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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큰 SH 직원, 서류 위조로 '토지보상금' 15억원 빼돌려

컬러복사기로 위조…'보상금 더 받게 해주겠다'며 뇌물 수수도
SH, 2년 후 감사에서 발견…"토지보상절차 개선하겠다"

(서울=뉴스1) 유경선 기자 | 2018-09-19 12:03 송고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제공) © News1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제공) © News1

공문서 등을 위조하는 방법으로 15억여원의 토지보상금을 부정하게 받아 챙긴 서울주택도시공사(SH) 전 직원이 경찰에 검거됐다. 고덕·강일지구 공공주택조성사업에서 1조1925억원 규모의 토지보상업무를 혼자 담당하던 이 직원은 결재 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해 범행을 저질렀고, SH는 이 사실을 2년이 지나서야 발견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공문서와 사문서를 위조해 토지보상금 권리를 양도받은 것처럼 꾸며 보상금 15억3670만원을 챙긴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공문서 위조·위조공문서 행사·사문서 위조·위조사문서 행사)로 전 SH 보상총괄부 차장 김모씨(41)를 구속하고, 검찰에 송치했다고 19일 밝혔다.

아울러 이 과정에 범행에 가담한 김씨의 아내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됐다. 

김씨는 토지 소유주 김모씨(80)에게 '토지보상금을 더 높여준다'며 2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뇌물수수)도 받고 있다. 2000만원을 건넨 토지 소유주 김씨에게는 뇌물공여 혐의가 적용됐다. 

실제로 농사를 짓지 않으면서 추가 보상을 노리고 소유 토지를 쪼개 농지로 허위로 신고한 조모씨(75) 등 7명도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은 이렇게 모두 10명을 지난달 2일 검찰에 송치했다.
◇컬러복사기로 문서 위조…아내와 토지주 동명이인인 점도 활용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토지보상금이 30억원 미만이면 담당 부장 결재만 거치면 된다는 점을 악용했다. 또 당시 부장이 부임한 지 일주일밖에 되지 않아 업무에 익숙하지 않다는 점도 노렸다.

김씨는 컬러복사기를 이용해 공문서인 검인 용지매매계약서와 사문서인 채권양도통지서·청구 및 계좌입금신청서를 위조했다.

이후 자신의 아내가 토지주 조씨로부터 토지매도대금 채권을 양도받은 것처럼 꾸며진 채권양도통지서와 계좌입금신청서를 이용해 15억3670만원의 토지보상금을 아내 명의의 계좌로 입금받았다.

조씨는 이미 토지보상금을 받은 상태였지만, 김씨가 SH 회계부서에 위조된 문서를 제출하면서 결과적으로 토지보상금은 이중으로 지급됐다. 공교롭게도 김씨의 아내와 조씨는 동명이인이었고, 이 점도 김씨가 범행을 벌이는 데 동기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김씨는 이렇게 타낸 돈을 서울 송파구 아파트 1채와 주변 상가 2개, 외제차를 구입하는 데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한번에 2000만원 이상을 인출하면 금융정보분석원(FIU)에 통보된다는 점을 알고 5000만원의 아파트 인테리어비용도 500만원씩 인출하고, 감사를 피하기 위해 위조된 채권양도통지서는 바로 파기하는 등 용의주도한 모습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주택조성사업이 진행 중인 고덕·강일지구 모습(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제공) © News1
공공주택조성사업이 진행 중인 고덕·강일지구 모습(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제공) © News1

이외에도 김씨는 미국에 거주하는 토지주 김씨에게 수 차례 전화를 걸어 토지보상금을 더 받게 도와주겠다며 2000만원의 뇌물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토지 분류를 변경해 수용재결신청을 하면 보상을 더 받을 수 있다며 금품을 요구했다. 

하지만 김씨는 2000만원은 뇌물이 아니라 빌려쓴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토지주 김씨는 자신이 미국에 체류하고 있어 보상 절차를 모르는 상황에서 보상을 더 받을 수 있다는 말에 2000만원을 줬다고 진술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비닐하우스 설치해서 '농지' 허위신고…상가분양권 등 노려

조씨 등 토지주 7명은 영농자들에게는 보상금 외에도 상가분양권과 상가부지분양권이 추가로 지급된다는 사실을 노리고 허위로 토지를 신고했다.

이들은 토지 쪼개기 방식으로 비닐하우스를 설치해 실제로 농사를 지은 것처럼 가장하고, 농지 임대차계약서와 토지경작 확인서를 허위로 제출해 상가분양권과 상가부지분양권 등 혜택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에서 이들은 보상을 더 많이 받기 위해서 그랬다고 순순히 시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김씨는 166만평 부지에 공공주택 1만1109호를 조성하는 대규모 고덕·강일지구 공공주택조성사업에서 1조1925억원 규모의 토지보상업무를 혼자 전담한 것으로 이번 경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

경찰은 "1조1925억원 상당을 혼자 담당하다 보니 보상금 편취나 금품수수 등 직원의 잍탈행위가 발생했다"며 "토지보상 업부 담당자를 늘리고 감독 업무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SH 측은 "최근 발생한 보상업무 비리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보상 전 과정을 100% 전산시스템화하는 등 보상업무 체계를 전면 개편 중"이라며 "보상금 지급 결재단계도 현재 2단계에서 최소 3단계 이상으로 강화해서 사고발생의 가능성을 줄이기로 했다"고 밝렸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제공) © News1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제공) © News1



kays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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