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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종 칼럼] 노벨상, 기후변화에 개입하다

(서울=뉴스1) | 2018-10-12 10:26 송고
[인터뷰]김수종 고문 2017.7.27/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한시도 참지 못하고 사사건건 트위터 문자를 날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침묵하게 하는 두 가지 국제 뉴스가 터져 나왔다. 유엔 ‘기후변화정부간위원회(IPCC)’는 지난 8일 인천 송도에서 기후변화의 위험을 경고하는 ‘특별보고서’를 발표했고, 같은 날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기후변화 대응의 효과적 방안으로 탄소세 부과를 강조하는 예일대 경제학자 위리엄 노다우스 교수를 경제학상 수상자로 발표했다.

기후변화를 ‘중국이 벌이는 사기극’이라고 주장했던 트럼프 대통령에겐 정말 기분 나쁜 소식이었을 게 분명하다. 게다가 노다우스 교수는 수상 소감에서 “(기후변화)정책이 과학에 한참 뒤져있다. 트럼프정부의 재앙적인 정책으로 뒷걸음질 쳤다”고 비판했다. 그렇게도 노벨평화상을 갈망하는 트럼프가 노벨상 수상자가 된 경제학자에게 욕을 먹었으니 소태 씹는 기분이었을 법하다. 더구나 이 뉴스가 발표된 날 중간선거 공화당 후보의 지원유세에 나섰던 트럼프의 행선지가 공교롭게도 기후변화의 위험을 가장 민감하게 느끼는 플로리다였으니 더 할 말이 없었을 것이다.      

노벨 경제학상과 IPCC 특별보고서가 보이지 않은 손에 의해 조율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렇지만 2007년 IPCC와 앨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공동 수상한 사실을 되짚어 보면, 기후변화가 노벨상 수상자 선정에 크게 영향을 미칠 정도로 국제사회의 중심 어젠다(議題)가 되었음을 절감하게 된다.     

1970년 대 유럽과 미국에서 지구환경문제가 대두될 때, 노다우스 교수는 가장 효과적인 해결 방안을 세금 부과라고 착안했다. 탄소세 정책을 정부에 촉구하는 정책모델 개발에 40년을 천착했다. 기후변화경제학의 아버지인 셈이다.  

노다우스 교수는 흉작이나 홍수 등 기후변화에 의한 손실을 평가하기 위해 ‘동적통합기후경제모형(the Dynamic Integrated Climate-Economy model)’을 만들었다. 그는 영어 머리글자를 따서 이 모델을 'DICE(다이스)’라고 불렀다. ‘DICE’는 우연스럽게도 ’주사위‘의 영어 단어와 같지만, 노다우스 교수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정책을 지구의 미래를 놓고 주사위 도박을 한다”는 뜻으로 암시되게끔 의도했다고 한다. 그는 2013년 저서 ’기후 카지노‘도 이런 맥락에 닿아 있는 것 같다.     

경제학상 공동 수상자인 폴 로머 뉴욕대 교수는 정부정책이 기술혁신의 성공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를 연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로머 교수도 수상소감에서 기후변화 문제를 정부정책과 기술혁신으로 풀 수 있다고 주장하며, 1980년대 프레온가스 감축으로 오존구멍을 해결했던 사례를 상기시켰다.

기후변화 문제에 늑장 대응하는 국제사회를 향한 노다우스 교수의 논평은 날카롭다. “우리는 과학을 이해하고, 기후변화의 영향도 알고 있다. 그런데 여러 국가를 하나로 묶어나가는 방법은 모른다.”

노다우스 교수의 지적은, 8일 IPCC가 특별보고서를 발표하면서 기후변화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신속하고 획기적인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경고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IPCC는 각국 과학자 및 정부 대표자들로 구성되며, 유엔의 기후변화문제 해결에 과학적 토대를 제공해주는 국제기구다. 따라서 각국 이해관계를 반영하다보니 기후변화에 대한 평가는 매우 보수적이다. 과거 5차례의 보고서가 그랬다.

그런 성향의 IPCC가 이번 송도 총회에서 특별보고서를 채택하면서 '1.5도‘ 경보를 다급하게 울렸다. ‘1.5도’는 어쩌면 앞으로 ’북한비핵화‘에 맞먹을 정도로 위험을 상징하는 용어로 정착될지도 모른다.

2015년 프랑스 파리에 세계 196개국 정상이 참석해서 자발적으로 온실가스를 줄이자는 파리협정을 채택했다. 파리협정의 합의의 전제로 IPCC는 기온 상승이 산업혁명 이전 기준으로 섭씨 2도 이상 허용하면 인류가 위험하다는 일종의 마지노선을 설정했고, 될 수 있으면 1.5도 이상 올라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번 송도 IPCC총회는 기온 2도 상승 허용은 너무 위험하니 ’1.5도‘로 묶어야 한다는 일종의 마니노선 수정권고를 국제사회에 촉구한 것이다.

현재 지구 기온은 산업혁명 때에 비해 섭씨 1도 상승했다. 그렇다면 0.5도 이상 오르게 두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현재의 화석연료 사용추세를 그냥 두면 절대 불가능한 목표다. IPCC과학자들이 내린 결론은 2030년 온실가스 배출을 2010년에 비해 45%줄여야 하고, 2050년까지 ‘배출 제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30년 후엔 석유도 석탄도 쓰지 말아야 한다. 그게 가능할까. 텍사스 A&M대학 기후학자 앤드루 데슬러 교수의 해결안은 미국적이다. “1.5도 이상 상승 못하게 하는 것은 너무 어렵다. 근본적으로 워싱턴의 정치인들을 모두 바꿔야 한다. 그게 답이다.” 혁명적 변화는 불가피할지 모른다.

지난 여름 폭염으로 우리나라 사람들도 기후변화의 위험을 몸으로 느끼게 됐다. 올 겨울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불안할 정도다. 그런데 한국은 세계 9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이다. 화석연료에 생존이 걸린 경제 구조다. 이 딜레마를 국가차원에서 처절하게 고민해야 할 때가 먼 얘기가 아닌 것 같다. <뉴스1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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