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미투 첫 실형' 이윤택 징역 6년…"배우들 처지 악용"(종합)

1심 선고…강제추행·유사강간 모두 유죄 판단
법원 "반성할 기회 있었지만 책임 회피 일관"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2018-09-19 14:54 송고 | 2018-09-19 16:12 최종수정
극단원을 상습적으로 강제 추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윤택 전 연희거리단패 예술감독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유사강간치상 등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8.9.19/뉴스1 © News1 허경 기자
극단원을 상습적으로 강제 추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윤택 전 연희거리단패 예술감독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유사강간치상 등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8.9.19/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여자 극단원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하고 일부 여배우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윤택 전 연희거리단패 예술감독(66)에 대해 1심에서 징역형이 선고됐다. '미투(MeToo) 운동'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름이 널리 알려진 피고인 중 처음으로 선고된 실형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황병헌)는 19일 유사강간치상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 전 감독에게 징역 6년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10년 동안의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우선 폭행·협박한 것이 아니기에 강제추행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이 전 감독 측의 주장에 대해 "피해자들에게 안마를 시키면서 성기 주변을 주무르게 하는 등 당시 상황에 비춰보면 강제추행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연기 지도 과정에서 정당하게 신체를 만진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는 용인되지만 그 부위가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경우, 상대방이 동의하지 않았다면 정당한 행위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이 전 감독의 강제추행 혐의에 대해 "유죄로 인정한 게 18회에 달한다"며 "이런 추행 행위가 유사한 방법으로 이뤄졌기에 상습적이라고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배우 A씨에 대한 유사강간 혐의에 대해선 "이 전 감독은 부인하지만 목격자와 피해자의 진술을 종합하면 혐의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며 "피해자는 여러 차례에 걸쳐 자해 행위를 하는 등 범행이 피해자의 증상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 전 감독에 대해 "한국 연극계를 대표하는 연출자로서 높은 명성과 권위를 누렸다"며 "자신의 절대적인 영향력 아래에 있는 단원과 배우들에게 반복적으로 성추행 범행을 저질렀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자들은 오직 연극을 하겠다는 꿈을 이루려고 단원이 됐고 이 전 감독을 스승으로 생각하며 지시에 순응했다"며 "각자의 소중한 꿈을 이루기 위해 이 전 감독의 권력에 복종할 수밖에 없었던 피해자들의 처지를 악용한 범행"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 전 감독은 과오를 스스로 반성할 기회가 있었는데도 하지 않았고, 추행에는 고의가 없었다는 등 책임 회피로 일관한다"며 "재판에선 '자신을 악인으로 몰고 가고 있다'며 피해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윤택 전 연희거리단패 예술감독. 2018.9.19/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이윤택 전 연희거리단패 예술감독. 2018.9.19/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이날 이 전 감독에 대한 징역형 선고는 '미투(MeToo) 운동'으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 중 처음으로 선고된 실형이다.

미투 운동으로 알려진 성추행 의혹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53)를 비롯해 안태근 전 검사장(52·사법연수원 20기)과 배우 조민기씨(53·사망), 조재현씨(53), 영화감독 김기덕씨(58), 고은 시인(86) 등이 있다.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안 전 지사는 검찰의 항소로 서울고법 형사8부(부장판사 강승준)에 배당된 상태다. 고은 시인의 경우 자신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최영미 시인 등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 전 감독은 연희단거리패 창단자이자 실질적인 운영자로 배우 선정 및 퇴출 등 극단 운영에 절대적인 권한을 가진 점을 이용해 1999년부터 2016년 12월까지 극단원 17명을 상대로 상습적인 성폭력을 저지른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됐다.

그는 피해자들에게 안마를 강요하면서 자신의 주요 부위를 만지게 하거나 연기 지도를 빌미로 여자배우들의 신체를 상습적으로 만진 것으로도 조사됐다.

검찰은 이 가운데 공소시효 만료에 해당하지 않고 상습범 적용이 가능한 2010년 4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피해자 8명에 대해 이뤄진 범죄 23건을 처벌할 수 있다고 보고 조사를 진행해 이 전 감독을 기소했다.

검찰은 "극단 내에서 왕처럼 군림하며 수십년 동안 20여명의 여배우를 성추행했는데도 반성의 기미가 없다"며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이 전 감독은 "완성도 높은 연극을 만들어보자는 열정으로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제 과욕으로 불찰을 빚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themoon@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