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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편의 오디오파일] 네임X카르마, 3억5천 시스템의 소리는?

(서울=뉴스1) 김편 오디오 칼럼니스트 | 2018-11-04 10:12 송고
네임 X 카르마 시연회 전경

20만원짜리 블루투스 스피커 한 대로도 행복한 음악생활을 즐길 수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이나 인터넷 라디오를 스피커를 통해 듣는 것은 스마트폰에 이어폰을 꽂고 듣는 것보다 훨씬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그러나 카메라, 시계, 자동차 같은 다른 취미와 마찬가지로 오디오 역시 가격대가 올라가면 보다 많은 쾌감과 포만감을 선사한다. 물론 각자의 형편에 따른 상한선이 주어진다는 게 함정이고 현실이지만, 애호가들이라면 그 이상을 늘 마음 한 켠에 두기 마련이다. 

최근 이 심리적 물리적 마지노선을 한참 넘긴 조합을 시청했다. 지난 10월3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오드 포트 시청실에서 열린 ‘네임 X 카르마 매칭 시연회’였다. 국내에도 골수 팬이 많은 영국 네임(Naim)의 최상위 네트워크 플레이어 ‘ND555’와 프리앰프 ‘NAC552’, 파워앰프 ‘NAP500 DR’, 네덜란드 하이엔드 오디오 메이커 카르마(Kharma)의 2억원짜리 스피커 ‘EV-4’가 국내 처음으로 매칭 시연회를 가진 것이다. 전체 시스템 가격은 무려 3억5000만원.

오른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네임 ND555, NAC552(+전원부), NAP500(+전원부), CD555PS DR 전원부

‘ND555’는 네임이 3년여 동안 기획, 올해 5월 뮌헨오디오쇼에서 처음 공개한 최상위 네트워크 플레이어. 별도 전원부 ‘CD555PS’로부터 전원을 공급받는 2섀시 구성이며, 음질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싶으면 ‘CD555PS’를 한 대 더 추가할 수 있다. 이 경우 한 대는 디지털, 다른 한 대는 아날로그용으로 활용된다. 참고로 네임의 네트워크 플레이어는 ‘ND555’ 밑으로 ‘NDX2’와 ‘ND5 XS2’가 있으며, 각 모델명에 들어간 ‘ND’는 ’네임 디지털’(Naim Digital)의 약자다. 

‘ND555’로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네임이 자체 개발한 스트리밍 모듈 ‘NP800’을 투입, 타이달(Tidal)과 스포티파이(Sportify), 룬(Roon), 크롬캐스트, UPnP, 에어플레이, 인터넷 라디오, 블루투스를 즐길 수 있다. 광과 동축 단자를 통해 디지털 신호를 유선으로 입력할 수도 있다.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 신호로 바꿔주는 DAC(디지털 아날로그 컨버터)에는 R-2R 멀티비트 방식의 PCM1704U-K칩을 투입, 최대 32비트/384kHz 음원과 DSD128 음원을 재생한다. 

기술적 특징은 네임이 자체 개발한 고정밀 클럭 회로(클럭 마스터 시스템. Clock Master System)를 기반으로 모든 디지털 오디오 신호가 DAC 중심으로 움직인다는 것. 이를 통해 신호의 시간축 오차를 뜻하는 지터(jitter)를 확연히 줄였다. 또한 디지털 회로상에서 고전압(3.3~5V) 대신 저전압(1.2V), 싱글 신호 대신 밸런스 신호(+,-)를 전송케 함으로써 고주파 스위칭에서 발생하는 노이즈를 상쇄시켰다. 네임에서는 이를 ‘LVDS’(Low Voltage Differential Signaling) 테크놀로지라고 명명했다.  

ND555의 내부. 네임(naim)이라고 씌어진 박스 안에 NP800 스트리밍 모듈이 들어있다.

