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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반대장 전화하는 사이 '외줄 하강' 부장검사 암벽 추락

경찰, 매듭 소홀히 한 정황 잡고 입건 여부 검토

(의정부=뉴스1) 이상휼 기자 | 2018-10-05 14:16 송고
도봉산의 암벽등반루트 배추흰나비의 추억길 하강 지점에서 하강용 로프를 설치하는 한 산악인. 이 사진은 해당 사건과 관련이 없음. © News1
도봉산의 암벽등반루트 배추흰나비의 추억길 하강 지점에서 하강용 로프를 설치하는 한 산악인. 이 사진은 해당 사건과 관련이 없음. © News1

현직 부장검사가 암벽 등반 하강 도중 추락사한 경위를 조사하는 의정부경찰은 등반대장이 매듭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정황을 발견,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할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5일 밝혔다.

지난 3일 오후 1시께 서울동부지검 전모(56) 부장검사는 도봉산 선인봉 남측길에서 50m 구간을 하강하던 중 매듭이 풀려 추락해 숨졌다.
전 부장검사는 안양에서 자신의 이름을 내건 클라이밍센터를 운영하는 등반대장 김모씨(49) 등 총 4명과 함께 등반에 나섰다가 변을 당했다.

경찰에 따르면 하강줄 설치는 김씨가 맡았다. 사고 구간은 40도 경사의 완만한 구간이라 '클라이밍 다운(암벽에서 로프를 쓰지 않고 맨몸으로 내려가는 기술)'으로 내려갈지 로프를 사용할지를 두고 일행간에 의견이 오갔고 결국 외줄하강하기로 결정했다. 김씨는 일행을 하강시킨 뒤 마지막에 외줄 매듭을 풀고 로프를 수거해 클라이밍 다운으로 내려갈 계획이었다. 

하강 지점에는 강철 피톤이 없어 김씨는 나무에 60m 로프 1동을 에반스 매듭법으로 묶었다. 일명 교수형 매듭법이라 불리는 이 매듭법은 복잡하고, 하강 이후에는 하강자의 무게를 받아 꽉 조여지기 때문에 자주 통용되는 매듭법은 아니다. 피톤이 있다면 비교적 단순한 까베스통, 푸르지크 매듭을 쓰는데 나무에 둘러쓰긴 난해한 매듭법이라고 한다.
에반스 매듭법은 인위적으로 풀지 않는 이상 하강 중 풀리는 일은 극히 드물다고 한다. 주의할 점은 에반스 매듭법의 경우 텐트칠 때 쓰는 매듭과 비슷해 헷갈리기 쉬워 주의를 요한다고 한다. 자칫 텐트칠 때 쓰는 매듭법을 사용하면 풀릴 위험이 있다는 것.

첫 하강자는 전 부장검사였다. 서로 매듭이 정확한지 여부를 확인했는지는 경찰이 조사하고 있다. 전 부장검사는 베테랑인 김씨가 손본 외줄을 타고 하강하기 시작했다. 그때 김씨는 휴대전화 통화를 했고 갑자기 매듭이 풀리면서 전 부장검사가 추락했다.

4일 진행된 현장검증에는 검사와 형사, 경찰산악구조대도 정상에 올랐다. 경찰산악구조대 관계자는 "그 매듭은 제대로 설치하면 풀리지 않는데 어떻게 한 것이냐"고 김씨에게 물었다.

김씨는 자신이 사용한 매듭법 명칭이 '에반스 매듭법'이라는 것도 모르고 손에 익숙한 대로 묶었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전 부장검사가 추락하는 순간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김씨가 사고 당시 통화한 기록을 확보했다.

경찰은 전 부장검사가 등반대장인 김씨에 의존해 내려가다가 사고가 난 만큼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할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하강자 본인도 매듭을 확인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김씨에 대한 입건 여부는 고심중이다"고 밝혔다.

다수의 산악인들은 "동료가 하강하는 중에 전화 통화하는 행동은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daidaloz@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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