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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듣는 게 듣는 게 아니야"…감각을 재해석하다

코리아나미술관 기획전 '리: 센스'(re: Sense)
박혜수, 전소정 작가 참여

(서울=뉴스1) 여태경 기자 | 2018-08-26 07:00 송고
박혜수 'H.E.L.P', 2018, 혼합매체.(코리아나미술관 제공)
박혜수 'H.E.L.P', 2018, 혼합매체.(코리아나미술관 제공)

어디까지가 빛이고 어디서부터가 어둠일까. 심장이 쿵쾅거리는 것을 느끼는 건 촉각일까 청각일까.

깜깜하고 커다란 방, 병실에나 놓여 있을 듯한 철제 침대 4개가 놓여 있고 한쪽 벽면에서는 빛이 새어나온다. 수백마리의 풀벌레가 한꺼번에 우는 것 같기도 하고 천이 바람에 펄럭거리는 것 같기도 한 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눈이 어둠에 적응해 갈때쯤 벽면에 걸린 수백개의 시계가 눈에 들어온다. 벌레 우는 소리는 '째각째각' 시계 소리로 바뀌고 소리는 점점 크게 들려온다.

코리아나 미술관 개관 15주년 기획전 '리: 센스'(re: Sense)에 참여한 박혜수의 공간 설치 작품 'H.E.L.P'이다. 물론 다른 관객은 시계 소리를 끝까지 듣지 못할지도, 아니면 단번에 시계소리임을 알아차릴 수도 있다.

박혜수는 'H.E.L.P'에서 작가가 오랫동안 겪고 있는 불면증을 통해 경험한 감각적 상태를 표현했다.
작가는 청각적, 시각적, 촉각적 요소들이 한 공간에서 교차하는 공감각적 설치를 통해 관객들로 하여금 불면증 상태에서 느껴지는 감각의 과잉 혹은 감각의 상실을 경험하게 한다

미술관 2층 전시장에는 휘어진 거대한 화면 위로 피아노를 조율하는 영상 '열두 개의 방'이 펼져진다.

전소정 '부바 키키', 2018, 혼합매체.(코리아나미술관 제공)
전소정 '부바 키키', 2018, 혼합매체.(코리아나미술관 제공)

'리: 센스' 전에 함께 참여한 전소정 작가는 '부바 키키'라는 제목으로 영상작품 '열두 개의 방'과 드로잉, 책, 공간 디자인 등으로 구성된 일종의 플랫폼을 선보였다. '부바'와 '키키'는 소리와 형태를 연관 지어 생각하는 유명한 실험에서 가져왔다.

전소정은 2017년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 한 맹인 무용수의 제안으로 눈을 가리고 도시를 체험하고 촉각적 느낌을 드로잉 5장에 남겼다. 또 5장의 드로잉에서 착안해 이번 전시 공간을 꾸미고 드로잉 작품도 같이 전시했다.

특히 작곡가 쇤베르크와 화가 칸딘스키가 서로의 작품에 깊이 교감하며 주고받은 편지에 주목해 뛰어난 화가이기도 했던 쇤베르크의 페인팅 전시를 기획한 파니 슐만과 큐레이터 안소현과 주고받은 편지를 엮은 '부바 키키: 공감각에 관한 단상'을 이번 전시에 맞춰 발간했다.

미술관에서 만난 박혜수 작가는 이번 전시에 대해 "해석된 감각이라는 전시 주제가 좋았다"면서 "불면증은 실제 제가 겪고 있는 문제이고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어 거기에 동질감을 느낀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전소정 작가는 "조율사의 소리에 영상작가로서 시각으로 화답했다"면서 "어릴 때부터 조율하는 소리를 들었는데 같은 소리가 반복되는 것이 하나의 현대음악처럼 들리는 순간이 있었다"고 전시 의미를 소개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서지은 큐레이터는 "감각이 과잉인 시대에 살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무뎌지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는 지금, 예술을 통해 감각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다시 감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전시"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11월10일까지.


h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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