네트워크 플레이어 성능을 좌우하는 또다른 포인트인 DSP(디지털 시그널 프로세스)는 아날로그 디바이스의 SHARC ADSP21849칩과 네임이 짠 간결한 필터 프로그램을 통해 이뤄진다. 이를 통해 ‘ND555‘에 입력된 모든 유무선 PCM 신호는 705.6kHz/768kHz로 오버샘플링해 DAC으로 전달되며, DSD 신호는 40비트/352.8kHz로 변환한 뒤 다시 24비트/705.6kHz로 업샘플링된다. 

전원부 구성도 흥미롭다. 별도 전원장치가 있어야만 작동되는 구성인데 이는 전원장치에서 발생하는 각종 노이즈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전원부 ‘CD555PS DR’는 지난 2012년 새로 업그레이드된 ‘DR’(Discrete Regulator) 버전으로 전원 노이즈 자체가 낮은 것이 특징. 기존 반도체 대신 트랜지스터와 다이오드, 커패시터 등 ‘디스크리트’ 부품들을 투입, 보다 깨끗하고 안정적이며 빠른 전류를 공급한다. ‘ND555’ 내부에도 이같은 DR 방식의 정류회로가 있어 전원을 또 한번 정류시키는 점이 대단하다.

카르마 EV-4. 왼쪽은 dB11-S

네임이라는 ‘손님’을 맞은 주인공은 카르마. ‘손님’이라고 표현한 것은 이날 시연회가 열린 오드 포트가 카르마의 국내 수입사인 오드(Ode)가 운영하는 시청실이기 때문이다. 카르마는 아인트호벤 공대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샤를 판오스테륌(Charles van Oosterum)이 1982년 설립한 하이엔드 오디오 제작사로, 스피커 뿐만 아니라 앰프와 케이블도 만든다. 

시연회에 등판한 스피커는 카르마의 최상위 에니그마 베이론(Enigma Veyron) 시리즈 중 밑에서 2번째 모델인 ’EV-4’. 맨 위부터 EV-1, EV-2, EV-4, EV5 순이다. 시연회에서 소리는 들려주지 않았지만 엘레강스(Elegance) 시리즈의 ‘dB11-S’ 스피커도 자리를 함께 했다. 

에니그마 시리즈 스피커의 가장 큰 특징은 ‘카르마 오메가 F 드라이버’(Kharma Omega F Driver)라고 명명한 카르마 자체 제작 유닛. 진동판은 물론 프레임과 폴피스 등 유닛 전체를 단단하고 가벼운 카본으로 둘렀는데, 무엇보다 모터 시스템에 일체의 철(iron)을 배제함으로써 보이스코일의 움직임을 방해하는 와전류(Foucault Current)를 없앤 점이 돋보인다. 드라이버 이름에 ‘F’가 들어간 것도 ’와전류 0’(0-Foucault Current)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EV-4(왼쪽)의 뒤태

실제로 본 ‘EV-4’는 감탄이 나올 만큼 우아한 자태를 뽐냈다. 일단 측면 인클로저가 고급스럽고 매끈하며, 만듦새 또한 거의 예술조각품 수준이다. 불렛우드(Bulletwood)라는 나무를 CNC 기계로 초정밀 절삭 및 가공했다. 높이는 1515mm이며, 옆에서 보면 뒤로 약간 경사진 모습이어서 안길이는 835mm에 달한다. 정면 최대 넓이는 360mm를 보인다. 

전면 배플에는 위부터 1인치/2인치 다이아몬드 트위터, 7인치 카르마 오메가 F-7 드라이버, 11인치 카르마 오메가 F-11 드라이버(2개)가 장착됐다. 공칭 임피던스는 4옴, 감도는 91dB, 주파수응답특성은 24Hz~90kHz를 보인다. 다이아몬드 진동판의 트위터가 2개나 투입된 덕분에 고역대가 상당히 높은 점이 눈길을 끈다. 이들 트위터는 독일 아큐톤에서 제작했으며, 1인치짜리가 700만원, 2인치짜리가 1000만원이 넘는다.  

