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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다시 일터로…쌍용차, 9년 투쟁 끝 전원 복직까지

최종식 사장 분향소 방문 뒤 본교섭서 해고자 전원 복직 잠정 합의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2018-09-13 22:58 송고 | 2018-09-14 09:03 최종수정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장(왼쪽부터)과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장, 최종식 쌍용자동차 사장, 홍봉석 노조위원장이 13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 마련된 쌍용차 해고자·가족 희생자 분향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8.9.13/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장(왼쪽부터)과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장, 최종식 쌍용자동차 사장, 홍봉석 노조위원장이 13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 마련된 쌍용차 해고자·가족 희생자 분향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8.9.13/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았던 '쌍용차 사태'가 노사간의 합의로 드디어 해결국면에 들어섰다. 정권이 두 번 바뀌고 10년 가까운 시간동안 눈물겹게 투쟁했던 노동자들의 '복직 희망'은 마침내 현실로 다가오게 됐다.
쌍용차 노·노·사(쌍용차노조·금속노조 쌍용차지부·쌍용차)는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열린 본교섭을 통해 119명의 해고자 전원을 복직시키는 데 잠정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쌍용차 모기업인 인도 마힌드라 그룹의 승인과 조합원 동의를 얻어 14일 합의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10년 가까이 이어져 온 쌍용차 사태의 시작은 2009년 1월 당시 모기업이던 중국 상하이자동차가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이었다. 이어 구조조정(희망퇴직, 분사, 해고 등) 절차를 거친 사측은 1800여명을 내보냈고, 노조는 총파업과 공장점거 등으로 대응했다.

경찰은 2009년 8월4일과 5일 등 양일에 걸쳐 특공대를 투입해 강제 진압을 개시했고, 8월6일 쌍용차는 노사협상을 타결한다. 사측과 노조가 무급휴직 48%, 희망퇴직 52%에 합의를 봤다. 그러나 경찰의 파업 진행과정에서 96명이 연행됐고, 200억원이 넘는 손해배상청구 소송에도 휘말리게 됐다.

2010년 인도 마힌드라 그룹에 쌍용차가를 인수된 뒤에도 갈등은 계속됐다. 쌍용차 해고자들은 텐트 농성, 송전탑 농성, 집단 단식 농성까지 줄기차게 복직을 요구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2013년 1월에는 노사간 무급휴직자 454명 전원을 복직하는 데 합의를 이뤘지만 갈 길은 멀었다.
2013년 9월 쌍용차 해고자들이 단식 농성을 벌이던 당시의 모습. 2013.9.30/뉴스1 DB
2013년 9월 쌍용차 해고자들이 단식 농성을 벌이던 당시의 모습. 2013.9.30/뉴스1 DB

2014년 2월에는 정리해고자 153명이 낸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해고무효 판결을 받아내는 소기의 성과도 있었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해고자들은 같은 해 11월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대법원 앞 노숙농성과 2000배 돌입 등으로 힘을 냈지만 돌아온 것은 원심파기환송 판결이었다.

한 달 뒤인 2014년 12월에는 2009년 당시 파업을 주도한 노조 간부 9명에 대한 해임 처분이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물론 이 판결은 3년여 후 사법농단 사건으로 KTX 여승무원 해직 사건 판결 등과 함께 판례가 재조명됐다. 

2015년에는 노동자들이 인도를 직접 방문해 마힌드라 그룹의 코엔카 쌍용차이사회 의장(현 부회장)을 만나기도 했다. 이들은 해고자 복직문제에 대한 원활한 해결을 약속받고 돌아왔고, 노·노·사는 세 차례에 걸쳐 128명을 복직하는 데 합의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100명이 넘는 해고자가 남아있었고, 지난 6월27일에는 해고자 김주중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해고자와 배우자 등 쌍용차 관련 사망자가 30명이 됐다. 노동자들은 다시 대한문 앞에 분향소를 설치했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가 22일 서울시 중구 서소문별관에서 '쌍용차 연대의 날 문화제'를 열고 전원 복직을 주장하는 퍼포먼스로 얼음 속에 갇힌 '복직 현수막'을 온몸으로 녹여 꺼내고 있다. 2018.7.22/뉴스1 © News1 황덕현 기자
금속노조 쌍용차지부가 22일 서울시 중구 서소문별관에서 '쌍용차 연대의 날 문화제'를 열고 전원 복직을 주장하는 퍼포먼스로 얼음 속에 갇힌 '복직 현수막'을 온몸으로 녹여 꺼내고 있다. 2018.7.22/뉴스1 © News1 황덕현 기자

도무지 해결 조짐이 보이지 않던 쌍용차 사태는 지난 7월10일, 문재인 대통령은 마힌드라 그룹의 아난드 회장을 만나 "쌍용차 해고자의 복직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하면서 실마리가 잡혔다. 이후 노사정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도 중재에 나섰다.

지난달 28일에는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가 2009년 당시 경찰의 강제진압을 위법으로 판단하면서 노동자들에게 더욱 유리한 국면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사측은 12일 본교섭을 제안해왔고, 노조 측은 최종식 사장의 분향소 공개 조문 이후 본교섭을 열겠다고 했다. 2009년 쌍용차 사태 이후 한 번도 노동자의 분향소를 찾은 적이 없었던 쌍용차 임원들은 13일 최 사장과 함께 9년만에 조문에 나섰다.

조문 직후인 2시30분쯤 진행된 본교섭은 오후 7시쯤 마무리됐고, 노-노-사가 해고자 전원 복직의 큰 틀에 잠정 합의하면서 9년 간 이어져 온 쌍용차 사태의 종착점도 가시권에 들어오게 됐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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