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N인터뷰]① '아는 와이프' 차학연 "빅스 엔? 나 지우고 연기하고팠다"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2018-09-22 08:00 송고
© News1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제공
© News1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제공
차학연(28)은 지난 2012년 그룹 빅스의 멤버 '엔'으로 데뷔했다. 드라마 '호텔킹'(2014) '터널'(2017) 에 본명 차학연으로 참여하면서 연기 활동을 병행했다. tvN '아는 와이프'에서는 자기애가 충만한 사고뭉치 은행원이자 사랑에 서툰 연애 초보자 김환 역할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아는 와이프'는 그에게 여러 색깔의 감정으로 기억될 드라마다. 연기를 하면서도 '멋지고' 싶었던 과거에서 벗어나, 새로운 인물을 만드는 재미를 다시 느끼게 했고, 그 재미를 느끼기까지 길고 깊은 고민과 노력을 하게 만들었다. 스스로 확신이 없었던 연기관도 경험과 시간 그리고 노력이 더해져 보다 단단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무대와 촬영장을 오가면서 수 년의 시간을 보냈다. 다양한 색깔을 덧칠하고 지우고 또 입히기를 여러 차례. 화려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그 포장지를 한꺼풀만 벗기면 온전한 스물 아홉의 청년 차학연이 보였다. 때로는 조바심이 났고 스스로를 몰아세울 때도 있었으며 슬럼프를 느낀 적도 있었다. 그 시간들을 받아들인 후에는 더욱 성숙해진 모습으로 현재를 살 수 있었다는 그다.

다음은 차학연과 일문일답.

- '아는 와이프'는 어떻게 떠나 보냈나.

▶ 아직 먹먹하다. 배우들 모두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이 작품에 열정을 가지고 임했고 다들 먹먹한 마음으로 떠나보내고 있는 것 같다. 지금도 은행에 출근해야 할 것 같고, 환이라는 캐릭터를 남겨두고 온 것 같다.

- 유독 애정이 더 큰 느낌이다. 


▶ 내가 이런 분위기에서 또 연기를 할 수 있을까 싶었다. 나를 대해주는 선배님들의 진심도 느껴졌고 감동도 많이 받았다. 환이가 분량이나 스토리가 크지는 않지만 부담감을 많이 가지고 준비했던 인물이다. 환이처럼 화려한 스타일이나 뽀글 머리를 좋아하지도 않고, 그런 말투도 쓰지 않는다. 그래서 환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새로 만들어야 했다. 준비하는 과정이 힘들었고, 시간도 많이 들였다.
© News1 tvN '아는 와이프' 캡처
© News1 tvN '아는 와이프' 캡처
- 본인과 닮은 점이 없는데도 이 캐릭터를 연기한 것은 자신을 깨고 더 다른 모습에 도전하고 싶어서인가.  

▶ 내 모습을 빼고 연기해보고 싶었다. 예전에는 연기하는데 부담이 없었다. 연기하면서 내가 가진 것들로만 해서 그런 것 같다. 그러다보니 한계가 오고, 경험하지 못한 것들을 표현할 때는 힘들더라. 빅스 엔을 버리지 못 했던 것 같다. 멋있어 보이고 싶고 꾸미고 싶었다. 그게 내 실수라는 걸 깨닫고 생각을 고친 시기가 '터널' '발칙하게 고고'를 하면서부터다. 나와 다른 인물이 되어서 연기하는 것의 멋을 알았다.

- 김환이 어떤 면에서는 밉상으로 보인다. 걱정스럽지는 않았나.


▶ 내가 고지식한 면이 있어서 환이가 하는 말에 불편함을 느낀 것도 있었다. 그러다가도 이 친구가 완전히 틀린 말을 하는 건 아니구나 라는 생각도 했다. (웃음) '회식이 업무의 연장같다'는 말도 그렇지 않나. 이 친구가 악의가 있어서라기 보다는 부조리를 짚고 넘어가고 싶었던 것이다. 어느 정도는 이해도 됐고 타협도 됐다. 솔직하고 싫은 건 싫다고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나와 상반되더라. 처음에는 내 주변에 환이같은 아이가 없었으면 하다가, 나중에는 환이같은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 히 사내 마라톤 대회에 불참한 장면이 정말 김환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 (웃음) 전날 좋아하는 여자에게 차이지 않았나. 그러니 안 간 거다. 아마 환이라면 투덜대기는 해도 마라톤에 갔을 거다. 그런데 차이기까지 했으니 정말 못 간다고 생각했을 거다.
© News1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제공
© News1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제공

- 캐릭터를 만드는데 동료들의 도움이 컸다고.

▶ 환이라는 인물을 만드는 건 나뿐만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다. 환을 어떻게 바라보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선배들의 작은 배려, 작은 스킨십이 환을 만들어줬다. 정말 싸늘하게 대하는 것과 애정을 바탕으로 핀잔을 주는 것은 다르지 않나.

- 그건 카메라 밖에서 차학연이 선배들에게 잘 하는 후배인 덕분은 아닐까.

