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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록의 욜로은퇴]아내의 침묵 신호를 잘 읽어라

(서울=뉴스1)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 2018-10-26 15:00 송고
편집자주 100세 시대, 누구나 그리는 행복한 노후! 베이비 부머들을 위한 욜로은퇴 노하우를 전합니다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News1
부부 말싸움을 하면 남자가 대부분 패배한다는 게 정설입니다. 계기는 남자가 먼저 만들었다가 되로 주고 말로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필자도 나름 꾹 참았다가 아내에게 한 번 불평을 하면 아내의 저에 대한 불만이 5배 정도 되어서 돌아 오곤 합니다. 여자는 사소한 것을 잘 기억해서 남자가 패배할 수 밖에 없다는 말을 하지만, 더 문제는 남자는 아내의 침묵이 주는 신호를 잘 모르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가키야 미우가 쓴 <70세 사망법안, 가결>이 인기입니다. 이 책은 입센의 <인형의 집>과 김수현 작가의 2008년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에 일본 고령사회를 겹쳐 놓은 듯한 소설로, 아이디어가 재미있는 소설입니다. 저자는 올해 60세 여성으로 <며느리를 그만 두는 날>, <결혼 상대는 추첨으로>등 사회문제를 재미있는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70세 사망 법안은 이 책의 소재이며, 주제는 아내, 엄마, 며느리로서 보내는 신호를 가족들이 전혀 모르는 상황이 빚어내는 결과들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묘사하고 있는 여성 심리와 여성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한 결과에 대한 사례를 들어 봅니다.

사례 1 : 아내를 암으로 일찍 여윈 남편의 선배 후지타의 이야기입니다. 아내가 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유품을 정리하는 중 후지타는 자신에 대한 원망이 빼곡히 담긴 대학노트 30권을 발견합니다. 부부 금슬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자신만의 생각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여기에 대한 남자들의 생각은 일반적으로 이렇습니다. 여자들은 뭔가 불만이 있으면 이야기를 하면 되지 이야기를 않고 솔직하지 않게 산다는 것이죠. 이 말에 대한 후지타의 답입니다. “했을 거야. 내 아내만 해도, 지금 생각하면 신호를 보내고 있었어. 그것도 아주 명확하게. 그런데 내가 모르는 척 했던 거라고. 귀찮아서.”

사례 2 : 주인공 도요코는 자신의 서랍안에 통장, 현금카드, 도장과 함께 기모노 안에 50만엔을 두었습니다. 그런데 남편이 퇴직하면서 그 돈은 자신이 관리하겠다고 가져가버리니 기모노 안의 50만엔만 남게 되었습니다. 남편은 이제 돈 관리는 내가 할 테니 돈이 필요할 때 말하면 얼마든지 주겠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이제부터 돈 관리 따위는 신경 쓰지 말고 좀 럭셔리하게 살라고 선심 쓰듯 덧붙입니다. 이에 대한 도요코의 속 마음입니다. ‘새장에 갇혀 폐쇄 공포증에 떠는 새가 된 기분이었다. 그 자리에 남편이 없었다면 꽥꽥 소리를 지르면서 데굴데굴 구르고 싶을 정도였다. 숨을 가다듬으면서 심호흡을 하지 않으면 공황상태에 빠질 것 같았다.’ 그래도 도요코는 밖으로는 한 마디 말을 않습니다.

사례 3 : 도요코 남편은 70세 사망 법안이 시행되면 일찍 죽어야 하니 2년 일찍 직장을 나와서 인생을 즐기겠다고 합니다. 그래서 선배와 함께 3개월 세계여행을 떠나겠다고 선언합니다. 아내는 뇌경색으로 거동도 못하는 시어머니를 돌보느라 밤에도 수 차례 일어나야 하고, 아들은 직장을 나와 방에 처박혀 지낸 지 3년이고, 딸은 할머니 요양을 돕기 싫다고 방을 구해 나가 버린 상황에서 남편이 내 뱉은 말입니다. 기가 찰 노릇이죠. 남편은 미소를 띠고 해외여행을 떠나는데 도요코는 아무리 해도 웃으면서 보낼 수는 없고 얼굴이 뚱해져 있는데, 남편은 태연하게 나가버렸습니다. 결국 도요코는 폭발하여 가출을 실행합니다. 

사례에 나온 이야기처럼, 아내는 말로 내심을 잘 드러내지 않고 다양한 신호를 보냅니다. 시끄럽게 그릇을 씻기도 하고 아무 말 없이 밖을 바라보기도 합니다. 여기에는 많은 내용들이 담겨있고, 또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입니다. 남편이 신호를 알아채지 못하면 참고 있습니다. 그러다 신호를 오래 동안 무시하면 돌아 오지 못할 강을 건너기도 합니다. 침묵-무시-파국인 셈이죠. 아래는 이와 관련된 실제 사례입니다.

고위 공직자를 지내신 분의 친구 이야기입니다. 공직생활을 무사히 마치고 퇴직을 하는데 아내가 이혼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전혀 낌새를 채지 못했기에 당황스러울 따름이었습니다. 더욱 답답한 것은, 왜 그러냐고 묻자 이유는 없으니 그냥 헤어져달라는 말만 하더라는 것입니다. 속사정을 알 수는 없지만 이 사례를 보면 소설 속에 묘사되는 여자의 심리와 행동이 남의 이야기는 아닌 듯 합니다. 도요코도 가족에게 전혀 언질을 주지 않고 가출을 해 버리는 바람에 가족들이 당황하게 되니까요.

의사소통에서 말은 신호의 부분집합일 따름입니다. 손짓, 발짓, 표정 등 바디랭귀지도 있습니다. 남자들은 예부터 사냥을 하거나 밖에 나가 활동하다 보니 명확한 정보 전달이 중요합니다. 공룡을 잡으려는데 서로 눈치만 교환한 뒤 덤벼들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치밀한 계획을 짜려다 보니 언어가 필요합니다. 반면 여자는 육아를 하면서 공동체로 모여 있습니다. 애를 키우면 말보다는 교감으로 통하는 법을 먼저 배웁니다. 말도 못하는 애에게 배고프면 정확하게 언어로 나에게 전달하라고 할 수 없는 노릇이니까요. 그래서 여자는 애가 커서도 애들의 얼굴 표정을 항상 살핍니다. 또한 공동체 생활을 하다 보니 갈등을 피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의사전달을 간접적으로 하게 됩니다.

신호를 보냄에 있어서 남자는 사람 영역의 주파수(20~2만 헤르쯔)라면 여자는 거의 고양이 영역의 주파수(55~8만 헤르쯔)에서 활동합니다. 게다가 침묵도 신호입니다. 남자들도 이제 주파수 대역을 브로드밴드(광대역)로 넓혀 신호들을 잘 잡도록 해야겠습니다. 둔감함을 좀 벗어나야 합니다. 신호를 해석할 수는 없어도 신호라는 걸 감지만 해도 뜻을 물어보면 되니까요. 이 신호들만 잘 잡았어도 도요코의 가출은 없었을 것입니다.

※이 글은 뉴스1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