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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죽음·탄압…쌍용차 해고자 9년 간 생존투쟁 끝 복직까지

14일 해고자 119명 전원 복직 합의서 발표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2018-09-14 12:11 송고 | 2018-09-14 12:33 최종수정
김득중 쌍용자동차지부장(왼쪽부터), 최종식 쌍용자동차 사장, 홍봉석 쌍용자동차노조위원장,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이 14일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쌍용자동차 해고자 복직 합의안 발표 기자회견'에 앞서 손을 맞잡고 있다. 2018.9.14/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김득중 쌍용자동차지부장(왼쪽부터), 최종식 쌍용자동차 사장, 홍봉석 쌍용자동차노조위원장,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이 14일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쌍용자동차 해고자 복직 합의안 발표 기자회견'에 앞서 손을 맞잡고 있다. 2018.9.14/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았던 '쌍용차 사태'가 노사간의 합의로 드디어 마침표를 찍었다. 정권이 두 번 바뀌고 10년 가까운 시간동안 눈물겹게 투쟁했던 노동자들의 '복직 희망'이 마침내 현실이 됐다. 

쌍용차 노·노·사(쌍용차노조·금속노조 쌍용차지부·쌍용차 사측)는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해고자 전원을 2019년 상반기까지 복직시키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합의서에 따르면 복직대상 해고자 60%는 올해말까지,나머지 해고자는 이듬해 상반기 말까지 단계적으로 채용된다. 2019년 상반기 복직 대상자 중 부서배치를 받지 못한 사람은 이해 7월1일부터 6개월간 무급휴직으로 전환됐다가 12월 전까지 부서배치를 완료하기로 했다.

10년 가까이 이어져 온 쌍용차 사태 2009년 1월 당시 모기업이던 중국 상하이자동차가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노조는 결국 경기 평택공장을 점거하고 옥쇄파업에 들어갔다. 격렬한 투쟁이 이어졌고 파업은 77일에 달했다. 그 와중에 구조조정(희망퇴직, 분사, 해고 등) 절차를 거친 사측은 1800여명을 내보냈다. 이 과정에서 무급휴직과 명예퇴직도 선택하지 않은 165명은 해고자가 됐다. 

경찰의 강제진압 과정도 거칠었다. 당시 경찰은 2009년 8월 4일과 5일 양일에 걸쳐 특공대를 투입해 강제 진압을 개시했고, 진압 과정에서 96명이 연행됐다. 또 200억원이 넘는 손해배상청구 소송에도 휘말리게 됐는데 정부가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2010년 인도 마힌드라 그룹에 쌍용차가를 인수된 뒤에도 갈등은 계속됐다. 쌍용차 해고자들은 텐트 농성, 송전탑 농성, 집단 단식 농성까지 줄기차게 복직을 요구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2013년 1월에는 노사간 무급휴직자 454명 전원을 복직하는 데 합의를 이뤘지만 갈 길은 멀었다. 

2014년 2월에는 정리해고자 153명이 낸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해고무효 판결을 받아내는 소기의 성과도 있었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해고자들은 같은 해 11월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대법원 앞 노숙농성과 2000배 돌입 등으로 힘을 냈지만 돌아온 것은 원심파기환송 판결이었다.

2013년 9월 쌍용차 해고자들이 단식 농성을 벌이던 당시의 모습. /뉴스1 DB
2013년 9월 쌍용차 해고자들이 단식 농성을 벌이던 당시의 모습. /뉴스1 DB

한 달 뒤인 2014년 12월에는 2009년 당시 파업을 주도한 노조 간부 9명에 대한 해임 처분이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물론 이 판결은 3년여 후 사법농단 사건으로 KTX 여승무원 해직 사건 판결 등과 함께 판례가 재조명됐다. 

2015년에는 노동자들이 인도를 직접 방문해 마힌드라 그룹의 코엔카 쌍용차이사회 의장(현 부회장)을 만나기도 했다. 이들은 해고자 복직문제에 대한 원활한 해결을 약속받고 돌아왔고, 노·노·사는 세 차례에 걸쳐 128명을 복직하는 데 합의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100명이 넘는 해고자가 남아있었고, 지난 6월27일에는 해고자 김주중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해고자와 배우자 등 쌍용차 관련 사망자가 30명이 됐다. 노동자들은 다시 대한문 앞에 분향소를 설치했다.

도무지 해결 조짐이 보이지 않던 쌍용차 사태는 지난 7월10일, 문재인 대통령은 마힌드라 그룹의 아난드 회장을 만나 "쌍용차 해고자의 복직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하면서 실마리가 잡혔다. 이후 노사정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도 중재에 나섰다.

지난달 28일에는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가 2009년 당시 경찰의 강제진압을 위법으로 판단하면서 노동자들에게 더욱 유리한 국면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사측은 12일 본교섭을 제안해왔고, 노조 측은 최종식 사장의 분향소 공개 조문 이후 본교섭을 열겠다고 했다. 2009년 쌍용차 사태 이후 한 번도 노동자의 분향소를 찾은 적이 없었던 쌍용차 임원들은 13일 최 사장과 함께 9년만에 조문에 나섰다.

조문 직후 진행된 본교섭에서 해고자 전원 복직의 큰 틀에 잠정 합의하면서 9년 간 이어져 온 노조의 힘겨웠던 투쟁도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이날 복직 합의를 기점으로 노조는 2009년부터 이어온 쌍용차 구조조정 규탄집회와 농성을 마무리하고, 현수막도 자진 철거한다. 쌍용차를 상대로 한 민·형사상 이의도 제기하지 않기로 했다.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장이 14일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 희생자 분향소에서 열린 해고자 복직 관련 기자회견에서 노사 합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18.9.14/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장이 14일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 희생자 분향소에서 열린 해고자 복직 관련 기자회견에서 노사 합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18.9.14/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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