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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편의 오디오파일] 지금 가장 핫한 턴테이블을 듣다

(서울=뉴스1) 김편 오디오 칼럼니스트 | 2018-10-14 11:15 송고
크로노스 오디오 대표 루이 드자르댕씨
크로노스 오디오 대표 루이 드자르댕씨

2018년 10월13일, 정말 생각 자체를 바꿔야 할 만한 턴테이블을 들었다. 캐나다의 크로노스 오디오(Kronos Audio)라는 브랜드의 '크로노스 오디오 프로'(Kronos Audio Pro) 턴테이블이었다. 가격대는 엄청났지만 왜 그 수많은 오디오 고수들과 하이엔드 오디오 제작사들이 앞다퉈 크로노스 턴테이블을 쓰는지 알 수 있었다. 그냥, 소리의 차원이 달랐던 것이다. 

이날 오전 일찌감치 크로노스 턴테이블 시연회가 열리는 국내 수입사 시웍스의 시청실 '아날로그 라운지'로 향했다. 말 그대로 LP재생을 위해 특화된 시청 공간이다. 시청실에 들어서니 크로노스 대표 루이 드자르댕(Louis Desjardins)씨가 반갑게 맞이한다. 대학에서 물리학과 파동학을 전공한 엔지니어이자 오디오파일, 아마추어 뮤지션이다. 어머니는 피아노 강사란다. 본사는 몬트리올에 있고 회사는 2011년에 설립됐다. 

우선 루이 드자르댕씨와 인터뷰를 겸해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오디오쪽의 엔지니어링 관련 지식이 해박한 것은 물론(뉴튼의 제2법칙 이야기로 몇십분이 흘렀을 정도다), 오디오와 음악에 대한 조예도 깊었다. 서로 어떤 앰프와 스피커를 쓰는지부터, 좋아하는 음악과 오디오 기기까지 오디오파일 특유의 '처음부터 왠지 친밀한 기운'을 만끽했다. 개인적으로는 영어권에서 쓰는 '통찰력'(Insight)과 '오가닉 사운드'(Organic sound)가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지 깔끔하게 알 수 있는 자리였다. 

크로노스 오디오 프로 턴테이블
크로노스 오디오 프로 턴테이블

이날 인터뷰 그리고 시청의 주인공인 턴테이블 '크로노스 오디오 프로'는 2015년 출시된 '크로노스 250 LE'의 업그레이드 모델. 250대 한정 생산(Limited Edition) 모델의 양산 모델인 셈이다. 어쨋든 첫 눈에 봐도 강고한 섀시 디자인과 유저 친화적인 인터페이스가 돋보인다. 이 턴테이블의 핵심이자, 지금의 크로노스를 있게 한 기술적 핵심은 바로 2개의 플래터(platter)가 서로 역방향으로 회전, 서스펜디드(suspended) 턴테이블의 취약점으로 지목됐던 출렁거림 현상을 없앤 것. 

턴테이블 앞면에 나있는 2개의 표시창은 바로 이 2개 플래터의 회전속도를 표시해준다. 왼쪽이 위 플래터, 그러니까 실제 LP가 놓여지는 플래터이고, 오른쪽이 아래 플래터, 그러니까 위 테이블과 반대방향으로 돌아감으로써 섀시의 진동을 상쇄시켜주는 플래터이다. 동일한 회전속도가 관건인 만큼 CPU로 제어된다. 실제로 33 1/3 LP를 돌려보니 두 표시창에 '33.3'이 떴다. 두 플래터를 돌리는 것은 DC 모터. 각 플래터를 2개의 고무 밴드로 돌린다. 

미처 언급하지 못했지만 루이 드자르댕씨는 '흔들거리는' 서스펜디드 턴테이블을 선호한다고 한다. 턴테이블 섀시가 단단하게 고정된 리지드(rigid) 타입보다 진동 제어에 유리하기 때문. 그리고 플래터 회전에 따른 이 서스펜디드 턴테이블의 '회전 뒤틀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가 개발해낸 것이 바로 '쌍방향 회전 플래터'였던 것이다. 현재 크로노스의 턴테이블 라인업은 이날 집중 시청한 '크로노스 오디오 프로'와 이보다 싼 '스파르타'(Sparta), 2종류가 있다.

