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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그린벨트 직권해제' vs 서울시 '해제없이 6.2만가구 공급'

'그린벨트 해제' 두고 국토부·서울시 수싸움 치열
국토부 직권해제카드 '만지작'…서울시 '여론전' 대비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김희준 기자 | 2018-09-19 06:00 송고 | 2018-09-19 22:28 최종수정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왼쪽)과 박원순 서울시장© News1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왼쪽)과 박원순 서울시장© News1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그린벨트 해제 합의점 찾기에 진통을 겪고 있다. 정부의 공급 계획 발표를 코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국토부의 직권해제 카드가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서울시가 그린벨트 해제 대신 유휴지 활용과 용적률 상향 등으로 6만2000가구를 추가로 공급하겠다고 제안하면서 국토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9·13 대책'을 발표하면서 서울 등 수도권 30만가구 주택공급을 위한 신규 공공택지 발표를 21일로 미뤘다. 해당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특히 서울시의 저항이 거셌다. '그린벨트 해제 불가'는 3선의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정 철학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서울시는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그린벨트를 해제하겠다는 정부 방침이 처음 나왔을 때 "미래세대를 위한 최후의 보루로서 마지막까지 고민해야 할 영역"이라며 반대 입장을 피력했었다.  

줄다리기를 거듭하던 국토부와 서울시는 지난 17일 청와대에서 사실상 마지막 협상을 진행했다. 이날 서울시는 정부에 유휴지 활용과 용적률 상향을 통해 6만2000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린벨트 해제는 불가하다는 기존 입장에 못을 박으면서 대신 다른 방식으로 정부의 주택공급 확대 정책에 보조를 맞추겠다고 최후 통첩을 한 셈이다. 반대로 정부는 기존에 발표한 공급계획 30만가구 중 5만가구를 서울시가 맡아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한다.

주목할 점은 청와대 회의 이튿날인 18일의 경우 국토부와 서울시간 특별한 일정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결국 지난 17일에 어느 정도 공급계획 큰 틀은 결정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이날 회의 때 나온 정부와 서울시 입장을 토대로 21일 발표 내용 윤곽이 결정됐을 것이란 얘기다.

또 오는 21일 정부 공급계획 발표를 앞두고 김현미 장관과 박원순 시장 모두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 수행단에 포함돼 18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자리를 비우는 점도 주목을 끈다. 최종 결정권자가 보고 라인에서 벗어나 있다는 사실은 급격한 입장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봐야 한다.

다만 정부 관계자는 "그린벨트 관련 현재 실무진들이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최종 일정이 남북정상회담 일정에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섣부른 예단을 경계했다.

업계에서는 막판까지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으면 정부가 직권해제 카드를 꺼내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특별한 입장 변화를 표하지 않았다면 국토부가 계획하고 있는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공급은 불가능하다. 결국 직권해제 카드를 활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서울시 내 그린벨트는 19개 자치구에 149.13㎢ 규모로 지정돼 있다. 최초 지정(1971년) 이후 2000년대 들어 중앙정부가 주도해 임대주택 건설 등을 위한 목적으로 그린벨트를 해제한 적도 있다. 고덕 강일지구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현재 30만㎡ 이하 그린벨트 해제는 서울시장권한으로 위임돼 있다. 하지만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시행령' 예외조항으로 국토부 장관이 규모에 상관없이 해제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즉 지자체장이 반대하더라도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장관 직권으로 그린벨트를 해제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지역 개발을 목적으로 그린벨트를 해제하면서 지자체장 의견을 무시하는 것은 정치적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만큼 정부 입장에서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의도치 않게 최근 집값 급등 주범으로 몰리고 있다. 여의도·용산 개발 발언 이후 국토부 장관과 "여의도 개발은 서울시장 권한"이라며 충돌하는 모양새를 연출하기도 했다. 정부는 공급 시그널을 통해 집값 안정화를 우선순위를 두고 택지지구 개발에 힘을 쓰고 있다. 정부 입장에선 박원순 시장의 비협조에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공급 지역을 공개하고 그에 따른 공급가구수를 발표하는 것이 수순이었다"며 "지금은 전후가 바뀌어 정부와 지자체가 불협화음이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가 그린벨트 해제 불가 원칙을 고수하면서 도심 유휴지 활용과 용적률 상향 등을 통해 6만2000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정부에 제안한 것은 여론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수순으로 분석된다. 서울시 제안은 그 실현 가능성을 떠나 서울시가 환경을 보존하면서 정부 정책에 보조를 맞추려 최대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볼 수 있다. 이 시점에서 국토부가 직권으로 그린벨트를 해제한다면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서울시 관계자는 "정부가 직접 해제 카드를 꺼낸다는 가정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그린벨트 해제에 대한 기존 입장을 정부 측에 설득력 있게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passionk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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