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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폭언' 종근당 회장 재판서 운전기사들 진술 번복

'꼴통XX' 등 심한 욕설 들었다 → 그런 적 없다
증인으로 나온 운전기사 2명 모두 진술 뒤집어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2018-08-20 18:03 송고
이장한 종근당 회장 2017.8.2/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이장한 종근당 회장 2017.8.2/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운전기사들에게 상습적으로 폭언을 해 '갑질' 논란을 빚은 이장한 종근당 회장(65)의 재판에 당시 운전기사들이 증인으로 출석해 "이 회장은 폭언을 한 사실이 없다"며 자신들의 진술을 뒤집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7단독 홍기찬 부장판사 심리로 20일 열린 이 회장에 대한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전직 운전기사 김모씨는 "이 회장이 신호위반이라도 해서 빨리 가라고 한 적이 있느냐"는 변호사의 질문에 "없다"고 답했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2013년 뒷좌석의 이 회장으로부터 버스 전용차로로 주행하라는 지시와 함께 '너 이XX 내 말 안 들어, 짤리고 싶어, 이 꼴통XX야'라는 폭언을 들었다"고 진술한 바 있다.

하지만 김씨는 이날 법정에서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며 "4년 전 일이라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심한 욕을 듣진 않았다"고 증언했다.

김씨는 "가끔 어쩌다 한 번씩 욕설을 듣긴 했지만 자주는 아니었다"며 "당시 이 회장에게 욕을 듣는 것 보단 그의 특이한 어조를 듣고 웃겨서 웃음을 참는 게 더 어려웠다"고 주장했다.
이어 "질책과 가끔씩 욕을 들었다는 게 진실이고, 그 욕도 심하지 않았다"며 "제가 실수하거나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들었을 뿐"이라며 이 회장을 감쌌다.

김씨의 진술 번복에 홍 부장판사는 "이 회장은 증인의 말에 근거해 기소된 것인데 그럼 수사기관에서 거짓 진술을 한 것이냐"고 추궁했다.

김씨는 "저는 생각나는대로 말했다"며 "조사 당시 형사가 '욕을 들었냐'고 질문해 '네'라고 답을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홍 부장판사는 "그럼 가끔 욕을 했다는 진술 하나만 갖고 검찰이 기소했다는 말이냐"라고 의문을 나타냈다.

이장한 종근당 회장이 서울 충정로 종근당 빌딩 대강당에서 운전기사에 대한 욕설 파문과 관현해 공식 사과를 하고 있다. 2017.7.14/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이장한 종근당 회장이 서울 충정로 종근당 빌딩 대강당에서 운전기사에 대한 욕설 파문과 관현해 공식 사과를 하고 있다. 2017.7.14/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그는 진술을 번복한 이유에 대해선 "조사 당시 늦은 시간이라 다음 날 일찍 출근해야 해 빨리 가고 싶은 마음에 (이 회장이 욕을 했다고) 대충 말했다"며 "(경찰이) 원하는 쪽으로 이야기하면 빨리 끝날 줄 알았다"고 설명했다.

홍 부장판사는 "그렇다면 '너 이XX', '짤리고 싶어' 등의 말은 경찰 조사관의 머리에서 나온 말이냐"고 질문했다. 김씨는 "제가 꺼낸 말인 것 같다"면서도 "당시 조사를 빨리 끝내고 싶다는 심정이었다"고 답했다.

이날 출석한 또다른 증인 박모씨도 경찰에서 한 진술을 번복했다. 2015년 이 회장의 운전기사였던 박씨는 경찰 조사에서 "교차로의 노란색 신호에 정차하려 하자 이 회장이 '야 이 XX야 꼴값 떨지 말고 그냥 가'라고 폭언을 했다"며 "'이 XX, 저 XX, XXXX' 등 심한 욕을 듣기도 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하지만 이날 법정에선 "이 회장은 '임마' '그냥 가' 정도는 말했지만 폭언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꼴값 떨지 말고 그냥 가'라는 말을 실제로 들은 적이 있었냐는 홍 부장판사의 질문에는 "(경찰의) 짜집기라는 생각이 든다"고 답했다.

두 운전기사의 진술 번복에 변호인은 "이 회장은 운전기사를 비난하기 위해 욕을 한 게 아니라 자신이 나이가 많으니 '이걸 제대로 못해' 같이 허물없이 대했던 것 아니냐"고 추측했다. 또 말을 맞춘 적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증인은 이 회장이나 저와 접촉한 적이 있었느냐"고 질문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지난 2013년 6월부터 4년간 운전기사 6명에게 폭언을 하며 불법운전을 강요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기소 됐다. 검찰은 이 6명이 일관된 진술을 하고 있고, 이 회장의 언행으로 교통법규를 위반한 사실이 여러 차례 적발됐다고 보고 강요 혐의를 적용했다.


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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