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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록의 욜로은퇴] 노후의 비재무적 자산

(서울=뉴스1)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 2018-10-19 15:00 송고 | 2018-10-19 17:06 최종수정
편집자주 100세 시대, 누구나 그리는 행복한 노후! 베이비 부머들을 위한 욜로은퇴 노하우를 전합니다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News1
노후 자산은 재무적·비재무적 자산의 합으로 볼 수 있습니다. 재무적 자산은 현금, 주식, 부동산과 같은 재산을 뜻하는데 반해 비재무적 자산은 무형의 자산을 말합니다. 대표적인 게 건강, 관계, 의미입니다. 건강은 육체적·정신적으로 아프지 않는 걸 말하죠. 관계는 자식, 부부, 이웃, 사회적 관계들이 모두 해당됩니다. 의미는 일종의 삶의 의미라 보면 됩니다.

두 자산 중 재무적 자산은 노후에 더 키우기 쉽지 않습니다. 근로소득은 줄어든 반면에 지출은 계속되므로 자산을 잘 관리하더라도 지키기 어렵기 때문이죠. 반면에 비재무적 자산은 키워갈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비재무적 자산을 늘린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에 노후 삶의 질도 큰 차이를 보입니다. 노후에 비재무적 자산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어떻게 하면 그 자산을 키울 수 있을까요? 비재무적 자산을 이루는 세 요소인 '건강, 관계, 의미'의 특성을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노후의 건강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병의 압축’입니다. 앓는 기간을 압축시켜 짧게 해놓았다는 뜻입니다.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주지 않을 정도의 질병이나 부상 없이 건강한 상태로 오래 살 수 있는 기간을 ‘건강수명’이라고 합니다. 세계보건기구도 건강수명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요, 우리나라 건강수명은 다음의 특징을 보입니다.

우선, 2016년 출생아 중 남자는 기대수명 79.3세인 데 반해 건강수명 64.7세로 기대수명 대비 건강수명 비율은 81.5%입니다. 여자의 경우 기대수명 85.4세인데 건강수명은 65.2세로 건강수명 비율은 76.3%에 불과합니다. 둘째로, 여성과 남성의 기대수명 차는 6.1년인데 반해 건강수명 차는 0.5세에 불과합니다. 이처럼, 여성은 기대수명이 길다 할지라도 건강수명이 길지 않아 삶의 질이 높지 않은 편입니다. 마지막으로, 기대수명은 길어지지만 건강수명은 짧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남성은 2012년에 기대수명 77.6세, 건강수명 65세였는데, 2016년에는 기대수명이 79.3세로 늘었는데도 건강수명은 64.7세로 줄었습니다.

100세 장수인은 대부분 건강수명이 길고 병을 압축합니다. 건강수명이 길다는 것은 늦게까지 아프지 않는 것을 뜻합니다. 여러분들도 100세 장수인의 라이프스타일을 따라 가야 합니다.

관계는 건강과 달리 자칫 소홀할 수 있습니다. 건강은 자신의 몸에 관련된 것이기에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습니다만 관계는 타인과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젊을 때의 관계는 의지와 상관 없이 주어집니다. 부모님이나 형제는 자신이 택한 게 아니며 직장 다니면 자연스레 사회적 관계가 만들어집니다. 하지만 나이 들수록 관계는 자신이 만들어가야 합니다. 자식은 출가하고, 남자는 직장을 나오고, 아내는 자식이 떠난 빈 둥지를 지킵니다. 가족 구성원 간의 관계가 변하고 직장을 나온 사람은 사회적 관계가 송두리째 변하게 됩니다. 이러다 보니 새로운 관계들을 만들어 가야 합니다.

연금보다 근육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관계는 근육보다 건강에 유익합니다. 오랜 친구를 만나는 것은 마약 중독자가 마약을 보았을 때처럼 뇌가 기쁜 반응을 한다고 합니다. '백년을 살아 보니'의 저자 김형석 선생님은 사람들에게 ‘바람에 날아갈 것 같다’는 농담을 듣지만 백수(白壽)를 누리고 계십니다. 좋은 관계와 삶의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자녀관계, 부부관계, 친구관계, 사회관계라는 4개의 관계망을 잘 구축해야 합니다. 자녀로부터 독립하는 게 중요합니다. 단절이 아니라 자녀의 모든 일에 의식이 가 있고 자녀가 중심이 되는 종속상태를 벗어나라는 뜻입니다.

부부는 서로 다른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아내는 남편과 적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하고 퇴직한 남편은 더 많은 시간을 아내와 갖고 싶어한다고 합니다. ‘따로 또 같이’를 통해 좋은 부부관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남자는 노후에 학교 친구들에게로 돌아가므로 평소에 친구관계를 소중히 해야 합니다.

반면 여자는 학교 친구보다는 동네 친구를 우선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사회관계를 보면 우리나라는 아직 친목, 종교모임이 많고 사회기여 활동이 적습니다. 봉사단체, 지역사회모임, 시민단체 등으로 관계의 범위를 넓혀 보시기를 바랍니다. 무엇보다 일을 통해 사회관계를 맺어 가는 게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의미를 유의해야 합니다. 비재무적 자산의 핵심 요소인데도 불구하고 가장 잊고 지내기 때문입니다. ‘절망 = 고통 - 의미’라는 식이 있습니다. 고통이 있더라도 삶의 의미가 있으면 절망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삶의 의미가 없으면 하찮은 고통도 절망으로 이어집니다. 유대인 수용소에 끌려갔다가 살아 남은 오스트리아 정신과 의사 빅터 프랭클은, 나치 수용소에서 살아 남은 사람들은 건강하거나 머리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 살아 남아야 하는 절실한 이유와 삶의 목표를 가진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생텍쥐페리의 '인간의 대지'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동료 조종사 '기요메'의 비행기가 안데스 산맥에 추락했는데 기적적으로 살아납니다. 눈 속에 파 묻히면 실종 처리되어 아내가 보험금을 타는 게 4년 후에나 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악 물고 눈길을 헤쳐 나갔기 때문입니다. 기요메는 또 비행을 합니다. 극한 상황을 이겨 낸 원동력이나 다시 비행을 한 이유는 삶의 의미에 있습니다.

비재무적 자산이 없으면 돈이 있더라도 삶은 피폐해집니다. 삶을 풍성하게 해주는 것은 비재무적 자산입니다. 재무적 파산만 우려할 게 아니라 비재무적 자산이 전혀 없는 ‘비재무적 파산’도 경계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나이 들수록 비재무적 자산은 중요해집니다. 노후에 ‘건강관계의미’라는 비재무적 자산을 잘 키워 가시길 바랍니다.

※ 이 글은 뉴스1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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