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어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다른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기획부동산은 전문화돼 있어 파기가 불가능하도록 계약을 진행한다"며 "불법은 아니므로 명확한 증거가 없으면 계약은 되돌릴 수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구로구 궁동의 한 그린벨트.© News1

◇기획부동산, 전국구로 활개 "알고도 당해"

최근 기획부동산이 난립한 배경엔 주택공급 대책과 관련이 있다. 정부가 그린벨트를 해제해 택지를 공급하겠다고 밝히자 투자자들을 현혹할 수 있는 좋은 '재료'가 된 것이다.

특히 이들은 토지를 매수하기 전부터 이른바 현지에서 '작업'을 진행했다. 중개사들에게 해당 토지를 권유하는 등 전국적 조직망을 갖추고 판매에 열을 올렸다.

기획부동산은 전국적으로 퍼져 부장·차장이라는 이름을 달고 영업을 한다. 거래가 성사되면 인센티브를 지급받는 구조다. 계약자 주소를 보면 수도권뿐 아니라 대전·강원·광주·전남 등 총 망라돼 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검찰을 사칭하는 보이스피싱이 가짜라는 사실을 알아도 당하는 사람이 있다"며 "기획부동산도 감언이설에 속으면 감쪽같이 꾀임에 넘어간다"고 귀띔했다.

서울을 비롯해 피해는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이를테면 파주시 마지리에서 기획부동산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확인됐다. 4개 필지를 10개 업체가 32억8500만원을 공동투자해 사들였다. 3.3㎡당 약 1만5000원에 매입해 5만9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일부에선 명의만 다를 뿐 하나의 회사로 의심하는 눈초리도 있다.

전문가들은 투자자 스스로 땅의 가치를 판단하고 매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계약파기는 사실상 어려워 목돈이 수년간 묶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창동 밸류맵 팀장은 "실거래가 신고 등을 확인해야 한다"며 "지분거래가 많은 지역은 땅 거래시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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