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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숍의 몰락②]가맹점주 vs 본사 '갈등 폭발'…편의점 '닮은꼴'

점주들 "본사, 수익에 혈안 가맹점 죽이기 멈춰야"
본사 "유통채널 다각화해야 살아남아, 상생해법 찾을 것"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정혜민 기자 | 2018-11-08 07:01 송고 | 2018-11-08 09:33 최종수정
 
 

화장품 로드숍들이 위기에 빠지면서 가맹점주와 본사와의 갈등이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가맹점주들은 본사가 자신들만 살기 위해 가맹점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본사는 화장품 유통 구조의 변화에서 오는 불가피한 현상으로 상생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항변한다. 
일부에서는 화장품 로드숍 문제가 제2의 편의점 사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편의점보다 화장품 로드숍의 위기가 더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는데다 더 구조적인 문제라는 이유에서다.

◇화장품 가맹점주 "편의점보다 훨씬 심각, 속 곪아 터져"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더페이스샵 점주들이 LG트윈타워 앞에서 시위를 벌인 것을 비롯해 화장품 가맹점주와 본사와의 갈등은 업계 전반에 잠재돼 있다. 한 때 로드숍 업계 3위였던 스킨푸드가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고 에이블씨엔씨의 미샤, 잇츠스킨(잇츠한불), 토니모리, 잇츠스킨 등 상위권 브랜드들도 실적 악화로 고전하고 있다. 

본사의 실적이 나빠졌다는 것은 가맹점 매출이 그만큼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가맹점주들의 어려움을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가맹점과 본사 모두가 상황이 어렵다 보니 서로 양보할 수 있는 여지도 없다. 최근 가맹점주와 본사의 갈등이 폭발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로드숍 브랜드들의 위기는 한 가지로 설명할 수 없는 구조적이고 복합적인 문제라고 진단한다. 가맹사업법을 따르는 사업구조 특성상 점주와 본사간 '딜레마' 상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본사 입장에선 화장품 온라인 쇼핑 증가와 편집숍으로 재편되는 시장 상황에서 온라인, 홈쇼핑, 편집숍 등으로 유통채널을 다각화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가맹점주 입장에선 본사의 이러한 노력들이 그동안 계약사항을 지키며 가맹점을 운영해온 자신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으로 느껴질 수 있다. 그래서 '배신감'을 토로하는 점주도 상당수다.

점주들 입장에선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가맹점주는 '브랜드력'을 믿고 화장품 본사와 단일브랜드 제품만 판매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가맹본사도 점주가 타브랜드 상품을 몰래 팔진 않는지, 공급한 상품을 온라인 채널에서 재판매하진 않는지 등을 단속했다. 또 가맹계약을 어긴 점주와는 법적분쟁도 종종 벌였다.

이 때문에 가맹점주들은 다양한 이해갈등 사항 중에서도 가맹본사의 온라인 가격할인 정책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본사가 같은 상품을 온라인몰에서 가맹점 공급가보다도 싼 가격에 풀어버리면서 가맹점을 '테스트숍'으로 전락시켰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본사 스스로 로드숍의 존재 가치를 없애버렸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온라인몰과 편집숍의 '샌드위치 공세'로 실적이 악하되고 최저임금 인상 이슈까지 겹치면서 어려움이 가중되자 점주들 사이에선 모든 화장품 브랜드 가맹점이 연대해 시위하자는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다.

© News1


◇가맹본부 "본사 무너지면 점주들 한꺼번에 어려워져"

브랜드 본사 측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유통구조가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맞춰 변화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도태돼 결국 가맹본사와 가맹점주가 모두 함께 죽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No세일' 정책을 고집하다가 충성고객층을 잃고 해외진출 전략까지 실패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간 스킨푸드가 대표 사례로 꼽힌다.

아울러 브랜드숍 채널이 365일 할인경쟁에 출혈마케팅으로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됐고 브랜드 경쟁력도 예전만 못해 본사는 '출구전략'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가맹점주가 살기 위해서는 가맹본부부터 살아야 한다는 논리가 힘이 실리는 이유다.

업계 한 관계자는 "화장품 본사 입장에선 브랜드 존폐 기로에서 손을 놓고 있을 수만도 없는 노릇"이라며 "가맹점주 입장에선 본사가 수익 실현에만 혈안이 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결국 본사가 무너지면 다 같이 한 번에 망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본사가 가맹점의 최소 수익을 보장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면에서 아모레퍼시픽이 이니스프리 점주들에 온라인몰 수익의 일부를 공유하기로 합의하며 '상생 해법'을 찾아 나선 점은 눈여겨 볼만 하다.

아모레퍼시픽은 'AP몰' 등 온라인 직영몰 강화로 타격을 받고 있다는 가맹점주의 주장을 받아들여 내년부터 직영 몰에서 발생한 수익을 가맹점과 나누기로 합의했다. 소비자가 직영몰서 이니스프리 제품을 구매하면 특정 가맹점을 선택하도록해 발생 수익을 가맹점에 이관하는 방식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6월부터 3차례 걸쳐 이니스프리 가맹점주협의회와 협상을 진행해 이같은 상생안을 도출해냈다. 이에 가맹점주협의회는 11월7일부터 아모레퍼시픽 용산 신본사 앞에서 진행하려한 집회 계획을 철회했다. 본사 측이 온라인몰 수익을 나누기로 먼저 제안하면서 합의점울 찾아가는 사례로 평가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화장품 본사가 로드숍 점주들을 고려하지 않고 제품을 다른 유통채널에서 판매하면 심각한 갈등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며 “점주입장에선 본사를 믿고 가맹비와 인테리어비 등을 투자한 만큼 본사의 이러한 정책들에 배신감을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는 "본사가 살길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맹점주와의 상생반안 협의가 먼저"라며 "브랜드가 성장하는데 가맹점 역할이 컸던 만큼 상생안을 만들어 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더페이스샵 가맹점주들이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2018.10.25/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더페이스샵 가맹점주들이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2018.10.25/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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