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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모장 시대'에 맞는 추석…여성 국회의원들의 모습은?

명절에는 '1인 3역'…"예전보다 간소화 시켜"
"시어머니 되면 며느리에게 '알아서 살아' 할 것"

(서울=뉴스1) 정상훈 기자 | 2018-09-23 10:00 송고
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가모장 시대'라는 말이 있다. '가부장제도' 속에서 수십 수백년 간 이어온 남녀 불평등의 시대를 끝내고, 이제는 양성평등으로 가자는 의미를 담은 일종의 신조어다.
그럼에도 해마다 명절만 되면 여성의 과도한 가사노동으로 인한 '명절증후군'이 사회적 문제가 되곤 한다. 호주제가 폐지되고 여성의 내각 비율이 30%가 넘는 시대가 됐지만, 이 문제만큼은 좀처럼 해결이 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사회 변화를 이끌어야 하는 국회의원, 그 중에서도 여성 의원들은 어떻게 추석을 맞이할까?

사실 여성 국회의원들에게 명절은 '1인 3역'을 해야 하는 시기다. '워킹맘'·'워킹며느리'로의 역할뿐만 아니라, 지역구 관리도 어느 때보다 철저히 해야 하는 기간이기 때문이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이번 추석은 지역구를 맡은 뒤 맞이하는 첫 명절이다. 지난 15일 '경기 안양동안을'에 둥지를 튼 만큼, 이번 추석만큼은 지역구 관리에 충실할 계획이다. 이 의원은 "엄마 역할, 딸 역할, 며느리 역할은 잘 못하는 명절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명절에 여성들이 겪는 고통에 대해 "결혼한 (대한민국) 여성들은 다 비슷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그나마 이 의원은 친정아버지의 제사까지도 본인이 직접 챙겨야 하는 사정을 시댁에서도 이해를 해줘서, 그래도 명절 때마다 친정을 먼저 찾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의원에게는 아직 초등학교에 진학하지 않은 어린 아들이 있다. 먼 얘기지만 '나중에 명절 때 어떤 시어머니가 될 것이냐'고 물어봤다. 이 의원은 "최소한 우리 며느리에게는 명절에 딸로서 느껴야 했던 감정을 느끼지 않게 해주겠다고 늘 다짐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남성'인 기자에게 "딸이 친정 설득하는 것도 힘든데, 며느리들이 시댁을 바꾸는 것은 아직은 요원하다. 그러니까 아들들이 잘해야 된다"고 당부했다.

결혼한 지 20년이 넘는 정춘숙 민주당 의원은 "그 동안 '만두 사건', '설거지 사건' 등등 여러 사건들이 많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남편, 그리고 시댁과의 의견 차이를 좁혀나갔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처음에는 시어머니께서 '집안에 여자가 몇인데 장남이 설거지를 하냐'고 하셨지만, 이제는 남편과 시동생, 아들이 설거지를 담당한다"며 "당초 여성들은 음식만 하고 함께 지내지는 못했던 제사들도 지금은 남녀가 처음부터 끝까지 같이 하는 것으로 바꿨다"고 했다.

성인이 된 아들이 있는 정 의원은 '훗날 며느리에게 명절 때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저는 그냥 '알아서 살아'라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평화당 대변인인 박주현 의원에게 명절은 딸과 며느리면서도 시어머니로의 역할까지 해야 하는 기간이다. 그래도 시댁과 친정 모두 과거에 비해 간소한 명절을 보내 부담이 많이 줄었다고 했다.

박 의원은 "시댁이 양반 집안이라 굉장히 (격식을) 따졌지만, 지금은 며느리들과 집안에 딸들이 합심해 하나씩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명절 음식도 웬만하면 시장에서 사서 준비하고, 성묘 때도 근처 식당에서 식사하는 것으로 대신한다고 했다.

역시 며느리이자 시어머니인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은 며느리가 곧 출산을 앞두고 있어서 이번 추석에는 '(시댁에) 오지마라'고 했다고 한다. 신 의원의 시댁은 당초 제사가 많은 집안이었지만, 지금은 많이 간소화시켰다고 한다.

신 의원은 "며느리도 직장인이라서 명절 얘기를 하긴 하는데, 이때가 아니면 식구들이 모일 기회가 잘 없으니 모여서 음식을 만드는 것은 계속 할 것 같다"면서도 "다만, 누구는 꼭 와야 한다는 것보다는 그때 모일 수 있는 사람들만 와도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신 의원은 "남성들이 명절 때 가사 분담을 많이 하지만, 아직은 자기 일이라기보다는 돕는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하는 것 같다"며 여성과 남성이 모두 즐기는 명절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남성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sesang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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