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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시' '빽장갑' '화이바''불봉' 무슨말?…행정용어 순화 먼길

위반 감소세…경찰·군에서도 자체적인 순화노력

(서울=뉴스1) 민선희 기자 | 2018-10-09 08:00 송고 | 2018-10-09 11:31 최종수정
572돌 한글날을 하루 앞둔 8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에 꽃으로 '한글 사랑해'라는 글자가 만들어져 있다.  2018.10.8/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572돌 한글날을 하루 앞둔 8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에 꽃으로 '한글 사랑해'라는 글자가 만들어져 있다.  2018.10.8/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1446년 10월9일 훈민정음 반포 이후 한글날이 올해로 572돌을 맞았다. 특히 지난해 초 전문용어와 표준화·체계화를 위한 중앙행정기관 '전문용어 표준화협의회'를 설치하도록 국어기본법 개정이 이뤄지면서 정부부처와 공공기관들은 '행정용어 다듬기 사업'에 나섰다.

지난 3월 문재인 대통령 역시 "일반 국민이 법령과 행정의 의미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일이야말로 국민을 위한 행정의 중요한 출발이 될 것"이라며 올바른 행정용어 사용을 강조한 바 있으나, 정부부처 보도자료의 한자어와 외래어 남용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 정부부처 보도자료 한글전용 위반 자료 하나당 평균 2.4회

국어기본법에서는 "공공기관 등은 공문서를 일반 국민이 알기 쉬운 용어와 문장으로 써야 하며, 어문규범에 맞추어 한글로 작성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있다.

사단법인 한글문화연대(대표 이건범)는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정부 보도자료 총 3024건을 모아, 국어기본법을 잘 지켰는지 조사한 결과, 보도자료 하나마다 한글전용 위반은 평균 2.4회로 지난해 평균 3.1회보다 다소 줄었다.

외국 문자를 본문에 그냥 써서 한글전용 규정을 위반한 대표적 사례는 R&D(544회), ICT(222회), AI(155회) 순이었으며 한자를 그대로 쓴 사례는 美(110회) 對(80회) 新(46회) 등이었다.

정부부처 기준으로는 기획재정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소벤처기업부, 외교부, 농림축산식품부 순으로 한글전용 규정위반이 많았다.

위반 횟수가 가장 많은 기재부의 경우 보도자료 186건에서 1127개를 위반해 보도자료 하나마다 한글전용 위반이 평균 6.1회 수준이었다. 반면 문화체육관광부, 통일부, 여성가족부는 보도자료 하나 당 위반 수가 채 1회가 되지 않았다.  

◇외국어 남용은 자료당 평균 6.6회로 지난해 대비 다소 줄어

지난 4월부터 6월 보도자료 조사에서 우리말로 표현할 수 있음에도 외국어를 소리 나는 대로 한글로 적기만 하는 외국어 남용은 평균 6.6회였다. 역시 지난해 7.1회였던 것과 비교하면 약간 줄었다.

그러나 한글문화연대 측은 "지난해에는 외국어 '팀'과 '센터'를 포함해 조사했고 올해에는 제외했다"며 "두 단어 반영하면 평균 7.5회로,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다고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외국어 남용 사례는 '프로그램'(과목, 교육), '시스템'(체계, 구조), '컨설팅'(상담), '콘텐츠'(내용, 목차, 알맹이), '인프라'(기반, 여건) 등이었다.

부처별로는 중소벤처기업부(보도자료 하나당 12.9회), 문화체육관광부(11.4회), 산업통상자원부(10.8회), 농림축산식품부(8.6회), 국토교통부(8.2회) 순으로 위반 횟수가 가장 많았다.

한글문화연대에 따르면 올해 눈여겨볼 만한 특징은 권고안(가이드라인), 거점(플랫폼), 통제탑(컨트롤타워), 구매인(바이어), 경향(트렌드) 등 우리말을 앞세우고 괄호 안에 외국어를 넣어 표현한 보도자료가 많아졌다는 점이다.

연대 측은 "우리말 다듬기 사업의 성과"라면서도 "괄호 속에 영어 낱말이 없어도 다 알아들을 수 있는데, 영어를 병기했다는 점은 아쉽다"고 평가했다.

◇경찰·군에서도 우리말 다듬기 사업 진행 중

정부 부처 외 경찰과 군도 자체적으로 우리말 다듬기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부터 관행적으로 쓰이는 부적절한 용어나 어법에 맞지 않는 용어를 순화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경찰청은 올해 '교양수부'(업무일지), '교시'(길 안내), '수결'(서명), '불봉'(경광봉), '짬통'(음식물 쓰레기통), '빽장갑'(교통장갑), '빠따'(단봉), '빽모/흑모'(교통모/방한모) 등 순화용어 60개를 선정해 공지했다.

경찰 관계자는 "직원들이 순화대상 용어를 1차적으로 취합한 뒤 게시판에 올려 현장경찰 의견을 수렴했고, 국립국어원 검수를 거쳐 60개 용어를 뽑았다"며 "지난해 순화대상 용어로 선정됐음에도 현장에서 계속 사용되는 단어들은 올해도 순화용어 목록에 포함해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방부 역시 지난 7월부터 '올바른 공공언어 사용 추진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에 따르면 국방부 홈페이지 내 '국방분야에 쓰인 어려운 공공언어 제보 게시판'에는 900여개의 어휘가 올라왔다.

'화이바'(방탄핼멧), '깍새'(이발병), '짬찌'(신병), '구보'(달리기), '쿠사리'(면박), '나라시'(평탄화작업), '촉수엄금'(손대지마시오), 마스터플랜(종합계획), 바리케이드(방어벽) 등이 대표적인 개선대상 용어로 꼽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올라온 어휘들을 정리하고, 현장 의견을 수렴한 뒤 국립국어원 검수를 의뢰할 예정"이라며 "이후 다음달 쯤에는 전문용어 표준화협의회 심의를 거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와 별도로 병영언어 순화작업도 지난 2015년부터 진행해왔다"고 덧붙였다.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는 "보도자료에서 영어를 그대로 적는 한글전용 위반 횟수는 꽤 줄었다"며 정부부처와 공공기관들도 용어 다듬기 노력을 계속 하고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 대표는 "말이라는 게 결국 습관이기 때문에, 공직사회의 경우 위에서 강력하게 의사를 표명하면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며 "실국장 회의에서 주도적으로 다듬기사업을 점검해주면 많이 개선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mins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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