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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강화" 외치며 뒤에선 "보고싶다"…두 얼굴의 '리벤지 포르노'

매년 늘어나는 '연인간 불법촬영', 사회문제로 대두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2018-10-20 07:00 송고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리벤지 포르노'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개인 사생활이 담긴 불법촬영물을 온라인에 유포하는 행위에 대한 법적 처벌조항이 불명확해 제도정비가 요구된다. 

'리벤지 포르노(revenge porno)'. 이는 헤어진 연인에게 보복할 목적으로 사귈 당시 촬영한 나체 사진이나 성관계 영상을 유포하는 행위를 말한다. 

가수 구하라가 남자친구였던 최모씨와 폭행 사건으로 최근 논란이 커졌다. 최씨가 구하라에게 '사생활 동영상'을 보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세간을 뜨겁게 달궜다. 둘은 현재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어 팝아티스트인 낸시랭이 남편 왕진진(본명 전준주)으로부터 '리벤지 포르노' 협박을 받았다고 밝히면서 다시 논란이 됐다.

◇ 불법촬영 범죄 증가 추세…"보고 싶은데" 심리 부추겨

최근 '리벤지 포르노'와 같은 연인 간 불법촬영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불법촬영으로 인한 범죄발생 건수는 지난 2013년 4823건에서 지난해 6485건으로 약 1.3배 늘었다. 이로 인한 검거 인원도 2013년 2832명에서 지난해 5437명으로 약 1.9배 증가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연인에 의한 불법촬영 검거인원은 지난 2013년 164명에서 지난해 420명으로 2.6배 증가했다. 그 비중 역시 2013년 5.8%(2832명 중 164명)에서 지난해 7.7%(42명)로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불법촬영 범죄는 증가하고 있지만, 가해자에 대한 구속수사는 지난해 기준 2.2%(5437명 중 119명)에 불과해 '솜방망이' 처분을 받고 있다.

(정춘숙 의원실 제공) © News1
(정춘숙 의원실 제공) © News1

이에 대한 반응은 뜨겁다. 구하라 전 남자친구가 동영상으로 협박한 것이 알려진 뒤 지난 4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리벤지 포르노범을 강력하게 징역형으로 처벌해 달라'는 내용의 청원이 올라왔다. 19일 현재 24만여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이 청원에 동의했다.

연인 간 불법촬영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불법촬영 피해자들의 고통도 커지고 있다.

지난 8월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대한 특례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은 "인터넷에 유포되는 리벤지 포르노는 전파력이 걷잡을 수 없이 크고, 유포 사실을 알더라도 삭제가 쉽지 않아 피해자는 인터넷 상에서 '인격 살인'에 가까운 피해를 당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가수 구하라와 남자친구의 다툼이 이슈화 됐을 당시 포털 사이트 검색어 1위는 '구하라 동영상'이었다. 지난 4일 구글 트렌드 분석 결과 사람들은 구하라 동영상을 20만회 이상 검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 송모씨(33)는 "남의 가십처럼 이야기 하면서 '동영상 못 구하냐'는 말을 쉽게 하는 사람들이 주변에서 많았다"면서 "당사자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그런 이야기 자체를 지양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직장인 권모씨(38)도 "앞에서는 '불쌍하다'고 하면서도 뒤에서는 다른 말이 나온다. 단체 채팅 방에서 친구들 간에 '좀 찾아봐'란 이야기를 너무나 자연스럽게 한다. 뒷맛이 개운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 "처벌 강화해야" 높아진 목소리…법 개정 움직임

앞서 설명했던 것처럼 연인 간 불법촬영 범죄는 증가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처벌은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다.

현행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나체 사진, 성관계 동영상 등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해 촬영하거나 그 촬영물을 유포한 경우에만 성폭력 범죄로 본다. '자신의 신체'를 직접 촬영한 촬영물이 본인의 의사에 반해 유포된 경우에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촬영한 것이 아니어서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연인이 함께 등장하는 영상을 찍은 경우에는 법 적용이 애매한 측면이 있다.

법무법인 이경의 최진녕 변호사는 "현행 특례법 상에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의사에 반해 촬영하거나 촬영물을 유포한 경우만 적용되기 때문에 같이 찍은 경우엔 (해당)법 적용이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단지 '형법'상의 명예훼손이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의 음란물 유포죄로 처벌될 뿐이다.

정춘숙 의원은 "연인 간의 불법촬영물 유포 범죄에 대한 처벌 대상이 모호하고, 가중처벌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며 "의사에 반해 불법촬영물을 유포하는 자는 벌금형이 아닌 징역형으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이 18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범정부 성희롱·성폭력과 디지털 성범죄 근절 추진 협의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2018.10.18/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이 18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범정부 성희롱·성폭력과 디지털 성범죄 근절 추진 협의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2018.10.18/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큰 가운데 현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국회에서 진행 중이다. 김경진 의원,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여성가족부 장관), 정춘숙 의원 등이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김 의원 등이 발의한 개정안에는 자신의 신체 촬영물을 촬영대상자 동의 없이 유포한 경우 처벌 조항이 신설됐다. 예를 들어 자신의 신체를 직접 촬영해 연인에게 공유했던 촬영물이 이별 후 전 남자친구(또는 여자친구)의 의사에 반해 유포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촬영에는 동의했지만 의사에 반해 유포된 경우에는 이전과 동일하게 징역 5년 이하, 벌금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 동영상을 빌미로 협박했을 때에는 협박죄로 처벌이 가능하다.

지난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범정부 성희롱·성폭력 및 디지털 성범죄 근절 추진 협의회'에 참석했던 진선미 여가부 장관은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법안들이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위해 이에 대한 양형기준을 새롭게 마련할 수 있도록 양형위원회와 적극 협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alexe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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