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사우디 아람코 IPO 보류, 국왕 지시에 따른 것"

(런던 로이터=뉴스1) 양재상 기자 | 2018-08-28 04:09 송고 | 2018-08-28 04:24 최종수정
모하메드 빈 살만 알 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로이터=News1
모하메드 빈 살만 알 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로이터=News1

국왕의 말 한마디에 2조달러의 꿈이 허공으로 날아갔다.

지난 2년 동안 사우디아라비아는 국영 석유업체 아람코의 지분 5%를 증시에 상장하기 위해 준비해왔다. 당국자들은 국제 증시, 글로벌 은행,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앞에서까지 사우디 아람코의 기업공개(IPO) 계획을 띄웠다.
이번 IPO는 사우디가 공약했던 경제 개혁의 초석이 될 예정이었다. 목표했던 규모는 1000억달러로, 사상 최대의 IPO가 될 수 있었다. 아람코의 IPO는 사우디의 유력한 왕위 계승자인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한 계획이었다.

그러나 수개월 동안 차질을 빚은 끝에, 아람코의 국내외 상장 계획은 취소됐다.

이는 살만 빈 압둘아지즈 국왕이 개입해 계획을 보류한 탓이라고 정부 내부와 친분이 있는 3명의 소식통들이 로이터에게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소식통은 살만 국왕이 가족, 은행가 및 전(前) 아람코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고위 석유 전문가들과 만난 뒤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들과의 협의는 지난 6월 중순 끝난 라마단 기간 동안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살만 국왕과 대화한 이들은 아람코 IPO가 사우디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기반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IPO에 반대한 이들은 아람코의 재무상태를 완전히 공개하는 것에 대해 특히 크게 우려했다고 소식통들은 설명했다.

지난 6월 말 살만 국왕은 자신의 행정실(디완)에 IPO 취소를 요구하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소식통 세명은 말했다. 한 소식통은 국왕의 결정이 최종적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국왕이 '안 된다'라고 말하면, 이 결정은 바꿀 수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주 로이터가 아람코 IPO 계획 취소를 보도한 이후 칼리드 알 팔리 에너지장관은 "정부는 적절한 상황과 시기에 따른 아람코의 IPO에 여전히 힘쓰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사우디 고위 당국자는 해당 성명서를 언급하며 아람코의 주주인 정부는 적절한 조건 하에서의 IPO에 착수하고 있다고 로이터에게 재차 말했다.

그는 "정부가 IPO 계획 능동적으로 임하고 있다는 성명서를 냈는데도, 로이터가 해당 계획 취소 여부를 물어왔다는 점은 놀랍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 당국자는 "아람코의 주주는 사우디 정부다. 살만 국왕은 에너지, 재무, 경제장관을 포함한 위원회와 왕세자에게 IPO 관리를 위임했다. 따라서 IPO 방식과 시기는 위원회가 결정하고 정부의 승인을 받는다"고 말했다.

사우디는 알 사우드 왕조가 수십년 동안 다스리고 있다. 국왕이 최종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놀랍지 않다. 그러나 아람코 IPO 계획 보류는 왕세자가 추진해온 비전 2030 개혁프로그램에 큰 타격이다. 왕세자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석유에 의존해 국가 경제를 운영하는 사우디의 펀더멘털을 바꾸고자 했다.

왕세자는 지난 2015년 1월 아버지가 왕위에 오른 후 권력을 키워왔지만, 살만 국왕의 이번 결정은 왕세자의 권력을 억누르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사우디의 IPO 과정 진행, 경제를 더 투명하게 만들기 위한 약속에도 의심의 눈초리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아람코 IPO의 어떤 점 때문에 살만 국왕이 이와 같은 조치를 취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산업 전문가들과 소식통들은 두가지 이유 때문에 지난 수개월 동안 준비 진행 속도가 둔화했다고 앞서 말한 바 있다.

하나는 지난 2016년 왕세자가 아람코의 시가총액이 2조달러에 이를 것이라 말한 점을 두고 회의론이 나타났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외국 증시 상장과 관련된 법적 위험과 공개 요구사항을 두고 우려가 발생했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여전히 사우디는 다른 자금원에서 현금을 끌어올 수 있으며, 여타 개혁안을 추진할 수도 있다. 그러나 왕세자는 IPO를 통해 사우디 내 개방적 문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약속한 상태다.

소식통들은 살만 국왕의 결정이 왕세자의 계획에 차질을 불러왔다면서도 여전히 그는 유력한 왕위 계승자이고, 정책에 큰 영향력을 미친다고 말했다.

<© 로이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francis@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