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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에로쑈핑에 밀린 그랜드마트 상인들…"한 달 만에 짐 싸라네요"

신촌 그랜드마트, 폐업까지 'D-13'…임대상인 대응방안 착수
계약기간 남아있어…보상문제 해결 안 되면 법적분쟁 가능성도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2018-09-11 07:00 송고
그랜드백화점 마트신촌점 © News1
그랜드백화점 마트신촌점 © News1

20년 넘게 서울 신촌의 '터줏대감' 노릇을 하던 그랜드마트가 문을 닫게 되면서 입점 상인들이 하루아침에 방을 빼야 할 처지가 됐다.

문제는 임대차 계약 기간이 길게는 1년 가까이 남아있다는 점이다. 그랜드마트가 폐업하더라도 상인들의 보상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삐에로쑈핑'의 입점이 미뤄질 수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그랜드백화점은 오는 29일 마트신촌점(그랜드마트)의 영업을 종료한다. 대신 이마트의 삐에로쑈핑이 새로 입점할 예정이다.

현재 그랜드마트에는 5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4개의 임차 매장이 영업을 하고 있다. 그랜드마트는 폐업에 맞춰 지난달 27일 직원들과 임대 상인들에게 폐점 사실을 알렸다.

이후 지난 31일 정식 공문을 통해 이달 23일 영업장 폐업 사실을 통보했다. 아울러 입점업체도 함께 영업을 종료하고, 30일까지 일체의 집기와 시설물을 치워줄 것을 요구했다.

그랜드백화점 마트신촌점은 공문에서 "수년간의 적자를 견디지 못해 더 이상 계약 기간 연장을 하지 않고 영업장을 폐쇄하기로 했다"며 "정도진흥기업과 계약 기간 만료로 인해 본 사업장이 폐업되는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도진흥기업은 올해 2분기 기준 그랜드백화점의 지분을 20.13% 보유한 대주주로, 건설과 부동산업을 하는 계열사다.

문제는 직원들의 일자리와 임대업체에 대한 보상이 완료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직원들에게는 일산점 등으로 이동근무를 얘기했지만 대부분이 거리 문제 등을 이유로 퇴직하기로 했다.

한 관계자는 "본사에서 삐에로쑈핑이 들어온다며 사실상 권고사직을 통보했다"며 "회사에서 쫓아내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토로했다.

임대업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임대 업체들은 아직 계약 기간이 최대 10여개월까지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권리금과 보상 문제 등을 해결해야 나갈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폐업이 한 달도 안 남은 상황에서 철수를 통보한 것은 임대업체를 전혀 배려하지 않는 처사라는 지적이다. 보상 문제도 명확하게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입점 업체 관계자는 "폐업까지 한 달도 안 남은 상황에서 나가라고 하고, 보상 문제는 어영부영 넘어가려고 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이어진다면 대응방안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내부에서는 법적대응 가능성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에서는 그랜드마트가 폐업을 서두르면서 문제를 키웠다고 분석했다. 제대로 된 보상 계획 없이 폐업을 선언하면서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

이상혁 상가정보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한 달도 안 되는 짧은 퇴거 기간을 통보받은 임차인들의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라며 "임대차 계약 위반 및 영업정지에 따른 보상을 일정 부분 받을 수는 있겠지만 창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권리금을 보상받지 못한다면 다른 곳으로 이전해도 영업을 이어가기도 쉽지 않다"고 우려했다. 이어 "퇴거보상안에 대한 명확한 법률적 규정이 없어 합의에 의존해야 하는데 임대인이 적절한 보상을 해주지 않을 경우 심각한 갈등이 빚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그랜드마트 자리에는 이마트의 삐에로쑈핑이 입점을 검토 중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야심작인 삐에로쑈핑은 '펀&크레이지'를 콘셉트로, '재미있는 상품'과 '미친 가격'을 표방하는 만물상 개념의 할인숍이다. 지난 6월 27일 서울 코엑스에 1호점을 열었으며, 지난 6일 동대문 두타에 2호점을 열었다.


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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