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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언으로 만들 수 없는 큰 심장, 이정후는 타고났다

(서울=뉴스1) 조인식 기자 | 2018-10-17 10:23 송고
16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KIA 타이거즈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 7회초 무사 1루 상황 넥센 좌익수 이정후가 KIA 최형우의 안타성 타구를 잡아내고 있다. 2018.10.16/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16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KIA 타이거즈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 7회초 무사 1루 상황 넥센 좌익수 이정후가 KIA 최형우의 안타성 타구를 잡아내고 있다. 2018.10.16/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조언으로 스타를 만들 수 있다면 누구나 스타가 될 수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런 면에서 이정후(20‧넥센 히어로즈)는 타고난 스타다.

이정후는 포스트시즌 데뷔전이었던 지난 1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에서 결정적인 수훈을 세우며 팀의 10-6 승리를 이끌었다. 공수에서 흐름을 돌린 것은 이정후였다.

팀이 5-5 동점을 허용하고 역전 위기에 몰린 7회초 무사 1루. 이정후는 외야 좌중간에 떨어질 것 같던 최형우의 타구를 슬라이딩하며 잡아냈고, 재빠른 후속동작으로 귀루하지 못한 나지완까지 아웃시켜 팀을 위기에서 구했다. 비디오 판독까지 갔지만 명백한 캐치 성공이었다.

호수비 후 7회말 공격에서는 선두타자로 나와 우전안타로 출루해 결승득점의 출발점이 됐다. 승부처에서 보여준 이정후의 담대함은 포스트시즌 경기를 처음 치르는 선수라는 것을 믿기 힘들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안타는 단 하나였지만, 공수에서 경기 흐름을 단번에 바꿨던 아버지 이종범의 모습이 오버랩됐다. 이정후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무조건 자신 있게 해야 한다, 심장이 큰 선수가 이긴다는 말을 해주셨다"는 아버지의 조언을 새기고 뛰었다는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 있게 해야겠다고 의식하는 것과, 정말로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은 다르다. 좌익수 이정후는 최형우의 타구가 날아올 때 중견수 임병욱도 타구를 쫓아 다가오자 충돌을 피하기 위해 지체하지 않고 몸을 날렸다. 빠른 판단력은 자신감에서 나온다.

이 상황을 돌아보며 이정후는 "병욱이 형이 최형우 선배님 타석 때 시그널을 보내 우중간으로 가 있겠다고 해서 나는 좌중간으로 와 있었는데, 병욱이 형이 빠르게 와서 부딪힐 것 같아 슬라이딩을 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 타구를 잡은 것 하나로 흐름이 바뀐 것은 판단력 하나만으로 잡을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타구였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정후 본인도 "놓쳐도 괜찮을만큼 어려운 타구였다"고 말할 정도였다.

이 답변을 통해 발상이 다른 이정후의 두려움 없는 플레이 비결을 다시 한 번 엿볼 수 있었다. 이 말대로라면 이정후는 놓쳤어도 자신이 잘못했다고 여기는 대신 타구가 어려웠을 뿐이라 생각해 자책하지 않았을 것이고, 7회말 타석에서도 악영향 없이 타격에 집중했을 것이다.

포스트시즌 데뷔전인데 떨리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타구가 (글러브에) 들어오는 순간 긴장이 풀렸다"고 솔직히 말했다. 약간 남았던 긴장감마저 좋은 플레이 하나로 해소할 줄 아는 이정후의 스타성은 이종범마저 이정후의 아버지로 불리게 만들 만큼 매일 커져가고 있다.

큰 경기에서 필요한 큰 심장은 조언으로 만들 수 없다. 타고나야만 한다. 이정후는 그것을 가진 선수다.


n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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