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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 폭행' 공사 교수 사건 전말…'처벌불원'에 의존

장교는 피해 사각지대…군형법 '반의사불벌' 개정도 필요
징계절차 중 정상 진급…'군인사법' 제한 법적 근거 없어

(서울=뉴스1) 성도현 기자 | 2018-10-15 08:30 송고
공군사관학교 생도. © News1 김용빈 기자
공군사관학교 생도. © News1 김용빈 기자

올해 공군사관학교 신입생도 선발시험에서 벌어진 교수의 제자 폭행 사건과 관련해 공사가 피해 생도의 '처벌불원' 의사에만 의존했다는 지적과 함께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5일 공군 등에 따르면 공사는 사건 발생(7월28일) 한 달 뒤인 9월4일 '국방헬프콜'로 신고가 들어오고 나서 9월5일부터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A 교수와 B 생도 등을 조사한 뒤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공사, 피해자 처벌불원 뜻 의존…진의 알기 어려워

공사는 제3자가 A 교수를 폭행 혐의로 신고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만 수사했다. 이 과정에서 B 생도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수사는 종료됐다. 군형법상 폭행은 반의사불벌죄다.

공사는 피해 생도의 정확한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부모까지 조사했다. 하지만 위계질서가 엄격한 군 구조상 약자인 생도가 퇴교를 각오하지 않는한 교수를 고소하거나 처벌해 달라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
실제로 부사관 및 병사간 폭행 등 사건은 조명을 많이 받았고 많이 개선됐다. 그러나 대부분 장기 복무자로 이루어진 장교간 폭행 등은 피해자가 참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이에 군인에 준하는 생도의 경우를 비롯해 하급자가 폭행을 당한 경우 고소 등이 쉽지 않은 현실을 고려할 때 반의사불벌 예외 규정을 세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6년 구타 등 병영 내 가혹행위가 문제가 되자 국방부는 영내에서 벌어진 군인간 폭행·협박 사건은 피해자 의사와 관계없이 가해자를 처벌하도록 법(군형법 제60조의6)을 개정했다.

다만 이 경우도 군사기지와 군사시설, 군용항공기, 함선 등 장소에서 벌어진 폭행만 예외없이 처벌된다. 각군 사관학교 및 외부에서 벌어진 사건은 처벌 규정이 없는데 공사도 이를 근거로 삼았다.

물론 반의사불벌이 적용되지 않는 직무수행 중인 군인 등에 대한 폭행죄를 규정한 군형법 제60조가 있다. 그러나 직무수행에 대한 범위가 명확하지 않아 이 부분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공사는 이 조항에 대해서 검토했지만 폭행 사건 발생 장소가 군사시설 등이 아닌 영외였고, 시험 감독시간에 일어난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직무수행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자료사진] © News1 김용빈 기자
[자료사진] © News1 김용빈 기자

◇왜 징계절차중 정상 진급했나…"제한 규정 없어"

A 교수는 지난해 8월쯤 진급심사 때 중령 진급 예정자가 됐다가 징계절차가 진행 중이던 지난 1일 중령으로 정상 진급했다. 일각에서는 진급을 보류시켜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일단 이를 막을 규정이 없다.

군인사법 시행령 제38조는 진급 발령 전 진급시킬 수 없는 사유로 '군사법원에 기소됐을 경우' 또는 '중징계 처분을 받았을 경우'를 규정하고 있다.

군 안팎에서는 피해 생도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A 교수가 사건 당일부터 수사기관에서까지 폭행 혐의를 모두 인정했는데도 진급하는 건 옳지 않다고 지적한다.

이에 따라 군인사법 시행령 등에 징계절차가 진행 중인 군인에 대한 인사는 보류 또는 정지하도록 하는 규정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A 교수 사건의 경우처럼 경징계 또는 중징계가 내려질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진급 예정자로 선발됐다는 이유로 진급시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군인사법상 장교에 대한 징계는 중징계 및 경징계로 나뉜다. 중징계에 해당하면 파면·해임·강등 또는 정직, 경징계에 해당하면 감봉·근신 또는 견책 처분을 받는다.

해당 조항 제1항 제2호는 중징계 처분을 받았어도 대상자가 이의를 제기해 항고 절차에서 경징계 처분으로 경감되거나 징계가 면제되면 진급을 시킬 수 있도록 규정한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반의사불벌 예외 규정을 확대해 법이 엄격해지면 전과자 양산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며 "국방부가 군인사법 시행령 개정은 검토할 만하다"고 말했다.

공군사관학교 생도.(공사 제공) ⓒ News1
공군사관학교 생도.(공사 제공) ⓒ News1

◇공군·공사 대응 적절했나…매뉴얼 수립 필요성도

공사는 사건 초기 헌병·법무실을 중심으로 이미 법리를 검토했다. 폭행·명예훼손죄는 반의사불벌인 점, 모욕죄는 당사자의 고소가 있어야 하는 친고죄인 점 등을 살폈다.

공사 내부에서는 최초 보고시 A 교수에 대한 감찰 및 헌병 수사의뢰 등 의견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피해 생도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을 우선해 사건을 마무리하는 쪽으로 결론을 냈다고 한다.

공사는 사건 발생 이틀 뒤인 7월30일 내부 보고를 마쳤지만 별도로 조치에 나서지 않았다. 이에 지휘관 등 참모들을 중심으로 조직적으로 사건을 축소·은폐하려고 했을 가능성이 있어 공군본부에서 감찰 중이다.

공사는 제3자가 9월4일 국방헬프콜에 A 교수를 신고했고 9월5일에서야 헌병대에서 사건을 인지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의문의 한 달(7월30일~9월4일)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해명하지 못하고 있다.

군 고위 관계자는 "일부 완성도가 부족하지만 절차와 규정은 다 있다"면서도 "문제가 생기면 이해관계에 따라 사건을 최대한 조용히 처리하려고 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공사는 사건 발생 두 달이 넘게 가해자와 피해자 격리 등 조치를 하지 않은 것도 문제다. 각군은 군내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격리 등을 비롯해 신속히 조치에 나서지만 이 경우는 그런 절차가 없었다.

공사는 A 교수가 잘못했지만 평소 성실하고 열심히 일했던 사람이기 때문에 수업배제 등 조치를 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하지만 언론 보도 후 신속히 교수활동 배제를 결정했다.

이와 관련해 성폭력 사건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상급자에 의한 하급자 폭행 등 형사사건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방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관련 매뉴얼이 없다"고 말했다.


dhspeop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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