▶ 나도 환 역할이 아니었다면 현장에서 얼었을 것 같고 어려웠을 거다. 환에게 정말 고맙고 나도 막내로서 편하게 있을 수 있던 시간이었다. 내가 연기하면서 엄청 고민한 적이 있다. 차대리를 반기는 장면에서 환이가 이런 인물일까 쉽게 적응이 안 되더라. 대사 하나를 두고 안 외워져서 백번, 이백번 외우니까 변팀장님(박원상 분)이 그게 마음에 걸리셨던 것 같다. 종방연에서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환이가 좋았고 너의 연기가 좋았다. 지금처럼 연기하면서 성장해서 부담감없이 연기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너무나 감사했다. 내가 이런 사람들을 또 만날 수 있을까 싶었다.

- 대사 한줄에 그렇게 많은 부담감을 가지고 임하다니, 에너지 소모가 크지 않나. 왜 스스로를 그렇게 몰아세우나.

▶ 내 연기를 의심한다. 누가 보면 자신감이 많아 보인다고도 하는데, 자존감을 높이려고 노력하는 거다. 내가 부족한 걸 알고 있다 보니 노력을 해야 하더라.
© News1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제공
© News1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제공

- 스스로 만족을 위해서 그렇게 많은 노력을 기울이나.

▶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내 만족도 있지만, 나를 지켜봐주는 팬분들이 계시지 않나. 나에게 관심을 가지고 봐주시는 분들이 있고, 지금처럼(인터뷰) 내 이야기를 듣고 글을 써주는 분들도 있지 않나. 그런 분들이 있기에 더 노력을 해야 한다. 데뷔 초와 지금은 정말 많은 부분이 변했고 많은 이야기가 생겼다. 그러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과연 나를 봐주는 사람이 없고, 없었다면 내가 이렇게 노력하면서 살았을까 싶었다. 아마도 변하지 않았을 것 같다.

- 정말 열심히 산다.

▶ 스스로 노력하는 스타일은 아닌데 지켜봐주는 사람이 기대에 부응하려고 더 노력하게 된다. 나도 가끔 내가 왜 이렇게 살지 싶다. 왜 이렇게 작은 것 때문에 스트레스받고 슬럼프를 경험하면서 사나 싶었다. 이걸 누가 알아준다고. 극중에 내가 정말 슬펐던 장면은 우진(한지민 분)이 슬픈 영화를 보고 우는 장면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눈물 들키기 싫어서 슬픈 영화를 보면서 울지 않나. 내 모습이 투영이 됐다. 나도 가끔 눈물이 날 때가 있다. 소파에 앉아 있다가 눈물이 뚝 흐르면서 감정이 올라오더라. 그때 홍빈이 문 열고 나오는 소리가 들려서 아닌 척 했던 기억도 난다. 한번은 이런 적도 있다. 내 생일이었다. 촬영장에서 깜짝 생일 파티를 열어줬다. 어떻게 내 생일을 알고 챙겨주시는지 정말 감사하고 감동을 받았다. 저녁에 숙소에 들어가서 다음날 촬영 준비하고 일찍 잠드려고 하는데 (소속사) 대표님이 축하 전화를 주셨다. '생일인데 뭐하냐'는 물음에 '이제 자려고 한다'고 했다. 그때가 저녁 8시 즈음인 것 같다. '왜 그렇게 (재미없게) 살아'라고 하셨다. (웃음) 그러고 보니 내가 압박감에 그렇게 생일을 보낸 것 같다. 물론 내겐 너무 행복한 생일이었지만, 주변에서 볼 때는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 News1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제공
© News1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제공

- 그럼에도 계속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 힘들다가도 결과물을 보면 재미있고 매력이 있다. 앨범을 준비할 때는 너무 힘들어서 '이제 다음 앨범 못 하겠다'고 생각하는데, 다 완성하고 무대를 하면 너무 재밌다. (웃음) 설레고 기쁘다. 무대를 하면 또 너무 행복하다. 연기도 마찬가지고.

- 생각이 깊다.  

▶ 그룹의 리더를 하다 보니 바뀐 것 같기도 하다. 사실 예전의 나는 정말 투정 그 자체다. '투정 덩어리'랄까. '차투정'이었다. (웃음) 어린 늦둥이 막내로 사랑받고 자랐다. 리더를 하면서 많이 바뀌었다. 나 때문에 상대방이 걱정하고 신경쓸 것을 먼저 생각하게 됐다. 그래서 감정이 격해져도 혼자서 감내하고 싶은 거고.

-'아는 와이프' 설정처럼 과거로 갈 수 있다면 어떤 시기로 가고 싶나.

▶예전에는 이런 질문을 받으면 지금의 가치관을 가지고 중, 고등학교 때로 가고 싶다고 했다. '아는 와이프'를 보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그때 돌아가서 다른 선택을 하면 지금 멤버들을 못 만나지 않나. 그래서 그때로 가고 싶지는 않고, 내가 처음 연기하던 때('호텔킹')로 돌아가고 싶다. 지금 느끼는 부담감이나 장애물을 그때부터 느꼈다면 지금 환이 연기가 다르고, 내 여유도 다르지 않을까 싶다.

<[N인터뷰]②에 계속>


ichi@

오늘의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