시연회에서 들은 음반들

본격적으로 음악을 들어봤다. 성연진 오디오플라자 편집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시연회에는 ‘ND555’와 ‘EV-4’ 외에도 네임의 프리앰프 ‘NAC552’와 파워앰프 ‘NAP500 DR’이 동원됐다. 네임의 최상위 ‘500’ 시리즈가 총 동원된 셈인데, 세 기기 모두 별도 전원부(CD555PS DR, NAC552PS DR, NAP500PS DR)에 물렸다(프리와 파워는 옵션). ‘NAP500’은 8옴에서 140W 출력을 내며 2옴 스피커까지 구동할 수 있다. 

첫 곡으로 에이지 오우에 지휘, 미네소타 오케스트라 연주의 ‘코플란드 보통 사람들을 위한 팡파레’를 들은 일감은 네임 파워앰프의 구동력과 11인치 우퍼 2발 덕분에 파워가 넘친다는 것. 단단하면서도 강력한 펀치감에 저역의 해상도까지 갖춘 것을 보면 역시 하이엔드 조합답다. 매끈하고 깨끗한 금관의 소리는 2개의 다이아몬드 트위터와 ‘ND555’가 일궈낸 아날로그 컨버팅의 힘. 고역은 쭉쭉 투명하게 뻗으며 디지털 특유의 잡맛 또한 느껴지지 않았다. 

ECM 레이블에서 나온 신예원의 ‘루아 야(Lua Ya)’ 앨범 중 ‘섬집아기’를 들어보면, 칠흑같은 배경 한가운데에 보컬이 그야말로 실물사이즈로 등장한다. 피아노의 울림 역시 생생한데, 왼손 타건이 일으키는 풍성한 저역 사운드가 오른손의 청명한 고역을 부드럽게 감싸는 모습이 대단하다. 미국 뉴욕의 한 교회에서 녹음한 곡답게 넓직한 공간감과 함께 그 곳 공기의 냄새까지 느껴질 정도로 디테일과 정보량이 가득하다. 이어 들은 손성재의 ‘갈까부다’에서는 색소폰의 뜨거운 입김에 귀가 데일 것 같았다. 

마커스 밀러의 ‘레이드 블랙(Laid Black)’ 앨범 중 ‘트립 트랩(Trip Trap)’에서는 베이스 기타의 돌덩이 같은 저역과 또렷한 윤곽선이 돋보인다. 역시 이번 ‘ND555’와 ‘EV-5’ 조합의 가장 큰 장점은 각 대역을 넘나드는 극한의 해상력이다. 먼저 나온 음이 뒤에 나오는 음과 촘촘히 연결되는 모습은 마치 LP를 듣는 듯하다. 무대를 넓고 시원시원하게 쓰고, 좀스러운 구석 없이 호방하게 음들을 들려주는 성정도 눈에 띈다. 리듬감에 그 어떤 번짐이나 퍼짐이 없는 것을 보면 네임 파워앰프의 스피드 또한 대단한 것 같다. 

파우스토 메소렐라의 ‘리베르탱고(Libertango)’는 기탓줄과 연주자의 손가락이 순간순간 접착제가 붙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찰지고 디테일 가득한 소리를 들려줬고, 사운드스테이지 역시 초대형 스크린을 보는 것처럼 넓고 높게 펼쳐졌다. 두 기타의 앞뒤 레이어감도 좋았다. ‘라이브 앳 로니 스콧(Live At Ronni Scott’s) 앨범에 실린 노라 존스의 ‘돈 노 와이(Don’t Know Why)’는 눈 씻고 봐도 애매한 구석이 없을 만큼 맺고 끊음이 분명한 음이 특징. 네트워크 플레이어와 스피커가 ‘마치 해상력 경연대회’라도 벌이는 것 같았다. 

네임과 카르마, 시스템 합계 3억5000만원이라는 좀체 접하기 힘든 매칭 시연회를 2시간 가까이 즐겼다. 오드 포트 시청실이 꽤 큰 공간이었는데도 이번 조합이 일궈낸 사운드는 볼륨이나 디테일, 그 어디에서도 부족함이 없었다. 특히 맨 앞에서 서서 이번 오디오 시스템을 진두지휘한 네임의 플래그십 네트워크 플레이어 ‘ND555’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