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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성관계 영상 찍은 사진, 성폭력처벌법상 촬영물 아냐"

1·2심 '직접촬영 아니어도 촬영물' 유죄→대법, 2심 뒤집어

(서울=뉴스1) 서미선 기자 | 2018-09-13 06:00 송고
서울 서초 대법원 청사. /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서울 서초 대법원 청사. /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성관계 동영상의 한 부분을 사진으로 찍은 것은 타인의 신체를 직접 촬영한 게 아니라서 성폭력처벌법이 규정한 촬영물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25)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부에 돌려보냈다고 13일 밝혔다.

성폭력처벌법 14조 2항은 1항이 촬영대상으로 규정한 '다른 사람의 신체'를 촬영한 뒤, 이 촬영물을 그 사람의 의사에 반해 상영·배포 등을 한 경우 처벌하도록 한다. 재판에서는 타인의 신체를 '직접' 찍은 것만 촬영물인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재판부는 "성폭력처벌법은 촬영의 대상을 '다른 사람의 신체'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다른 사람의 신체 이미지가 담긴 영상을 촬영한 촬영물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씨가 성관계 동영상 파일을 컴퓨터로 재생한 뒤 모니터에 나타난 영상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했더라도 이는 피해자의 신체 그 자체를 직접 촬영한 행위에 해당하지 않아 성폭력처벌법에서 규정하는 촬영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서울 강남 한 유흥주점에서 일하던 이씨는 손님으로 만난 A씨(44)와 내연관계로 지내다 헤어지자는 말을 듣고, A씨와 그 배우자에게 2016년 1월 A씨와 합의 하에 촬영한 성관계 동영상 화면을 찍은 사진을 전송해 A씨 의사에 반해 촬영물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1심은 "성폭력처벌법상 촬영물이 반드시 타인의 신체 그 자체를 직접 촬영할 경우에만 한정할 것은 아니다"고 유죄를 인정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2심도 성폭력처벌법 적용대상에 "촬영물을 그대로 복제하거나 사진의 동일성을 유지한 상태에서 다른 매체로 저장한 뒤 반포·판매·전시하는 경우도 포함됐다고 해석하는 게 타당하다"며 "규정을 좁게 해석하면 촬영물을 복제하거나 저장매체를 바꾸는 손쉬운 방법으로 처벌을 회피할 수 있게 돼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의 유죄 판단은 성폭력처벌법 14조 2항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smi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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