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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도 공범인가?'…강서구 PC방 살인 사건의 재구성

경찰 "동생이 피해자 잡았다는 내용 앞 뒤 맥락 달라"
경찰 "CCTV에서 동생이 형 말리는 장면 나와…봐줄 이유없어"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2018-10-18 16:54 송고 | 2018-10-18 20:39 최종수정
 
 

지난 14일.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의 한 PC방에서 끔찍한 살인사건이 벌어졌다. 피의자 김모씨(29)가 PC방에서 아르바이트하던 A모씨(20)와 시비가 붙었다. 
김씨는 'PC방 테이블 정리가 잘 되지 않았다'고 말했고 A씨는 곧바로 청소를 했다. 그러나 김씨는 마음에 들지 않은 듯 '불친절하다'는 등의 이유로 실랑이를 시작했고 이내 게임비 1000원의 환불을 요구했다. A씨는 "점장이 없어 제 마음대로 환불을 해줄 수 없다"고 했고 김씨는 욕설을 하기 시작했다.

이 PC방에는 김씨의 동생인 또 다른 김모씨(27)도 있었다. 시비가 좀처럼 해결되지 않자 동생은 오전 7시38분쯤 경찰에 신고를 했다. 신고 내용은 '테이블 정리 문제로 직원과 시비'였다. 동생이 신고를 한 것을 본 A씨는 PC방 직원 매뉴얼에 따라 역시 신고를 했다. 내용은 '손님이 욕설하고 행패를 부린다'는 것이었다. 

7시41분쯤 발산파출소 소속 경찰관 2명이 PC방에 도착했다. 경찰들은 김씨 형제와 A씨의 이야기를 모두 들은 뒤 일단 좋게 화해하고 (점주가 있을 때) 해결하라"고 얘기했다. 

8시쯤 경찰과 함께 형 김씨는 PC방을 나섰고, 동생과 화장실을 다녀온 형이 에스컬레이터를 뛰어올라 1층에 도착했을 때 재차 경찰과 마주쳤다. 경찰과 함께 걸어가는 듯하던 형은 갑자기 집 방향으로 뛰어갔다. 
순식간에 형을 놓친 동생은 PC방 주변을 서성였고, 8시6분쯤 형이 다시 PC방 건물로 뛰어왔다. 이 시각 A씨는 쓰레기 봉지를 들고 1층으로 올라갔다. 

사건 전반의 내용이 담긴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8시7분 형이 먼저 지하1층으로 내려왔고 동생은 담배를 피우다 A씨가 다시 내려가는 장면을 봤다. 1분 뒤, 지하1층에서 A씨와 마주한 형 김씨는 무차별적 폭행을 행사했다. 뒤늦게 동생이 뛰어내려와 A씨를 뒤로 잡아당겼다. A씨의 머리를 잡고 넘어뜨린 형은 주머니에서 흉기를 꺼냈고, 칼부림이 시작됐다. 

뒤에서 형을 붙잡고 말려 보려던 동생은 이내 PC방으로 들어와 도움을 요청했다. 목격자들과 PC방의 또 다른 아르바이트생이 경찰에 신고했지만, 김씨의 광기 어린 칼부림은 경찰이 도착해 체포되기 전까지 10분 넘게 계속됐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이상은 사건 전반의 내용이 담긴 CCTV 내용에 따라 사건을 재구성한 것이다.

경찰이 사건 발생 후 이틀만에 형 김씨를 구속했지만, 논란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지난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강서구 피시방 살인사건. 또 심신미약 피의자 입니다"라는 글이 올라와 18일 오후 4시 현재 이미 34만명을 돌파했다. 김씨가 우울증 약을 복용하고 있다면서 심신미약을 이유로 처벌이 약해져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다. 

또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동생 또한 공범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에 따르면 "CCTV에서 동생은 형이 칼부림을 하는 동안 뒤에서 피해자의 팔을 붙잡고 있었다"는 내용이다. "알바가 경찰에게 사건을 설명하고 '죽여버리겠다'고 한 내용을 공유했는데 경찰은 그대로 돌아섰다"며 "유족이 CCTV 확인 후 '동생을 왜 잡지 않느냐'며 항의했을 때도 경찰은 단독범행이라며 본인들의 실책을 뭉개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형이 칼부림을 하는 동안 동생이 뒤에서 피해자를 잡은 의혹 등은 언론사를 통해 전파를 타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서울 강서경찰서 관계자는 "수사 중인 내용이라 자세히 밝힐 순 없지만 사실과 다른 내용이 많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일단 심신미약의 경우 김씨가 우울증 약을 복용하고 있다며 진단서를 제출한 것은 맞지만, 전문기관을 통해 공인받아야 하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경찰 역시 아직은 피의자의 심신미약 상태를 모두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다만, 동생이 공범이라는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 관계가 뒤틀린 부분이 부분이 많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일단 동생이 피해자를 잡아당긴 것은 형이 칼부림을 할 때가 아니라 폭행이 시작될 때"라면서 "이것도 형의 폭행을 용의하게 하려기보다는 '일단 가까운 사람을 뜯어내려는 생각에서 그렇게 한 것'이라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형이 집에서 흉기를 가져온 것은 맞지만 주머니에 숨기고 있었고, 동생은 최초 폭행이 시작될 때까지도 흉기 소지 여부를 몰랐다고 한다. 실제로 칼부림이 시작된 이후 동생은 형을 뜯어내려는 제스처를 취하기 시작한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동생을 공범 혹은 방조로 보기에는 형제가 함께 있었던 시간이 화장실에 함께 들어갔던 5초 정도로 너무 짧아 공모할 시간이 부족하다"면서 "이후 동생이 형을 따라다니며 '왜 그러느냐' 등 말을 걸었을 때도 형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동생은 형을 뜯어말리다 힘에 부치자 PC방으로 들어와 '도와달라', '경찰에 신고해달라'고 했고, 이는 목격자들의 증언 내용과 일치한다"면서 "의혹이 이어져 동생의 진술에 대한 진위가 의심될 경우 거짓말 탐자기 등을 동원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초동대응이 부실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일단은 부인했다. 경찰관계자는 "최초 경찰이 도착했을 때까지만 해도 가격 환불 등이 얽힌 시비였고 현장에서도 그런 분위기를 감지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면서 "당시 출동한 경찰들도 김씨가 피해자에게 협박과 욕설 등을 했다는 내용은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우리가 이 피의자의 동생에게 공범 혐의가 있다면 봐줄 이유가 없다"면서도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법리적으로 좀 더 신중하게 검토해볼 계획"이라고 전했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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