크로노스 레퍼런스 포노
크로노스 레퍼런스 포노

그런데 이날 필자의 시선을 잡아맨 또 하나의 조연이 있었으니 바로 크로노스가 최근 처음 선보인 포노스테이지였다. 두 섀시 구성에 육중한 무게, 짙은 구릿빛 섀시가 인상적인 이 포노앰프의 이름은 '레퍼런스 포노'(Reference Phono). 한 섀시는 전원부이고, 다른 한 섀시는 미세한 LP 출력 신호를 증폭시키는 본체다. 물론 전원부에서 발생하는 전자기장 간섭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서다. 전원부에는 EZ81 진공관을 정류관으로 투입했고, 본체에는 쌍3극관 12AU7과 12AUX7을 각각 2개씩 투입했다.

루이 드자르댕씨가 직접 캐나다에서 갖고 온 여러 LP를 들었다. 일본에서 찍은 핑크 플로이드의 명반 '다크 사이드 오브 더 문'(The Dark Side of the Moon)도 있었고, 엘비스 프레슬리의 희귀 래커반도 있었다. 스피커는 드보어 피델리티(Devore Fidelity)의 'O/96'이었고, 프리와 파워는 토레스 오디오(thoress Audio)의 'Full Function Pre'와 '845 Mono'였다. 

일감은 엄청나게 넓고 깊은 사운드스테이지와 배경의 적막감. 여기에 초저 노이즈와 예리한 음의 윤곽선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보컬 주변을 꽉 채운 공기감도 대단했다. 하지만 가장 놀랐던 것은 음 하나하나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묵직하게 느껴졌다는 것이었다. 집에서 쓰는 턴테이블이 거의 '오징어' 수준으로 느껴질 만큼 압도적인 무게감과 해상력, 다이내믹 레인지, 그리고 너무나 자연스러운 '오가닉 사운드'를 자랑했다. 

크로노스 턴테이블, 포노앰프 시연 시청실
크로노스 턴테이블, 포노앰프 시연 시청실

흥미로웠던 것은 '크로노스 오디오 프로'의 하단 플래터를 정지시킨 상태에서 똑같은 LP를 들었을 때 너무나 확연한 음질의 열화가 느껴졌다는 것. 한마디로 크로노스의 트레이드 마크라 할 '쌍방향 플래터 회전'이 없을 때, 그러니까 일반 서스펜디드 턴테이블로 변신했을 때의 음질을 AB테스트한 것인데, 누가 봐도 곧바로 알 수 있을 만큼 변화가 극심했다. 그것은 바로 에너지의 감소, 파워의 약화, 무대의 평면화였다. 턴테이블이 음악을 대하는 태도 역시 너무나 소극적으로 변했다. 한마디로 턴테이블이 갑자기 의기소침해진 것이다.  

필자의 감탄에 고무된 탓인지 루이 드자르댕씨는 한가지 실험을 더 제안했다. 명함 수십장을 턴테이블 섀시 중간에 끼워넣어, 자연스러운 흔들림이 없는 리지드 턴테이블로 만들어버린 상태에서 똑같은 LP를 들어보자는 것. 개인적으로는 뭐가 달라질까 싶었지만, 고백컨대 음질이 너무나 안쓰러울 정도로 더 악화됐다. LP와 턴테이블, 아니 845 진공관을 쓴 파워앰프 자체가 정신줄을 놓은 듯했다. 

굉장한 신세계를 체험한 시청이었다. 루이 드자르댕씨의 '성공은 한번에 하나씩 이뤄진다'는 조언도 공감이 컸다. 지금까지 몇 백대가 팔린 하이엔드 턴테이블 메이커의 대표이지만, 자기가 지금 이 곳에서 만나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필자에게 왜 오디오를 좋아하냐고 묻는다. "1973년의 정경화를 지금 2018년에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가 미소를 짓는다. '크로노스'가 그리스어로 '시간'을 뜻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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