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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 음주사회④]"음주가 비만·흡연보다 심각…술 관대한 규범 바꿔야"

손애리 삼육대 교수·알코올과건강행동학회장 인터뷰
"술은 우발적 범죄로도 연결…음주총량 줄여야"

(서울=뉴스1) 장우성 기자 | 2018-09-28 08:00 송고 | 2018-09-28 10:54 최종수정
편집자주 술에 따른 폐해가 큰 사회문제로 대두된 지 오래다. 한국에서 매일 13명이 알코올 관련 이유로 목숨을 잃는다. 서울시 등 지방정부, 보건의료계 중심으로 절주문화 확산운동이 벌어지고 있지만 상위법의 미비, 술에 관대한 사회문화 등이 걸림돌이다. 이에 뉴스1은 음주 폐해의 심각성, 공공장소 음주금지의 필요성을 살펴보는 총 4건의 기획기사를 마련했다.
손애리 삼육대 교수(손애리 교수 제공)© News1
손애리 삼육대 교수(손애리 교수 제공)© News1

'알코올과 건강행동학회' 회장인 손애리 삼육대 교수(보건관리학과)는 절주문화 운동의 전도사다. 특히 공공장소에서 음주행위 금지를 강력히 주장해왔다.

손애리 교수는 20일 삼육대 교수연구실에서 진행한 뉴스1과 인터뷰에서 "공공장소에서 음주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지방정부가 시행하는 공공장소 음주제한 조례에도 상위법이 미비해 처벌은 어렵더라도 '음주 금지' 조항을 넣을 것도 제안했다. 무엇보다 "공공장소에서는 술을 자제하고 타인에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사회적 규범을 확립하는 절주문화 사업이 절실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청년·대학생 음주문화의 심각성도 지적했다. 손 교수는 "청년층 비음주자가 늘었지만 음주자는 더 과음을 하는 양극화 추세"라며 "취업 스트레스가 크고 술이 싸고 구입이 편한데다 어디서나 마실 수 있으니 더 마시게 된다"고 풀이했다. 특히 젊은 여성 음주 확산에 영향을 주는 방송 규제 강화 필요성도 제기했다. 

손 교수는 "흡연이나 비만보다 음주가 주는 폐해가 더 심각하다. 술을 마시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우발적 범죄도 많다"며 "음주 총량은 반드시 감소해야 한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방정부들이 공공장소 음주제한을 추진하는데 보완할 점은.
▶우리 사회에 술에 관대한 문화가 광범위해 어려움이 있다. 공공장소 음주행위에 대한 사회적 규범이 없다. 문제가 생겨도 개인의 자유를 강조하고 피해는 간과한다. 많은 선진국은 어려서부터 공공장소는 술을 못 마시는 곳으로 교육한다. 공공장소 음주를 제한할 상위법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상위법이 없으니 서울시 등이 조례를 제정했지만 음주행위를 금지하지는 못 한다. 과태료를 물리려고 해도 타인에 해를 주는 음주 소란행위의 기준이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이같은 내용을 보완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데 주류업계의 반대가 크다. 2011년 고승덕 당시 한나라당 의원 등이 학교 내 주류 반입을 금지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는데 무산된 적도 있다.

-공공장소 음주행위를 금지하면 상권에 타격을 준다는 지적도 있다.
▶모든 곳에서 음주행위를 제한하자는 게 아니다. 학교, 공공장소 등 상식적으로 술을 먹지 않아야 할 곳에 적용하자는 것이다. (법적으로 허용된 주류판매점 등의) 판매까지 제한하자는 것도 아니다. 공공장소에서 음주를 금지한다고 상권에 타격을 준다는 건 지나친 논리다.     

-요즘 청년 음주문화의 심각성은 어느 수준인가.
▶젊은 층 음주문화는 양극화 추세다. 비음주자가 늘었지만 음주자는 더 과음을 한다. 과거에는 직장 생활 중 사교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술을 마셨다. 최근엔 개인적인 목적이 강하다. 술을 즐기며 스트레스를 푼다. ‘혼술’하며 자기 위안하는 젊은층도 늘었다. 특히 20~30대 여성 음주가 심해졌다. 음주는 합법화된 중독물질이다. 한두 잔으로 시작했다가 점점 양이 늘어난다. 문제는 몸이 감당할 수 있는 능력 이상으로 먹는 경우다. 음주의 심각성을 모른 채 즐기기 위해 마신 술이 고위험군에 이르게 된다. 대학생은 음주문화가 과거보다는 나아졌지만 일종의 놀이문화가 됐다. 폭탄주를 어떻게 섞어 마시나 게임도 한다. 집단적인 술자리는 줄었지만 소수 친구들끼리 술로 재미를 추구한다. 요즘 대학생은 취업 스트레스가 크고, 술이 싸고 구입이 편한데다 어디서나 마실 수 있으니 더 마시게 된다. 심지어 편의점에서도 술을 마시는데 이는 명백히 불법이다. 편의점은 법적으로 판매만 허용된 곳이다.    

-미디어가 음주문화에 끼치는 영향도 큰지.
▶여성들은 미디어 영향을 많이 받는다. 방송 예능프로그램이나 드라마의 음주 장면이 그렇다. SNS가 음주의 계기가 된다는 연구도 있다. 방송은 강력하게 규제해야 한다. 요즘은 흡연 장면은 없지만 음주하는 장면은 여전하다. 특히 청소년이 많이 시청하는 시간대는 규제가 필요하다.      

-52시간 근무제, 미투 문화가 끼치는 긍정적인 면은.
▶52시간 근무제 도입에 따라 음주자들을 인터뷰한 결과 영향이 컸다. 늦게 퇴근할수록 술자리가 잦은데 이제는 일찍 퇴근 후 운동을 한다는 응답이 많았다. 52시간 근무제가 음주를 덜 하는 문화를 만든다고 볼 수 있다. 미투 문화도 서로 문제가 될 소지를 없애게 만들어 술자리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지방정부가 절주문화 확산을 위해 해야할 일은.
▶지방정부가 시행 중인 61개 관려 조례를 보면 음주행위를 금지하는 조항이 명확하지 않다. 처벌은 못 해도 음주행위 금지 조항은 넣는 게 필요하다. 공공장소에서는 술을 자제하고 타인에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사회적 규범을 확립하는 절주문화 사업이 절실하다.     

-우리가 절주를 해야 할 이유를 요약한다면.
▶우리에게 주는 신체적, 정신적 폐해가 크다. 흡연이나 비만보다 음주가 주는 폐해가 더 심각하다. 음주는 교통사고, 폭행, 소란, 자살까지 연결된다. 술을 마시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우발적 범죄도 많다. 음주 총량은 반드시 감소돼야 한다.    

-바람직한 술문화를 위한 가이드라인이 있다면.
▶안전한 음주를 해야 한다. 일주일에 알코올 함량이 100g 이상(소주 14잔) 넘으면 각종 질환으로 이어진다. 술을 천천히 마시는 것도 필요하다. 음주량을 줄이는 것만큼 안 먹는 날을 늘려야 한다. 일주일에 세 번 이상 마신다면 1~2번으로 줄이고 몸이 회복될 간격을 줘야 한다.      

-우리나라는 왜 술에 관대할까.
▶국내 소주 회사가 생긴 게 1960년대다. 산업화 시대 장시간 노동 후 일이 끝나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술 마시는 직장문화가 형성됐다. 이 때문에 직장 주변 술집이 늘어났다. 군대 경험 등 집단생활도 영향을 줬다. 폭음, 과음이 늘고 술에 따른 폐해를 용인해주는 문화가 자리잡힌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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